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동장군의 기승에 오가는 길마다 빙판이다. 추위에 손이 시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다 보면 미끄러져 넘어졌을 때 낙상을 당하기 십상이다.
낙상이란 내 의지와 무관하게 넘어져 뼈와 근육 등에 손상을 입는 사고를 말한다. 넘어질 때 운 좋게 바닥에 손을 짚으면 가벼운 찰과상을 입고 끝날 수도 있지만, 뼈의 밀도가 낮은 골다공증 환자의 경우 골절까지 당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겨울철 대표적인 낙상 골절은 △손목 골절 △고관절(엉덩이와 허벅지의 연결부) 골절 △척추 압박 골절 등이다. 넘어질 때 순간적으로 손으로 땅을 짚거나 엉덩방아를 찧을 때 몸무게가 충격 부위에 그대로 실리면서 골절이 발생한다.
낙상 골절의 주원인인 골다공증은 50대를 넘으면서 증가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50세 이상에서 5명 중 1명(22.5%)은 골다공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0세 이상 여성의 68.7%에게 골다공증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년기 골절은 단순히 뼈뿐만 아니라 관절·인대·힘줄 주변이 함께 손상될 수 있고 심혈관 질환, 폐렴, 패혈증 등 2차 질환이 생겨 급성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골다공증 환자가 늘고, 특히 인체에서 가장 굵고 큰 뼈인 허벅지 뼈의 머리 부분이 부러지는 고관절 골절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고관절 골절 발생 후 1년 이내 사망률은 19~33%에 달해 위험도가 높다.
이와 관련해 김진우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고령에 당뇨병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평소 골다공증 관리와 낙상 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당뇨 환자는 대부분 영양공급이 불균형하고 운동량이 적어 골다공증 위험이 높고, 고혈압 다른 질환과 복합적으로 골다공증에 영향을 준다”며 “평소 심장질환, 내분비질환 등 각종 기저질환이 있는 골다공증 환자는 평소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우선 낙상이 발생하면 스스로 몸을 일으키거나 움직이면 2차 부상이 생길 수 있어 도움을 청해 일어나는 게 좋다.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특별한 증상이 느껴지지 않는지 확인하면서 천천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
낙상 직후 힘이 빠지고 극심한 통증이 있다면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낙상 이후 하루 이틀 지났음에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미세 골절을 의심하고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게 좋다.
골다공증 환자가 낙상 골절을 당할 경우 장기간 치료한다는 마음을 먹어야 한다. 일단 치료 효과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고, 한 번 부러진 뼈는 금방 다시 부러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대한골대사학회에 따르면 첫 골절 발생 후 4년 내 약 25%에서 재골절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골절을 겪게 되면 이후 재골절 및 2차 골절이 발생할 확률이 2~10배 증가한다. 그만큼 의사의 복약 지도에 따라 꾸준히 치료제를 복용하는 한편 가벼운 운동을 지속하면서 근육량을 유지·확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보행 시 주머니에 손을 넣기보다 장갑을 착용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라고 입을 모았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의 경우 반드시 지팡이를 챙겨 다니고 굽이 낮고 폭이 넓으면서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운동화를 신으라고 권했다.
집 안에서는 화장실이나 베란다에 물기가 없도록 관리하고 슬리퍼를 착용하거나 미끄럼 방지 패드를 설치하는 게 좋다.
김동환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어르신들이 낙상에 막연한 두려움으로 ‘가만히 집에 있어야겠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관절 상태가 더 나빠져 낙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면서 “조금씩 자주 일어나서 움직이는 활동을 해야 근육과 뼈 건강에 좋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슴과 등을 펴는 스트레칭을 수시로 하는 한편 무리한 운동은 피하고, 바닥에 ‘양반다리’로 앉는 것처럼 근육과 관절에 무리를 주는 자세는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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