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1월이 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전국 지사 민원실은 북새통이었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경우 새로운 소득과 재산 자료를 각 행정기관으로부터 제공받아 매년 11월분 건강보험료부터 반영하기에, 변동된 보험료를 문의하거나 조정을 신청하기 위해서다.
특히 소득의 경우 매년 5월에 세무당국으로 신고하는 전년도 종합소득 자료를 연계받기에 공단은 현재의 소득 상태를 알 수 없다. 따라서 공단이 보험료를 부과하는 시점에 이미 휴·폐업 등으로 소득이 줄어들거나 없어진 경우에는 보험료를 조정받을 수 있도록 했고, 그간 조정 건수는 연간 약 230만 건에 이르렀다. 그런데 억대 소득이 계속 발생함에도 매년 조정을 신청하고 배우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해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등 제도를 편법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 9월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2단계 개편 시 ‘소득 정산 제도’가 도입됐다. 소득이 줄거나 없어졌을 경우 조정 신청을 하면, 우선 조정 후 다음 해 11월에 확인되는 국세청 소득 자료로 조정받은 연도의 보험료를 다시 산정해 추가 부과하거나 환급하는 것이다. 직장가입자 연말정산과 흡사하다.
제도 시행 이후 1년간 조정 건수는 전년 대비 약 150만 건이 감소했다. 조정 신청자 약 30만 명에 대해서도 지난달 첫 정산을 실시해 보험료를 추가 부과하거나 환급했다. 특히 소득이 확인된 피부양자는 지역가입자로 다시 전환해 보험료를 부과했다. 이제는 소득이 있음에도 보험료 부담을 회피하려 제도를 악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소득 정산제 도입의 의미는 조정 악용을 방지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는 보수(소득)에 따라 보험료가 책정되지만,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소득뿐 아니라 재산과 자동차에도 부과된다. 이에 따라 재산은 있으나 실제 소득이 적은 경우의 보험료 부담 등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단은 2차례에 걸쳐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개편해 재산과 자동차에 따른 부담을 대폭 완화하고 소득 중심의 보험료 부과 방향으로 개선을 추진했다.
지난해 9월 2단계 개편 시에는 재산과표 5000만 원(시가 1억2000만 원 상당)으로 공제를 확대했다. 차량가액이 4000만 원 미만인 자동차에 대해서는 현재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렇게 재산과 자동차의 비중을 낮추고 소득을 중심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려면 ‘실제 소득’에 따른 공정한 부과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부당하게 보험료를 감면받거나 무임승차하는 등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소득 정산제의 중요성이 크다. 현재는 소득 조정 신청자에 한해 정산을 실시하지만, 향후 소득 있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하여 그해의 실제 소득으로 그해의 보험료를 정산할 필요성이 있다. 앞으로도 재산 공제 금액을 더욱 확대해 취약계층의 부담을 줄이면서 실제 부담 능력에 맞는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보험료 부과가 되도록 쉼 없는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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