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만큼 독한 ‘담도암’…“고가약, 서민엔 그림의 떡”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21일 07시 43분


방승민 연세암병원 교수 인터뷰
한국 담도암 사망률 ‘세계 1위’
“효과 입증된 약 부담 낮춰야”


담도암은 췌장암 못지 않은 ‘독한 암’이다. 담즙이 이동하는 통로인 ‘담관(담도)’과 담즙을 저장하는 ‘담낭’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발견도 치료도 쉽지 않다.

21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6~2022년 기준 담도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29%로, 위암(78%), 대장암(74.3%) 등 다른 암의 상대 생존율에 비해 크게 낮다. 특히 한국은 세계에서 담도암 사망률이 가장 높다. 담도암 발병률은 세계 2위다.

길이 5~9cm·직경 6~8mm로 작고 몸 속 깊숙한 곳에 위치한 담도는 복부 내 주요 장기들과 밀접해 있어 발병 초기 암을 잡지 않으면 전이가 빨라 치료가 어렵고 예후(치료경과)도 좋지 않다. 하지만 초기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야 황달,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방승민 연세암병원 췌장담도암센터 소화기내과 교수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 연세암병원 중입자센터 5층 회의실에서 가진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환자에게 효과가 좋은 약이 있어도 가족들의 생활이 유지돼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고가의 약을 선뜻 추천하기 어렵다”면서 “효과가 명확히 입증된 경우 빠른 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들의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1년 8월 글로벌 임상3상(TOPAZ-1)에서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면역항암제 ‘더발루맙’을 더한 병용요법이 담도암 1차 치료에서 처음으로 생존율 개선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 이 치료법은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비해 생존율을 2배 넘게 개선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은 방 교수와의 일문일답.

-담도암은 췌장암에 비해 생소한데요. 의심 증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담도암의 전형적인 증상은 황달입니다. 담도에 종양이 생기면 덩어리를 만들거나 협착을 유발해 원활한 담즙의 배설이 어려워집니다. 담즙의 정체가 심화되면 담도가 폐쇄되고 담즙이 쌓여 황달이 생기면 피부와 눈동자가 노랗게 변합니다. 또 담즙이 대변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이면 혈액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되는데요. 노란색의 담즙이 섞이면서 소변색이 진해지고, 정상적으로 담즙이 섞이지 않는 대변은 시멘트와 같은 회색을 띄게 됩니다. 가려움증, 소화 불량과 같은 비전형적인 증상도 있고요.”

-담도암은 유독 아시아에서 발병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시아인은 대개 기생충 감염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민물 생선을 날로 먹거나 비위생적인 물을 마시면 만성 염증을 유발해 담도암이 생길 수 있죠. 또 B형·C형 간염 등 만성 간염도 문제가 됩니다. 유전적으로 담관이 망가지는 질환이나 일차성 경화성 담관염과 같이 만성 염증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 담도암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담도암이 췌장암 다음으로 ‘5년 상대 생존율’이 가장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담도암은 우선 증상이 비특이적이여서 조기 발견이 어렵습니다. 주로 소화불량, 간헐적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 방문하면 대개 증상에 따른 치료만 받게 됩니다. 또 담도 옆으로 정맥·동맥과 같은 많은 혈관들이 지나가고, 인접 부분에 중요 장기들이 위치해 있어 수술이 어렵습니다. 서양에서 유병률이 높지 않아 효과적인 치료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던 것도 한 원인입니다.”

-담도암은 진단이 어렵다던데요.

“혈액검사 결과 간 기능 검사인 ALP 수치나 감마-GTP 수치가 이유 없이 계속 올라가는 경우 담도암으로 인한 담즙의 정체를 의심할 수 있는데요. 간외 담도암의 경우 빨대처럼 가는 튜브 형태로 초음파로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진단 시 암이 의심돼 병원을 찾는 경우 CT나 MRI 검사로 진단이 가능하지만, 건강한 사람 모두 이 같은 검사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진단이 어렵습니다.”

-담도암의 치료법은 병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나요?

“3,4기는 수술이 어려워 항암 치료를 하게 됩니다. 3·4기의 차이는 전이의 유무인데요. 3기는 전이는 되지 않았지만 혈관과 인접해 수술로 절제가 어려운 경우로, 원발 부위에서 병세가 심각합니다. 반면 4기는 다른 곳으로 전이돼 전신 질환이 된 경우입니다.”

-담도암 진단 후 전이가 있거나 재발하는 경우가 많나요? 이 경우 어떻게 치료하나요?

“담도암 재발률은 30~40% 정도 됩니다. 조기 위암이나 대장암 등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데요. 보통 2·3기에 무리해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 재발률이 높습니다. 첫 진단 당시 2기로 진단 받아도 치료 후 재발하는 순간 4기로 전환되는 건데요. 이 때 선택지는 항암치료 뿐입니다.”

-최근 면역항암제로 사용가능해진 더발루맙 병용 요법은 어떤 장점이 있나?

“면역관문억제제(면역치료제) 더발루맙을 비롯해 다양한 치료법이 등장했는데요. 기존 표준 치료인 젬시타빈·시스플라틴 2제 병용요법에 더발루맙을 더한 3제 병용요법이 2제 병용요법 대비 생존에 유의미한 개선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표준 항암 치료로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재 더발루맙을 사용해 환자를 치료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효과를 말씀해 주신다면요.

“현재까지 결과가 괜찮고, 반응도 나쁘지 않습니다. ‘TOPAZ-1’ 연구 결과 6개월까지는 거의 비슷한 효과를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롱테일 효과’(투약 후 증세가 악화되지 않고 장기간 생존을 보이는 현상)가 나타났습니다. 3주 간격으로 8번 더발루맙·젬시타빈·시스플라틴을 투약한 후 더발루맙만 투약하게 되는데요. 면역관문억제제 고유의 부작용도 있지만, 구토, 설사, 호중구 감소증, 탈모 등 전통적인 항암제가 갖고 있는 부작용이 치료 후반부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더발루맙은 신독성 발생도 매우 드물어 환자가 항암 치료 과정에서 느끼는 삶의 만족도 측면에서 훨씬 좋습니다. 또 장기간 사용해도 전신 무력감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최근 기존 진단법보다 진단율을 높이는 바이오 마커(생체표지자)를 활용한 담도암 진단 기술을 개발하셨는데요.

“혈액이나 소변 같은 인체 유래물로 빠르게 진단이 가능한 방법을 고민하다 기술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담도 내시경을 통해 협착을 발견하면 암인지 여부를 모르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이런 경우 조직 검사나 세포진 검사를 하게 되는데 진단의 정확도가 80%도 안 되기 때문에 다른 진단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담즙을 모아서 엑소좀(세포 간 신호전달체로 세포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의 특정 마커들을 통해 발현을 확인하면 진단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접근한 것이죠. 제일 쉬운 진단법은 소변이나 대변, 혈액 등을 통해 진단할 수 있는 마커들을 찾는 것입니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담도암 치료를 위해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요.

“가장 아쉬운 것은 대규모 연구로 효과가 명확히 입증된 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특히 담도암과 같이 다빈도 암이 아니면 건강보험을 적용 받기 쉽지 않습니다. 환자들에게 젬시타빈·시스플라틴 요법과 더발루맙 등 치료법을 모두 설명하면서 더발루맙 효과가 좋다고 말씀 드리다가도 가족들의 생활이 유지돼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고가여서 선뜻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효과가 명확히 입증된 경우 급여(건강보험 혜택) 체계에 빠르게 들어오도록 해야 환자들이 부담 없이 약을 쓸 수가 있습니다. 빠른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합니다.”

-담도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꼭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담도암은 과거 약 자체가 없었지만 항암제, 국소 치료가 많이 발전했습니다. 내시경을 통한 광역동 치료나 고주파 치료 등도 5~6년 전에 비해 제법 많아졌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임상 연구들도 많고 데이터들도 쌓이고 있어 치료법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끝까지 치료를 포기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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