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찌를 필요 없는 혈당 측정기 개발하는 ‘HME스퀘어’
레이저 쏜 뒤 나오는 음파 감지해 피 내지 않고도 세포 사이 당 측정
바늘구멍 정도 필요한 ‘최소 침습’ 넘어… 아무런 상처 없이 필요할 때마다 측정
2주마다 교체 최소 침습 기기와 달리 2년 동안 센서 교환 없이 사용 가능
경기 용인시 광교우미뉴브 지식산업센터에 연구소를 둔 HME스퀘어(대표이사 강윤호)는 바늘이 필요 없는 혈당 측정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측정기를 손목에 갖다 대면 혈당 수치가 나온다. 올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내년에 판매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종합기술원 출신 강윤호 대표이사(55)는 4일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광음향이라는 기술로 세포 사이의 혈당을 측정한다”며 “내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료기기 승인 신청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직 FDA 승인을 받은 피부를 뚫지 않는 비침습 혈당 측정기는 없는 상태다. 피를 내지 않고도 간편하게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은 당뇨 예방은 물론이고 건강한 식습관을 찾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성장 잠재력이 크다. 강 대표는 “우리가 가진 광음향 처리 기술을 활용하면 혈당뿐만 아니라 헤모글로빈이나 콜레스테롤 등의 양도 측정할 수 있다”며 “향후 이런 기기들까지 개발해 누구나 자신의 주요 생체 정보를 바로 알 수 있는 시대를 열 것”이라고 했다.
● 피를 내지 않고 혈당 측정하는 시대
지금은 혈당 측정 방식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다. 손가락 끝을 찔러 피를 낼 필요가 없다. 피를 내지 않는 혈당 측정 시대는 미국의 덱스콤사가 바늘구멍 정도만 피부를 뚫는 최소 침습 방식의 센서를 상용화하면서 열렸다. 국내에는 애보트사의 ‘프리스타일 리브레’가 많이 알려져 있다. 센서를 어깨와 가까운 팔 부위에 한 번만 부착해 두면 2주간 사용할 수 있다. 앱이 깔린 휴대전화를 센서에 갖다 대면 6시간 이내 혈당 변화가 그래프로 나온다. 비슷한 방식으로 국내 기업이 개발한 센서(케어센스)도 최근에 나왔다.
HME스퀘어의 방식은 피부를 전혀 뚫지 않고 혈당을 측정하는 ‘비침습’ 방식이다. 손목 부위에 측정기를 갖다 대기만 하면 된다.
혈당 측정이 간편해지면서 의료계에서는 공복 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로 판명하던 당뇨병 진단에 새로운 방식을 개발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혈당 데이터를 자주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으니 이를 활용한 새로운 당뇨 진단 및 예방법을 개발하자는 의미다.
피를 내지 않아도 되는 간편한 측정은 새 건강관리 시장도 창출하고 있다. 혈당 측정이 쉬워지니 일반인이 건강관리를 위해 혈당 검사를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연속으로 측정된 혈당 그래프를 보게 되면 밥이나 면, 떡 같은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멀리하게 된다. 고탄수화물 식품을 양껏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이른바 ‘혈당 피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혈당 피크는 체내에서 인슐린 분비를 크게 늘려 3시간쯤 후에는 오히려 저혈당에 빠질 수 있다. 저혈당 증세는 가볍게는 허기진 느낌(이른바 ‘가짜 배고픔’)으로 나타나지만 심한 경우 손이 떨리고 현기증, 식은땀이 나는 현상을 동반한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자신의 혈당이 어떻게 오르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 채소와 두부, 달걀, 고기 등을 더 먹게 되고 감자튀김이나 떡 등을 먹을 때 혈당이 적게 오르는 분량만큼 먹게 된다. 이런 점을 활용해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만든 곳도 생겼다.
혈당 측정을 활용한 새 시장이 생기는 때에 HME스퀘어는 바늘만 한 구멍도 낼 필요가 없는 더 간편한 측정기의 상용화에 도전하는 것이다.
● 2주마다 교체할 필요 없는 측정기
HME스퀘어가 개발한 비침습 혈당 측정기(글루코사운드)는 광음향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우리 피부 아래에 있는 간질액에 레이저를 쏘면 그 속에 있는 포도당의 부피에 아주 미세한 변화가 빠른 속도로 생기면서 초음파가 발생하는데, 그 초음파를 감지해 포도당의 농도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너무나도 미묘한 변화를 감지해야 하기에 센서를 만드는 기술이 중요하다. 초음파에 잡음도 많이 섞이기 때문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정확하게 생체신호만 분별해 내는 알고리즘도 중요하다.
올해 임상시험을 앞두고 자체적으로 시험한 결과에 따르면 글루코사운드의 측정 정확도는 최소 침습 방식의 리브레와 비슷한 수준이다. 강 대표는 “혈당 측정기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지표(MARD)가 7% 수준으로 좋게 나왔다”며 “비침습 방식이지만 최소 침습 방식 못지않은 정확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최소 침습 방식은 측정에 필요한 효소의 사용 기한 때문에 국내외 제품 모두 2주가량만 쓸 수 있다. HME스퀘어의 측정기는 사용 기간이 2년이다. 레이저 발생기를 교체해주는 주기다. 강 대표는 “연간 비용으로 기존 최소 침습 방식보다 절반 가까이 가격이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광음향 측정 기기는 통상 데스크톱 컴퓨터만 한 부피를 가졌다. HME스퀘어는 레이저를 발사하는 부분과 초음파를 감지하는 부분, 이런 신호들을 처리하는 부분까지 모두 고도화하고 소형화했다. 강 대표는 “전 세계에서 비침습 혈당 측정기를 만드는 곳은 3∼4곳 정도가 더 있는데, 우리 제품의 정확도가 높고 상용화도 제일 빠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 축적한 지식 살려 ‘자기 일’ 하고파 51세에 창업
강 대표는 서울대 자연과학대 물리학과 86학번이다. 서울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삼성종합기술원으로 입사해 10년을 반도체 관련 연구를 했고, 이후 삼성디스플레이로 옮겨 10년가량은 디스플레이에 사용하는 반도체 소자를 연구했다. 광음향 기술은 반도체 표면의 3차원 구조를 분석하는 데도 쓰인다.
창업을 한 때는 2020년으로 만 51세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으로 뭔가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싶었다. 강 대표는 “40대 후반쯤 창업에 대한 생각을 시작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 그때는 창업을 하면 꼭 망할 것 같았다”고 했다. 자신이 창업을 했을 때 부족한 역량을 돌아봤다. 기술을 잘 안다고 하지만 가장 최신 기술인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해 자신의 연구 업무에 적용할 정도로 실력을 쌓았다. 다른 회사 사람들과 부대끼며 협상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외부 업체들과 새로운 설비를 만드는 업무를 자원해서 맡았다.
20년간 연구하고 개발한 분야 중에서 성공할 자신이 있는 분야를 모두 나열한 뒤 기술적 난이도와 투입될 자본 등을 고려해 적용 분야를 골랐다. 공동창업자이자 배우자인 임수아 서울성모병원 교수와 논의해 최종적으로 혈당 측정 분야를 선택했다.
강 대표는 “여러 투자기관이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더라도 매년 꾸준히 기술의 진척을 알려주는 노력을 했다”며 “덕분에 프리-A단계에서 임상시험을 위해 필요한 45억 원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같다”고 했다. 혈당 측정기는 향후 시계 크기로 소형화하고, 구독 모델로 판매하면서 혈당 데이터 플랫폼을 꾸릴 계획이다.
혈당 측정 이후 단계로는 헤모글로빈(빈혈), 콜레스테롤(고지혈증), 당화혈색소(당뇨병), 총단백(간기능) 등을 측정하는 기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누구나 일상에서 자신의 생체 정보를 간편하게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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