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약물·운동’이 원인, 치료 늦으면 치명적…‘아나필락시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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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1월 16일 0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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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은 A씨(35)는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겪었다. 그 희한한 경험은 복부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기 위해 조영제를 먹은 뒤 곧바로 일어났다.

“어라? 갑자기 얼굴이 따끔거리네?” 간호사가 건네준 조영제를 먹고 대기실에 앉아있던 A씨는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거울에 비친 A씨의 얼굴은 마치 피부병에 걸린 것처럼 넓은 범위로 울긋불긋 색이 변해 있었다.

얼굴뿐만이 아니었다. 팔, 몸통, 다리 할 것 없이 삽시간에 피부에 붉은 반점이 번졌다. 참을 수 없는 가려움도 함께였다.

증상을 간호사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A씨는 목이 칼칼해지고 숨도 거칠어졌다. 이를 본 간호사는 “아나필락시스”라며 의료진에 도움을 청했고, 주사를 맞은 A씨의 증상은 거짓말처럼 단숨에 가라앉았다.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는 쉽게 말해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말한다. 알레르기란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원인 물질(알레르겐)에 대한 면역 매개형 과민반응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원인 물질이 일부에서는 쉽게 과민반응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 알레르기에 대한 염증이 코에 나타나면 비염, 기관지에 나타나면 천식, 피부에 나타나면 아토피 피부염, 두드러기라고 일컫는다.

안진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우리 몸은 알레르기 원인 물질이 들어오면 IgE(면역글로불린 E)라는 항체를 만들어내는데 면역 반응을 일으켰던 물질이 다시 몸속에 들어오게 되면 염증세포 표면에 붙어 있던 IgE와 결합하면서 다양한 화학물질을 분비한다”며 “일부 사람들은 이 화학물질로 인해 급성 호흡곤란, 혈압 감소, 의식소실 등 쇼크 증세와 같은 심한 전신반응이 일어나는데 이것을 아나필락시스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아나필락시스는 피부 발진이 생기면서 가렵거나 목 안쪽과 혀가 부으며 호흡기, 순환기, 소화기 등 신체의 여러 부위에서 증상이 빠르게 진행한다. 또 아주 소량의 알레르겐에 노출돼도 생명을 위협할 만큼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원인 또한 아주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아청소년에게는 식품이 가장 흔한 원인이며 성인은 약물, 식품, 벌독, 운동 순서로 흔하게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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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중에서도 나이에 따라 흔하게 일어나는 원인이 다른데 소아청소년은 계란, 우유, 호두, 밀가루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성인은 새우, 해산물, 밀가루가 주원인이다.

약물 중에는 아스피린을 통한 소염진통제, 항생제, 조영제, 항암제가 주원인으로 나타나고 백신과 첨가제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운동도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할 수 있다.

안진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모든 음식물이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고, 특정 음식을 먹은 뒤 운동하면 반응이 나타나는 음식물 의존성 운동 유발성 아나필락시스도 있다”며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데에는 그 원인이 수만 가지가 있어 정확한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나타나면 가볍게는 얼굴이 따끔거리는 느낌이나 피부 또는 점막에 두드러기, 가려운 느낌만 들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 콧물, 코막힘, 호흡곤란과 천명(기관지가 좁아져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 호흡음), 저산소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혈압이 떨어지면서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어 두통이나 어지러움이 나타나며 심하면 정신을 잃거나 자신도 모르게 대소변을 보기도 한다. 목젖을 중심으로 후두 부위에 심한 혈관 부종이 생기면 기도가 막혀 질식할 수도 있다.

안 교수는 “아나필락시스의 무서운 점은 대개 30분 이내에 급성으로 증상이 발생하며 심하면 사망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라며 “실제로 지난 8월엔 일본의 신인 아이돌이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응이 나타난 즉시 치료하면 별다른 문제 없이 대부분 회복하지만 늦어지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자신이 어떤 알레르기가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레르기 원인은 상황을 파악하는 병력 청취와 알레르기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대표적으로는 소량의 항원을 피부에 떨어뜨려 반응을 확인하는 피부반응검사와 특이 lgE를 알아보는 혈액검사를 진행한다. 약물 알레르기가 의심되는 경우는 의심 약물을 먹어서 확인해보는 경구유발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안 교수는 “아나필락시스를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알레르기 물질을 멀리하는 것”이라며 “벌독 알레르기가 있으면 벌을 만날 가능성이 높은 활동을 하는 경우 에피네프린 주사를 처방받아 소지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상생활을 하면서 알레르기를 유발 물질을 피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럴 땐 면역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면역치료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알레르겐을 몸에 반복적으로 노출해 면역관용을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안 교수는 “면역치료는 팔에 주사를 맞는 피하 면역치료와 혀 밑에 약물을 녹여서 복용하는 설하 면역치료로 나뉘는데, 설하 면역치료는 집먼지진드기가 원인인 통년성 알레르기 환자, 피하 면역치료는 계절성 알레르기일 때 사용하게 된다”며 “대체로 3~5년은 시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치료 후 알레르기 증상이 없는 삶의 질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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