‘임신오조’ 메커니즘 규명
면역반응 관여하는 GDF15
수치 높아지며 구토 등 유발
태반 통해 태아로부터 유입
임신부 3분의 2 이상이 고통을 호소하는 입덧의 원인과 메커니즘이 규명됐다.
스티븐 오레힐리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사연구소 교수 연구팀과 니컬러스 맨쿠소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의대 연구팀으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은 입덧을 일으키는 호르몬 ‘GDF15’를 규명한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13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GDF15 호르몬을 적게 가진 여성이 임신을 했는데, 태아에게서 태반을 통해 전달되는 GDF15 호르몬이 많을 경우 입덧을 심하게 겪을 수 있다는 게 결론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임신부의 약 0.3∼3%는 ‘임신오조(HG)’ 증상을 호소한다. 입덧 증상이 심해지면 잘 먹지 못해 영양장애가 생기거나 심혈관계와 신장 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임신오조는 1700년대부터 학계에 보고된 증상인데도 구체적인 원인이 제대로 밝혀진 적은 없다.
연구팀은 GDF15라는 호르몬이 임신오조와 입덧 증상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GDF15는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사이토카인 단백질의 일종이다. 2018년 여성 5만3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유전체 분석 연구에서 GDF15가 메스꺼움, 구토 등과 관계가 있다고 추정된 바 있다. 구토 등을 조절하는 뇌 부위인 뇌간에서 GDF15가 활성화될 경우 환자가 만성적인 메스꺼움을 느끼거나 체중이 감소하는 등의 증상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GDF15가 임신부의 입덧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연구팀이 임신부의 혈류를 분석하자 GDF15의 수치는 임신 후 첫 12주 동안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때 메스꺼움, 구토, 임신오조를 겪는 여성의 경우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GDF15의 수치가 평균적으로 더 높았다. 연구팀은 이어 임신부의 혈액에 포함된 GDF15가 어떤 경로를 통해 유입됐는지 유전자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 그 결과 임신부의 혈액 내에서 순환하는 GDF15 대부분은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서 산모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입덧과 GDF15 수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임신오조가 나타날 확률이 높은 경우의 수를 찾아냈다. 그 결과 비임신 상태에서 기존 GDF15 수치가 낮았던 여성이 임신을 할 경우 임신오조에 시달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GDF15 수치가 낮았던 여성이 임신을 하자 호르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태아가 생산하는 GDF15 호르몬이 적을수록 산모가 임신오조에 걸릴 확률도 낮아졌다.
한편 베타글로빈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베타탈라사혈증을 가진 여성은 GDF15 수치가 평균적으로 높았는데, 이들의 경우 임신 중 메스꺼움과 구토를 거의 느끼지 않았다. 연구팀은 임신오조가 임신부 개인의 생활습관이나 환경적 요인으로 생긴다기보다는 유전적 영향에 의해 발생할 수 잇는 질환이라고 결론지었다.
연구팀은 “GDF15 호르몬을 조절하는 치료법이나 약물을 통해 임신 중 심한 입덧이나 임신오조증을 예방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신오조
임신 6∼12주 사이에 음식을 먹지 못하거나 토할 정도로 심한 메스꺼움을 겪는 질환. 흔히 입덧으로 불리지만 심한 입덧을 동반한 질환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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