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x 한국기술벤처재단] 도약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한국기술벤처재단은 인큐베이팅, 엑셀러레이팅, 기술 마케팅, 글로벌 네트워킹 등을 지원하며, 기업의 가치와 미래를 창조하는 글로벌 기술사업화 전문기관입니다.
신선하고, 품질 좋은 재료는 완성한 음식의 맛과 품질을 보증한다. 오래 경험을 쌓은 실력 있는 요리사도 제대로 된 재료가 없다면 음식을 조리할 수 없다. 때문에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 좋은 식자재 확보는 필수다. 또한, 알맞은 식자재 양도 관건이다. 적으면 음식을 만들어 판매할 수 없고, 너무 많은 식자재를 주문해 남기라도 하면 고스란히 손해로 남는다. 때문에 소위 맛집이라고 불리는 식당은 대부분 식자재 관리에 진심이다.
하지만, 수많은 식자재 유통사 중 꼭 맞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농산품은 A 업체, 축산품은 B 업체, 수산품은 C 업체 등 식자재 품목에 따라 여러 식자재 유통사에 주문하고 받는 일도 부지기수다. 가끔 오배송된 식자재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당장 식당 영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재료가 없어 음식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딜리버리랩은 이처럼 식당에서 불편함을 겪고 있는 식자재 유통을 혁신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이에 IT동아가 이원석 딜리버리랩 대표는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복잡한 식자재 유통 구조, 물류비를 낮출 수 있다면?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딜리버리랩 소개를 부탁한다.
이 대표: 딜리버리랩은 외식업자를 위한 식자재 유통 플랫폼 ‘오더히어로’를 서비스하고 있다. 식당을 매일 식자재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어 판매한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신선한 식자재는 필수다. 때문에 안정적으로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만큼의 식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기를 원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복잡한 식자재 유통 구조 때문이다. 야채를 예로 들어보자. 산지에서 생산한 야채를 식당까지 운반하는 과정에는 많은 단계(경매, 도매, 소매, 시장 등)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수확한 야채가 시들지 않도록 보관에도 신경 써야 한다. 간혹 산지에서 바로 주문해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안정성을 답보하기 어렵다.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서울에 있는 고깃집이 충청도나 전라도 등 멀리 있는 지역 농가에 내일 필요한 만큼 상추를 주문하면, 원하는 시간에 맞춰 받을 수 있을까?
IT동아: 많이 어려울까?
이 대표: 어렵다. 일단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의 규모는 대부분 그리 크지 않다. 때문에 산지에서 다음날 바로 보낼 수 있을 정도의 물량을 만족하기 어렵다. 배송에 필요한 일정 물량을 만족하지 않을 경우,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클 수밖에 없다. 차라리 매일 새벽 도매시장에 찾아가 장을 봐오는 것이 낫다. 보편화되어 있는 택배 물류를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운반하는 과정에서 야채와 같은 신선식품이 변질될 수 있다. 식당은 식자재의 안정성과 적시성을 우선하는데, 이를 100% 만족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IT동아: 정리하자면, 식당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알맞은 식자재 양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 대표: 맞다. 때문에 개인이 운영하는 중소규모의 식당 대부분은 중소 식자재 유통사를 이용한다. 식자재 주문은 대부분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나 전화 등을 이용하는데, 오배송되는 일이 발생한다. 같은 식자재 유통사에 주문했는데도 A 브랜드의 상품이 B 브랜드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딜리버리랩은 이처럼 아직 산재되어 있는 식자재 유통의 불편함을 보다 편리하게 바꾸고자 한다.
오더히어로는 ‘식자재 유통을 혁신하는 영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동네 (식당) 사장님께 일어나는 매일의 고민을 우리가 해결할 수 있도록, 남들과 다르게 혁신하고자 한다.
도심 물류 센터를 활용해 동네 거점을 구축했습니다
IT동아: 외식업자, 그러니까 식당 사장님을 위한 식자재 주문 플랫폼인 셈이다.
이 대표: 사장님들이 편리하게 식자재를 주문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통을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기존의 유통 단계를 완전히 재편해 바꾸는 것은 아니다. 새롭게 설계했다고 말하고 싶다. 물류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최종적으로 식당 사장님이 평소에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듯, 오더히어로 앱을 설치해 식자재를 주문할 수 있다.
식당 사장님들이 요구하는 식자재를 유통하기 위해 서울시내 평균 40평 규모의 도심형 풀필먼트 센터(MFC, Micro Fulfillment Center)를 운영 중이다. 각 지점마다 운영하는 1톤 트럭은 3~4대 정도이며, 고객이 하루 장사를 시작하기 전 식자재를 안정적으로 배송하고 있다.
복수의 식자재 유통사 상품을 오더히어로가 통합 배송을 지원해 여러 식자재를 한 번에 배송하는 합배송을 지원하고 있으며, 가까운 MFC를 거점으로 불량 상품에 대해서는 당일 교환하고 반품 처리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또한, 프랜차이즈 전용 상품과 범용 상품을 한 번에 주문하고 배송받는 라스트마일 서비스도 제공한다.
IT동아: MFC를 거점으로 기존 물류망을 지역 거점으로 연결한 셈이다.
이 대표: 맞다. 서울시에 있는 식당에 배송하기 위해 경기도 외곽에 있는 여러 창고에서 각각 상품을 배송해야 하는 기존 물류의 단점을 개선했다. 그리고 오더히어로를 통해 식자재 유통사별로 다른 최소 발주 금액,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가격 등을 공개해 제공한다. 파편화되어 있는 식자재 유통사의 정보를 식당 사장님들에게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특히, 주문 물량이 적을 수밖에 없는 소규모 식당에게 유용하다. 식자재 유통사가 요구하는 최소 물량을 여러 소규모 식당의 주문을 한 번에 받아 MFC에서 통합해 처리한다.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소규모 식자재 주문을 MFC에서 모아서 처리하는 형태다. 이를 통해 자세히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기존 물류비용 대비 절반 이상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
우리 동네 식자재 해결사, 오더히어로
IT동아: 이해했다. 예를 들어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중소 규모 식당 100곳의 주문을 MFC에서 받아 처리해 최소 발주 물량, 중복되는 물류비(배달비)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비용을 낮췄다는 것 아닌가.
이 대표: 맞다. 그렇게 지역 거점을 하나씩 늘리는 형태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음… 우유 대리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웃음). 첫 시작 거점은 성수동이었다. 막 딜리버리랩을 설립했을 때 코로나19가 발생했는데, 그나마 살아있던 상권이 성수동이었다. 성수동 토박이로 오래 살아오며 지역을 잘 알고 있기도 했고…, 새로운 식당이 생기거나 기존 식당이 바뀌는 일도 많아 성수동에서 오더히어로를 테스트하며 경험을 쌓았다.
지역 거점 중심으로 운영하며 디지털 데이터(식당 주문, 식자재 유통사 연결, 배송을 위한 거리 계산 등)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작업과 함께 현장에서 식당 사장님들과 나누는 대화에도 집중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경험을 오더히어로에 녹이고 있다.
오더히어로가 추구하는 브랜드 슬로건이 ‘우리 동네 식자재 해결사’다. 오더히어로 MFC 거점이 식당 사장님들 동네라고 할 수 있는 바로 근처에 있지 않나. 그만큼 빠르게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며 식당 사장님들이 원하는 요구에 대응할 수 있다.
IT동아: 취급하는 식자재 상품이 궁금한데.
이 대표: 농산 가공식품에 집중하고 있다. 축산, 수산 식품은 보관과 유통 등에 여러 특수성이 존재한다. 현재 30개의 식자재 종합 및 전문 유통사와 협력하며, 20만여 개의 식자재를 납품하고 있다. 2020년 서비스를 선보인 뒤, 성수동 외식 자영업자 중 약 40%가 오더히어로를 이용하고 있다. 서비스 이용 고객은 7000명 이상, 보유 식자재 수는 22만 개, 서비스 지속 이용률 91.7%, 제휴 파트너사 30개, 연평균 매출 성장 297%, 서비스 만족도 94% 등의 성과를 거뒀다.
식당 사장님들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식자재를 받고, 보다 저렴하게 식자재를 구매할 수 있도록 연결하고 있다. 숨길 수도 없다. 오더히어로 앱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정보다. 다른 오픈마켓에서 가격을 비교하듯 주문하면 그만이다.
한정식집을 운영하며 쌓은 경험을 오더히어로에 녹였습니다
IT동아: 어떻게 딜리버리랩을 설립하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이 대표: IT 창업에 대한 꿈은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LG CNS에서 IoT 개발자로 일하기도 했었고…, 그러다가 지난 2017년 지인이 외식업을 함께 하자는 의견을 줘서 성수동에서 한정식집 ‘불백맨숀’을 운영했다.
그런데, 직접 한정식집을 운영하며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을 구하는 인력 채용부터 식자재 구매, 정산, 세무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산더미였다.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이 식자재 확보였다. 전화와 카톡으로 몇몇 식자재 유통사에게 매번 주문해야 한다는 것부터 불편했다. 이에 식당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견적을 비교하고 보다 쉽게 식자재를 발주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식자재를 공급하는 유통사와 식당이 만족할 수 있는 구매 솔루션을 이때 기획했다.
불백맨숀을 운영하며 겪었던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2019년 5월 딜리버리랩을 설립했다. 2020년 말에 성수동에 첫 MFC를 구축해 지역 기반의 오더히어로 서비스를 선보였고, 조금씩 성장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지난 2022년 5월, 바로고, 미래과학기술지주, 연세대학교기술지주, 신용보증기금 등으로부터 5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도 유치했다. 현재 MFC 거점을 늘리며 서울시 외에 경기도 시흥과 하남, 김포, 고양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 중이다. 이를 위해 시리즈B 투자를 준비 중이다. 참고로 지난 2023년 매출은 350억 원 규모다.
IT동아: 투자 유치는 지역에 MFC 거점을 구축하기 위한 자금 확보 때문인가.
이 대표: MFC 구축에 집중했다. 식자재 물량을 늘려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안정화 단계다. 효율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기 위한 단계로 접어들었다. 물류 효율화를 위한 고민이다. 물류 산업에서 아날로그적인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비효율, 고비용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하는 것과 같다.
최근에는 식자재 주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디지털 분배 솔루션(DAS)을 물류 인프라에 적용하며 유통 효율성 확보하고 있다. 수익성 개선과 물류 자동화를 위한 첫 단계로 AI 물류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서울에 있는 MFC(Micro Fulfillment Center) 10곳에 AI DAS를 시범 적용했다. 물류는 빨리 얼마만큼의 물량을 오차 없이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다. 협소한 MFC 센터 내 물량을 빠르고 정확하게 순환시키기 위해 AI 솔루션을 개발했다.
AI 솔루션 적용 후 MFC 현장 근무자의 P.P(Picking & Packing) 소요 시간은 기존보다 약 35% 단축했으며, 피킹 오류 발생률도 약 57% 감소했다. 또한, 인당 처리하는 주문량은 같은 시간 대비 약 128% 증가해 효율성도 높였다.
이외에도 오더히어로가 수집하고 활용하는 식자재 주문 데이터를 단순히 식자재 매출액이 아닌 주문 지역, 객단가, 업장별 CS 접수 이력, 요일별 매출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해 AI 솔루션에 적용했다.
IT동아: 이제는 안정화를 위한 단계에 접어든 것인가.
이 대표: 불백맨숀을 운영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식당 사장님들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딜리버리랩 설립 초기에는 혼자였지만, 이제는 50 명 이상의 직원이 함께한다.
딜리버리랩의 성장에는 한국기술벤처재단의 창업도약패키지와 같은 지원 프로그램의 도움도 컸다. 단순히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창업에 필요한 플로우나 경험 설계, 네트워킹, 인력 채용 등 많은 부분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는 스타트업 대표님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도 하고, 성장 동력을 얻으며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특히, 각 기업에 맞는 필요한 지원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요청하는 전문가를 연결해 주고, 홍보와 마케팅에 필요한 컨설팅, 투자 유치를 위한 IR 코칭을 비롯해 재무 설계 등에도 도움을 얻었다.
앞으로도 딜리버리랩은 우리 동네 사장님을 위한 해결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매일 걱정 없는 우리 동네 식자재 플랫폼 ‘오더히어로’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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