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x 울산시 x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울산대학교에 ‘울산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유망한 중소기업·스타트업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돕는 곳입니다. IT동아는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지원사업’ 선정 기업을 소개하고 이들의 스케일업을 지원합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울산광역시에 있는 옛날 방앗간, 옛간은 3대에 걸쳐 우리나라 참기름·들기름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이어 60년 이상 쌓은 기술력을 활용해서 곡물류 식품 시장에도 뿌리를 내렸다. 이들이 만든 것은 단순한 곡물 식품이 아니다. 울산광역시와 우리나라 곳곳의 전통, 줄거리를 담은 식품이다 맛과 향과 영양소 모두 우수한 식품이다.
옛간의 제품군 확장을 이끈 것은 3대째인 박민 대표다. 그는 옛간의 전통과 기술에 마케팅, 콘텐츠를 더해 신구 소비자를 매료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박민 대표는 10대~20대 젊은 소비자에게 선보일 새 제품을 연구 개발한다.
박민 대표의 도전에 한국디자인진흥원 울산디자인주도제조혁신센터가 힘을 싣는다. 이들은 옛간의 디자인 역량, 새 제품의 경쟁력을 함께 강화할 목적으로 디자인 기업 굽스디자인을 초빙해서 협업을 주선했다.
굽스디자인은 우리나라 유수의 식품 기업의 브랜딩과 패키지 디자인을 맡았다. 강수아 대표는 옛간의 새 제품의 디자인과 브랜딩을 점검하고 박민 대표와 함께 수정과 보완을 거듭했다. 이들이 어떤 계기로 만나 어떤 작업을 함께 했는지, 그 성과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60년 역사 가진 옛날 방앗간과 식품 패키지 디자인 전문 기업의 만남
박민 옛간 대표 : 옛간은 60년 동안 쌓은 곡물 가공 기술을 활용해서 참기름과 들기름을 만듭니다. 그리고, 이것을 활용한 김과 곡물 가공 식품도 만들어 인기를 모았습니다. 이어 젊은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곡물 식품을 만들려고 했는데, 아주 까다로웠어요. 옛간의 60년 전통을 잘 알리면서 젊은 소비자의 눈길을 끌 만한 개성과 맛, 상품 디자인을 갖춰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울산 디자인주도제조혁신센터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굽스디자인과 만났어요. 풀무원을 포함한 우리나라 주요 식품 대기업의 상품 패키지 디자인을 맡은 역량, 젊은 소비자가 많고 유행에 민감한 지역인 수도권에서 최신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믿음직했습니다. 마침, 굽스디자인은 옛간과 같은 관점에서 식품 산업을 보고 있기도 했어요. 그래서 옛간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기업의 색깔을 한층 새로운 색으로 칠할 방법을 함께 논의했습니다.
강수아 굽스디자인 대표 : 굽스디자인은 다양한 개념을 포함하는 브랜딩 디자인 전반, 그 가운데에서도 패키지 디자인 역량을 꾸준히 발휘한 디자인 전문 기업입니다. 다방면의 클라이언트 기업과 파트너십으로 일했는데, 특히 식품 부문 대기업 혹은 중견·중소기업과 많은 성과를 냈습니다.
저희는 디자인 작업을 할때 기업이 이야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듣고 싶어하는 것까지 반영합니다. 이들 이야기를 매력적인 시각 언어를 활용, 적확한 메시지를 전하도록 디자인해야 해요. 특히 식품은 진실성과 신뢰를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디자이너들이 먼저 믿을 만큼 제품력이 좋은 브랜드여야 디자인도 좋게 만들어요.
옛간으로부터 협업 제의를 받고 이들의 제품과 성장 줄거리를 봤습니다. 탄탄한 지역성을 토대로 많은 성과를 거뒀더군요. 한편으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소비자층을 겨냥해 새 제품군을 만들 시기라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려면 옛간은 지금까지의 줄거리를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줄거리를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해요. 마침, 옛간이 구상한 신제품이 젊은 소비자를 위한 제품이라서 후자를 선택하고 함께 전략을 논의했습니다.
옛간 단기만성, 신구 이미지 조화와 새 소비자로의 접근 과제로
박민 대표 : 옛간이 구상한 신제품은 10대~20대 소비자를 위한 ‘한 끼 식사 대용 곡물 파우치’입니다. 젊은 소비자들은 간편하게 먹는, 영양가가 높고 맛도 좋은 휴대식을 선호해요. 이런 상품으로 선식과 미숫가루가 인기를 모았는데, 옛간의 곡물 가공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제품보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 것으로 자신했어요.
그래서 옛간은 ‘단기만성’이라는 새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사자성어 대기만성을 살짝 비틀어서 ‘단백질을 많이 먹어서 빠르게 성장하고 목표를 이루라’는 뜻을 담았습니다. ‘진짜가 나타났다’라는 핵심 가치도 만들었어요. 옛간 단기만성은 다른 제품과 달리, 첨가물을 일절 넣지 않고 곡물로만 만듭니다. 그럼에도 단 맛과 짠 맛 등 다양한 맛을 내요. 같은 곡물이라도 어떻게 볶고 찌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곡물 가공 기술을 60년 동안 갈고 닦은 옛간만이 가진 비결이에요.
옛간은 단기만성 첫 제품으로 미숫가루 스틱을 고안했습니다. 옛간의 기술과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은, 그러면서도 젊은 소비자들이 즐겨 먹는 식품의 개성을 가진 제품으로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굽스디자인은 이 제품의 형태를 스틱(포)이 아닌 1회용 파우치 형태로 만들 것을 제안했습니다.
강수아 대표 : 맞아요. 옛간을 만나보니, 이미 단기만성 브랜드의 속성, 세부 사항의 연구 개발을 마친 상황이더군요. 브랜드는 마케팅과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합니다. 옛간의 단기만성은 옛간의 줄거리와 영광을 이어간다는 의미를 가졌지만, 사자성어 기반으로 만든 탓에 새로운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 마음을 얻기에는 다소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제품 자체의 성격은 젊은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한 끼 식사 대용 곡물 식품이었습니다. 신구 이미지끼리 충돌한 것이지요.
젊은 소비자들은 수많은 브랜드와 상품 가운데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어떤 브랜드나 상품이 젊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면 개성을 가져야 해요. 이 개성을 굽스디자인은 모던 & 임팩트라고 정의합니다. 모던한 디자인을 반영해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상품의 장점을 무게감 있게 제시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옛간 단기만성의 브랜드를 누구나 쉽게 기억하도록 이끌 패키지 디자인의 방향성을 고민했습니다.
굽스디자인, 젊은 소비자 매료할 개성에 옛간의 전통 더하다
강수아 대표 : 굽스디자인과 옛간은 먼저 단기만성의 주요 고객층인 10대와 20대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유통 채널의 특성을 조사했습니다. 옛간이 온오프라인에서 충실하게 팬 소비자를 쌓아온 덕분에, 기존 유통 채널로의 진입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경쟁 시장에 진입한 이후입니다. 새로운 유통 채널에 있는 수많은 경쟁자 가운데 옛간 단기만성이 주목 받도록, 기억되도록 유도할 전략이 필요했어요.
굽스디자인은 옛간의 기존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고, 이 영감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요소를 도입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옛간의 기존 선식 제품을 보면, 원재료의 특징을 제품 포장에 숫자로 크게 표기합니다. 패키지 디자인에서 숫자는 임팩트있는 시각 요소로 작동해요. 이 특징과 연계해서 옛간 단기만성 제품 패키지 디자인에 '원재료를 뜻하는 영문 알파벳'을 주요 시각 요소로 강조하는 가안을 만들었어요. 한 눈에 인지되는 대담한 이니셜이 젊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면서 제품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알파벳 이니셜을 이용해서 제품군을 쉽게 기억할 수 있고, 이니셜에 따라 스토리를 더해서 마케팅 요소로 활용 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굽스디자인은 옛간 단기만성의 제품 포장에 요가와 유사한 동작을 표현하는 일러스트를 디자인 요소로 넣었습니다. 옛간의 단기만성 제품은 시각적으로 매력있게 보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라이프 스토리를 더해서 제품과의 유대감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패키지 디자인을 갖춰야 합니다. 젊은 소비자들은 제품과 자신을 연결해서 생각합니다. 제품의 멋진 디자인이 곧 나의 개성이 된다고 여겨요.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제품, 구입하면서 자랑스러운 느낌을 갖도록 이끄는 제품을 주로 선택합니다.
박민 대표 : 굽스디자인과의 디자인 협업에 만족했지만, 옛간의 컬러를 과감하게 빼는 것은 사실 어려운 결정이었어요. 원래는 옛간 참기름의 제품 디자인 속 로고와 패턴, 줄거리를 단기만성에 그대로 넣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굽스디자인은 바꾸거나 가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많이 고민했지만, 이내 납득했습니다. 옛간 단기만성은 기존 고객층이 아닌 새로운 소비자를 위한 제품군이에요. 그러니 새로운 것을 가지고 새로운 방식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납득하고 나니, 굽스디자인이 강력하게 한 주장이 오히려 자신감이자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강수아 대표가 쌓은 경험, 식품 업계에서의 유행 포착 역량을 믿은 것이지요. 덕분에 옛간 단기만성의 브랜드와 디자인 정체성을 강화했다고 생각합니다.
양사 “협업 계기로 동반 성장, 식품 시장에 긍정 영향 전파할 것”
강수아 대표 : 울산광역시 소재 기업과 함께 일을 한 것은 처음이에요. 거리가 멀어서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초반에 서로 열띤 논의를 주고받은 덕분에 좋은 성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울산 디자인주도제조혁신센터와 함께 협업 일정을 짰는데, 사실 준비할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옛간이 거둘 성과의 규모를 키우는데 힘을 더 많이 보탰을 거라고 생각해요.
옛간과의 협업 결과물을 울산 디자인주도제조혁신센터가 연 전시회에 출품했습니다. 목업을 만들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더 느낌이 좋았어요. 옛간과 굽스디자인이 구상한 의도가 잘 표현됐다고 생각합니다. 옛간이 굽스디자인의 디자인 의견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 점, 무리하다고도 볼 수 있는 저희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성장의 토대로 써 준 점은 각별히 고마워요. 옛간의 열린 사고와 진취성 덕분에, 단기만성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번 협업 덕분에 굽스디자인도 자신감을 얻었어요. 지금 디자인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세계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위축됐습니다. 굽스디자인도 이 여파에 시달렸는데, 이제 다시 우리의 장점인 패키지 디자인과 브랜딩 역량을 발휘하는데 매진할 거예요. 베트남과 중국 등 해외 기업과의 협업도 다시 시작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옛간과의 협업 경험을 떠올리며 세계 식품 디자인 업계에 긍정 영향을 미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습니다.
박민 대표 : 저희야말로 굽스디자인에게 고맙습니다. 덕분에 옛간의 오랜 장점은 강화하고, 새로운 장점을 받아들여 내재화하는 방법을 배웠으니까요. 새로운 디자인, 새로운 줄거리를 옛간의 전통에 녹여내는 방법도 그렇습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옛간 단기만성의 생산 공장 구축을 마쳤습니다.
옛간의 목표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집과 가정 곳곳에 최고로 맛있는 참기름과 들기름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여기에 옛간의 역사와 성격을 잘 드러내는 새로운 곡물 식품을 젊은 소비자에게 전달,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역사도 쓸 예정입니다. 그러면, 새로운 세대가 이룰 집과 가정에도 옛간의 제품이 든든히 자리잡을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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