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말합니다. 미국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작가인 윌 듀란트는 저서인 ‘문명 이야기’에서 ‘3500년에 달하는 최근 인류의 역사 중 전쟁이 없던 시기는 270년에 불과하다’라고 할 정도로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변수’가 아닌 ‘상수’로 일어나곤 합니다.
모든 전쟁은 비극이지만, 또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깁니다. 적을 상대로 싸우는 용감한 영웅.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이별과 아픔, 고통 등 그간 인류가 저서에는 전쟁이 소재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 분야에서도 전쟁은 다양한 작품에서 등장하는 단골 소재입니다. 엄청난 규모의 병력과 당시 과학 기술력을 모두 쏟아 넣은 병기, 그리고 실제 역사라는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어 게임 소재로 적격입니다. 이에 무수히 많은 전쟁이 FPS(1인칭 슈팅 게임), 시뮬레이션, RPG 등 다양한 장르로 새롭게 재해석되기도 합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역사적인 전쟁 중 유독 게임에서 자주 재조명되는 전쟁이 있습니다. 1990년에 벌어진 ‘걸프전’, ‘3차 십자군 전쟁’(1189~1192), 유럽의 패권을 두고 격돌한 ‘나폴레옹 전쟁’(1803~1815) 등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전 인류사의 전쟁 중, 게임에 가장 많이 등장한 전쟁은 무엇일까요?
남북전쟁(1861~1865)- 50개 이상의 게임
미국의 16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에이브러햄 링컨의 당선으로부터 시작된 ‘남북전쟁’은 미국 남부와 북부의 격돌로 발생한 미 역사상 최후의(현재까지) 내전인 만큼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습니다.
특히 엄청난 내수 시장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발생한 전쟁이라는 점에서 이 ‘남북전쟁’은 시드 마이어의 ‘게티즈버그’와 같은 고전 게임부터, 2020년에 발매된 ‘그랜드 택틱시안: 더 시빌 워’ 등 현재까지도 무수히 많은 게임으로 등장하고 있죠.
1989년 ‘인포그램’이 개발한 ‘남북전쟁’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시뮬레이션 장르인 ‘남북전쟁’은 게임의 병종을 기마병, 보병, 포병 등으로 나뉘어 전투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보급기지와 보급로, 그리고 이민족(인디언)들의 습격으로 인한 변수 등 현재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의 기틀을 닦은 게임으로 유명합니다.
제1차 세계 대전(1914~1918) - 60개 이상의 게임
인류 역사상 최초로 벌어진 세계 대전인 ‘1차 세계대전’은 현대 전쟁의 흐름을 바꾼 역사로 기록됐습니다. 이 전쟁으로 모든 국민이 전쟁에 동원되는 총동원령이 처음으로 시작됐고, 압도적인 무기로 인해 발생한 엄청난 사상자, 그와 관련된 전술과 전략, 그리고 당시 최강대국이 모두 전쟁에 뛰어든 국제전이기도 했죠.
끔찍한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참호전과, 근대와 현대를 상징하는 전차와 기마대가 동시에 뒤섞여 전장을 누빈 이 기묘한 전쟁은 많은 게임에 영감을 주었는데요. 이 중에서도 전장의 참혹함을 다루는 게임 작품들이 다수 등장했습니다.
2016년 발매된 EA의 ‘배틀필드1’가 대표적인 게임입니다. ‘배틀필드1’ 속 전쟁은 그야말로 영웅도 희망도 없이 오직 죽음만이 가득한 전장을 대단히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생존 시간이 단 17시간에 불과했다는 연합군의 왕립 비행단 파일럿의 이야기나, 탱크의 등장으로 기존 전술이 모두 무용지물이 되어 희생되는 병사들의 모습은 ‘당신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겁니다’라는 프롤로그처럼 참혹한 전쟁의 민낯을 똑똑히 보여주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1939~1945) – 500개 이상의 게임
2차 세계 대전은 게임 업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소재입니다. 엄청난 규모의 병력과 당시 과학 기술력을 모두 쏟아 넣은 병기들이 전면에 등장해 현대전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고, 지상군와 해군, 공중전 등 전투가 가능한 모든 지형에서 싸움을 벌인 전쟁이기도 합니다.
특히 수많은 사료와 생존자들의 증언, 그리고 현재도 새로운 소식이 밝혀질 만큼, 역사상 가장 철저하게 연구된 전쟁이라 엄청난 자료를 지니고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은 실제 역사와 마찬가지로, 게임 개발사 간의 출시 전쟁도 벌어지는 소재인데요. 현재 수천 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배틀필드’, ‘콜오브듀티’ 등의 FPS 게임부터,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등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울펜슈타인’ 같은 대체 역사 게임까지 지금까지 수많은 히트작들이 이 2차 세계 대전을 소재로 다뤘습니다. 올해도 물론 다수의 작품이 출격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삼국시대(220-280) - 1,000개 이상의 게임
유비, 관우, 장비 삼 형제가 등장하는 중국의 ‘삼국시대’는 한나라 말기 위, 촉, 오 삼국으로 나뉘어 전쟁을 벌인 시대입닏다. 몇천 년에 이르는 중국의 역사 중 매우 짧은 시기이지만, 동아시아 최고의 소설인 ‘삼국지연의’의 무대인 만큼, 아직도 수많은 재해석이 이뤄지고 있는 전쟁이기도 한데요.
이 삼국지 게임은 일본과 중국, 그리고 한국과 대만까지 전략, 액션 RPG 심지어 연예 시뮬레이션 장르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게임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가 이 삼국시대를 가장 잘 표현한 게임으로 꼽힙니다. 1985년 처음으로 출시된 ‘코에이 삼국지’는 현대 삼국지의 이미지를 가장 잘 구축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예를 들어 촉나라는 녹색, 위나라는 파란색, 오나라는 적색 등 국가를 상징하는 색상이나, 긴 투구 장식을 한 여포, 젊은 미남자인 조운, 지도에서 표시되는 도시들의 위치 등 우리가 흔히 ‘삼국지’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 대부분이 이 코에이 삼국지에서 나왔을 정도죠.
이 코에이 삼국지는 지금까지도 출시되고 있고, 여전히 중국, 대만, 일본, 한국에서 등장하는 삼국지 기반의 게임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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