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매머드’ 멸종 시켰나…엄니에 남은 1만년 전 단서

  • 뉴시스
  • 입력 2024년 1월 20일 13시 41분


1.4만~1.7만년 전 매머드들의 유사한 생애…인간의 '사냥터' 영향인 듯
엄니 속 화학 원소 비율로 생애 분석…사냥+기후변화가 멸종 이끌어

1만여년 전 대부분 사라진 거대 포유류 ‘매머드’가 멸종한 가장 큰 원인이 인류였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매머드의 엄니에 남아있는 화학 흔적을 분석한 결과 매머드의 서식지 축소와 인류 거주지가 밀접한 영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미 고생물학계에서는 빙하기가 끝날 무렵 인간이 일부 지역에서 거대 동물의 멸종을 촉발했다는 설이 제기됐는데, 이같은 학설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20일 학계에 따르면 영국 셰필드할람대학교 연구진 등은 과거 알래스카 지역에서 서식했던 매머드들의 엄니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매머드나 코끼리의 엄니는 마치 나무가 성장하듯이 상아 층을 쌓아가며 자라난다. 그 과정에서 매머드 주변 환경, 섭취한 먹이나 물 등에 담긴 원소들이 엄니에 일종의 화학적 표식을 남기게 된다.

엄니에 담긴 원소들의 비율이 매머드의 생태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매머드 엄니에 겹겹이 쌓인 원소들의 특징을 분석하면 매머드 한 개체의 일생을 재구성할 수도 있다.

이번 연구는 1만4000년 전 살았던 암컷 매머드 ‘엘마’와 1만7000년 전 살았던 수컷 매머드 ‘킥’의 일생을 분석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킥은 빙하기의 절정기에 알래스카 내륙에서 서식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킥은 알래스카 내륙 저지대의 풀들을 먹으며 살아갔다.

반면 3000년 후 엘마가 태어났을 때는 빙하가 녹고 식생이 바뀌기 시작하는 빙하기의 쇠퇴기였다. 엘마 또한 알래스카 내륙에서 살아가며 서식지가 킥과 상당히 유사한 형태를 보였다. 하지만 엘마의 서식지는 킥보다 훨씬 좁았다. 식생이 바뀌면서 매머드가 선호하는 식물들이 더 추운 고지대에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엘마는 생애 대부분을 약 1000㎞ 떨어진 두 지역에서 보냈다. 한 곳은 알래스카 동부, 나머지 한 곳은 캐나다에 위치한 유콘 서부 지역이다. 이 두 지역은 1만4000년 전에도 인간이 살았다는 흔적이 다수 남아있는 곳이다. 엘마의 마지막 서식지인 ‘스완 포인트’에도 인간의 흔적들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킥과 엘마가 4000년의 격차를 두고 살았음에도 서식 패턴이 대부분 같았다는 점에 집중했다. 연구진은 이 두 매머드가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서식 패턴을 보인 이유를 두고 인간이 이들의 서식지 주변에 사냥터를 꾸렸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스완 포인트에서는 엘마에 앞서 어린 매머드들의 흔적이 발견된 바 있다. 이 어린 매머드들은 인간에게 사냥당해 죽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진은 엘마의 엄니 가장 바깥층에 있는 원소를 분석한 결과 엘마가 건강하고 영양이 풍부한 상태에서 죽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엘마도 인간들과 함께 서식했던 스완 포인트에서 사냥당해 죽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실제로 매머드는 천적이 거의 없는 동물이다. 매머드를 정기적으로 사냥하거나, 심지어 성체 매머드를 죽일 수 있는 천적은 사실상 인간이 유일했다.

매머드는 약 500만년 전부터 지구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매머드 종은 오늘날에도 가장 유명하고 친숙한 모습의 ‘털매머드’다. 털매머드는 극소수 개체를 제외하고 약 1만년 전 대부분 멸종했다.

그간 학계에서는 매머드의 멸종 원인에 대해 연구해왔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는 인간의 사냥 압력, 빙하기 종료로 인한 서식지 축소와 식량난 등이 매머드의 멸종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지난해에도 기후 변화와 인간이 야기한 산불·들불이 북미 지역 거대 동물의 멸종을 촉발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는데, 이번에도 유사한 결론이 나온 셈이다.

연구진은 “우리는 인간과 매머드의 공존을 살펴봤다”며 “인간이 사냥과 기후변화라는 두 가지 가혹한 압력을 동시에 가하면 결국 멸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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