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분쟁 휘말린 애플워치, 현재 상황은?

  • 동아닷컴
  • 입력 2024년 1월 3일 1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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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서 특허 분쟁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항소 신청으로 당장 판매 중단은 피했지만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막대한 특허 사용료를 지불하거나, 문제가 된 기능을 기기에서 완전히 제거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미국의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마시모(Masimo)가 지난 2020년 애플워치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애플이 출시한 애플워치 시리즈 6에는 혈중 산소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이 처음으로 탑재됐다.

출처=셔터스톡

혈중 산소 농도는 질병이 있거나 체력이 저하됐을 때 정상 범위 이하로 내려가 건강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로 활용된다.

마시모는 빛을 이용해 혈중 산소 농도를 측정하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데, 애플이 이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마시모 측에 따르면 애플은 2013년 무렵 파트너십을 제안하며 마시모에 접근했다. 하지만 갑자기 논의는 중단됐고, 이후 최고의료책임자와 엔지니어 등 직원 30여 명을 연봉 2배 조건으로 영입하는 등 사실상 핵심 기술과 인력 탈취가 이뤄졌다는 게 마시모 측의 주장이다.

애플 또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애플은 마시모의 'W1 메디컬'이 애플워치를 베낀 제품이라며 마시모를 맞고소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마시모의 손을 들어줬다. ITC는 지난해 10월 특허 침해를 이유로 애플워치의 수입금지를 명령했다. 이는 해외에서 생산되는 애플워치를 애플이 미국 내에 들여오거나, 판매하는 게 불가능해지는 걸 의미한다. 애플이 아닌 다른 유통업체들이 보유 중인 재고를 판매하는 건 이번 수입금지 명령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마시모 W1 메디컬 / 출처=마시모

애플이 ITC로부터 주요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명령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에도 ITC는 애플이 삼성 특허를 침해했다며 아이폰, 아이패드 일부 제품에 수입금지를 명령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표면적 이유는 표준특허 보유자의 무리한 요구를 금지한 프랜드(FRAND) 원칙에 따른 것이지만, 미국 기업인 애플이 수입금지 조치로 입을 피해를 고려한 보호주의적 결정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끝내 행사하지 않았다. 빅테크 규제 필요성을 공공연히 강조해 온 현 정부의 입장과 맞지 않을뿐더러, 마시모 또한 미국 기업이라 보호주의 논리 또한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입금지 명령은 현재 애플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 중 혈중 산소 포화도 측정 기능이 포함된 애플워치 시리즈 9과 애플워치 울트라 2에만 적용된다. 저가형인 애플워치 SE에는 해당 기능이 포함되지 않아 이번 특허 분쟁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미국 외 다른 국가에서도 이번 결정과 무관하게 제품을 계속 판매할 수 있다.

애플워치의 혈중 산소 농도 측정 기능 / 출처=셔터스톡

다만 수입금지 명령은 효력이 발생한지 불과 하루 만인 지난해 12월 27일(현지시간) 일시 중단됐다. 애플이 특허 침해를 피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미국 관세청에 제출했고, 미국 관세청이 이 변경으로 특허 침해를 해소할 수 있을지 들여다보는 동안은 수입금지 명령을 일시 중지해달라는 요청을 연방순회항소법원이 받아들이면서다. 관세청의 결정은 오는 12일 나온다.

마시모 측은 소프트웨어 변경만으로는 특허 침해를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특허가 소프트웨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에 관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다시 말해 제품에 탑재된 센서 자체를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바꾸거나,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최소 3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애플이 마시모와 합의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있다. 실제 마시모는 애플과의 협상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현재까지는 협상보다는 제품의 변경이나 장기 소송전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양새다. 더 버지에 따르면 전 ITC 조사관 출신인 스미스 브리팅엄(Smith Brittingham) 변호사는 “애플을 고소하는 게 덜 매력적으로 느껴지도록 최대한 오래 버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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