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오늘(3일) 공식 자료를 통해 넥슨에 시정명령과 함께 약 116억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공정위 측은 ‘메이플스토리’의 큐브 아이템 및 ‘버블파이터’의 획득 확률을 상향한 뒤 알리지 않은 점에 대해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넥슨에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공정위가 넥슨에게 부과한 116억 과징금 중 115억 9,300만 원은 메이플스토리에서 부과됐으며, 나머지 4,900만 원은 ‘버블파이터’에서 발생했다.
공정위의 김정기 시장감시 국장은 "공정위 조사 결과 메이플스토리와 버블파이터의 운영과정에서 확률 변경 사실을 누락 및 거짓으로 알렸음이 확인되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넥슨 역시 이번 공정위의 조치에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여기에 2021년부터 시작된 유료 강화 / 합성류 확률 공개 및 이용자들과 소통 강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021년부터 시작된 넥슨의 달라진 행보>
실제로 넥슨은 2021년 큰 이슈를 불러온 ‘메이플스토리’ 간담회 이후로 국내 게임 업계 중 가장 먼저 확률 아이템을 공개했다.
넥슨은 2021년 간담회 이후 이정헌 대표가 직접 라이브 게임들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이후 대대적인 조직 개편 소식을 전했다.
이에 2021년 3월 넥슨은 2021년 12월 시행된 협회의 자율규제 개정안보다 9개월이나 앞서 이용자들이 확률 정보를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한 것은 물론, 확률 변동을 이용자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확률 모니터링 시스템 ‘넥슨 나우’를 도입했다.
‘넥슨 나우’는 게임 내 각종 확률형 콘텐츠의 실제 적용 결과를 1시간 단위로 집계해 누구나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특히, 캡슐형, 강화형, 합성형 콘텐츠 등의 포괄적 확률 요소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설정 확률과 실제 결과 데이터를 비교할 수 있어 수많은 이용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진행되어 기존의 라이브 개발본부를 통합한 ‘라이브본부’가 출범했고, 이 본부는 3년간 꾸준히 메이플스토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용자들의 요구를 곧바로 게임 서비스에 반영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서는 중이다.
<베일에 싸였던 디렉터들 “전면에 나서다”>
2021년 이후 넥슨의 변화점 중 하나는 게임 개발과 운영을 총괄하는 디렉터들이 이용자들 앞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게임에서 문제가 생기면 디렉터를 문책성으로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것과 달리 넥슨은 ‘디렉터 책임운영’을 내세웠다. 게임에서 발생한 문제를 디렉터가 직접 수습하고, 해결하는 것을 정책으로 삼은 것이다.
이후 넥슨은 2021년 이후 게임 총괄 디렉터가 직접 이용자들 앞에서 게임의 업데이트를 소개하고,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쇼케이스부터 이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라이브 방송까지, 다양한 채널에 나서기 시작했다.
실제로 2021년 이후 넥슨은 9개 게임에서 25회에 달하는 간담회와 소통 방송을 진행했고, 디렉터들이 직접 게임의 주요 업데이트 소개하고, 이용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가벼운 토크가 진행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행사를 주기적으로 개최했다.
이를 통해 공정위의 과징금 대상이 될 만큼 이용자들의 신뢰가 바닥으로 치달았던 ‘메이플스토리’의 강원기 디렉터는 친숙한 방송으로, 이미지가 180도 바뀌었고, ‘FC 온라인’(구 피파 온라인) 사업을 총괄하는 박정무 그룹장은 예능형 콘텐츠에서 직접 연기를 소화하는 등 친근하게 다가가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은 실제 데이터로도 이어져 2021년 11월 PC방 점유율이 1.36%까지 하락했던 ‘메이플스토리’는 2023년 7월 역대 가장 높은 점유율 13.7%를 기록했고, 리브랜딩을 진행한 ‘FC 온라인’은 33.06%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논란의 확률형 아이템 탈피한 넥슨의 신작들>
확률형 아이템을 탈피한 넥슨의 새로운 시도도 지난 3년간 이어졌다. 이전까지 넥슨의 게임들은 ‘부분 유료화’로 대표되는 확률형 아이템이 다수 등장했지만, 2021년 이후 등장한 라인업의 경우 이러한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장르로 등장했다.
대표적인 예가 넥슨의 서브 게임 브랜드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이하 ‘데이브’)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친근한 도트 그래픽으로 무장한 해양 어드벤처 패키지 게임으로,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만 2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작품이다.
특히, 게임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메타크리틱 점수 90점대를 받아 역대 한국 게임 중 최고 점수를 기록했고, 각종 외신과 글로벌 평가 사이트에서도 극찬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더 파이널스’는 명작 FPS(1인칭 슈팅) 시리즈 ‘배틀필드’의 개발진이 모인 엠비크 스튜디오의 첫 작품인 ‘더 파이널스’는 역동적인 전투와 전략성을 지향하는 FPS 게임으로, 출시 1시간여 만에 스팀 동시 접속자 12만 명, 최다 플레이 5위를 기록하여 단번에 스팀 인기 게임으로 등극했다.
이와 함께 루트 슈터 장르를 표방한 ‘퍼스트 디센던트’, 백병전을 메인으로 내세운 ‘워헤이븐’ 등 다양한 게임이 확률형 아이템에서 벗어나 시즌 패스를 메인 BM으로 설계하는 등 이전과 달라진 행보에 많은 게임 이용자들이 지지를 보내는 중이다.
<넥슨의 변화가 반영되지 않은 공정위 조사>
이렇듯 3년간 많은 변화를 이용자들에게 실제로 보여준 넥슨이지만, 이번 공정위의 과징금 조치는 이러한 변화가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 공정위의 조사는 약 3년간 진행된 내부 조사를 기반으로 한 발표로, 일반적인 전자상거래법 위반 조사가 1년 남짓인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조사 기간이 오래 이어졌다.
공정위는 2021년 4월, 2022년 6월 두 차례의 현장 조사를 통해 넥슨이 서비스하는 게임들에 대하여 과거 이력과 현황까지 전수조사를 진행했고,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약 10년간의 서비스 기간 발생한 사안을 문제 삼아 넥슨에게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른바 ‘보보보’, ‘드드드’로 대표되는 가중치 확률 미공개 및 중복출현을 제한한 뒤 고지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넥슨의 잘못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비롯한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정부 기관이 기업에게 제재를 가하는 이유에는 잘못된 사안에 대한 개도의 목적이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넥슨 역시 2021년 이후 문제로 지적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등 공정위 위반 사항에 대한 개선이 빠르게 진행됐지만, 이번 공정위의 조사는 이러한 요소가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공정위에서 문제로 지적한 2010~2016년은 전세계적으로 게임 확률 공개에 대한 법적 의무와 조치 사례가 없던 시기였다. 이에 법률 조치가 없던 시기의 문제를 현재의 법률로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인 만큼 법적으로 다툴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공정위 결정에 참고인으로 참여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의 황성기 교수는 “법적으로나 자율규제상으로 확률 공개 의무가 없던 시기에 소비자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기업이 확률을 공개했음에도 불구, 이전의 과거 확률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위법 행위로 처분을 내린 것은 행정적 제재를 위해 준수해야 하는 ‘과잉금지원칙이나 비례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라며, “2024년 3월부터 게임산업법에 따라 반드시 확률을 공개해야 하는 게임회사들에게는 잠재적인 법적 리스크를 야기하는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처분은 확률 공개 의무가 없던 시점에 공개되지 않은 모든 확률 변경 행위에 대해 처벌될 수 있음을 방증하는 결정으로 국내 게임산업 시장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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