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다이어트로 몸에 돌이?…소리없이 몸 집어삼키는 ‘담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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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2월 13일 0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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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웅 중앙대학교 광명병원 외과 교수가 12일 경기 광명시 중대광명병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황지웅 중앙대학교 광명병원 외과 교수가 12일 경기 광명시 중대광명병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A씨(29)는 최근 결혼을 앞두고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주 6일 고강도 운동을 하면서 칼로리를 최대한 줄인 단백질 위주의 식단으로 바꿨다. 하지만 A씨는 결혼을 코앞에 두고 진행한 건강검진에서 의사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담낭에 담석이 발견돼 6개월에 한 번씩 추적관찰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의사는 “지금은 증상이 없을 수 있지만 담석으로 인해 담낭염이 생길 수 있고 결국엔 담낭절제술을 해야 할 수 있다”는 소견을 남겼다. 그러면서 무리한 다이어트가 담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A씨에게 생긴 담석은 쉽게 말해 담낭이나 담관 등 담도계에 생긴 돌을 말한다. 간 아래쪽에 위치한 담낭은 간에서 생성된 담즙을 저장해두고, 이 담즙은 지방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이때 담즙 내 구성 성분이 담낭이나 담관 등 담도계에 응결되거나 침착돼 결성된 것이 바로 담석이다.

담석 등으로 인한 담낭절제술은 흔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이 받는 아주 흔한 수술이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2020년 담낭 절제술 건수는 약 8만6000건으로 맹장수술(7만8000여건)보다 많다.

하지만 A씨처럼 담석이 생겼다고 통증이 발생하는 건 아니어서 몸에 담석이 있는지 모르고 지내다 담낭염이나 담낭암으로 발전한 후 뒤늦게 담낭절제술 등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흔하지만 우리에겐 너무나 생소한 담석증의 모든 것을 황지웅 중앙대광명병원 외과 교수를 통해 들어봤다.

-담석은 왜 생기는 것인가.
로봇담낭수술에서 특수형광카메라로 확인한 담낭관(화살표). 황지웅 교수 제공
로봇담낭수술에서 특수형광카메라로 확인한 담낭관(화살표). 황지웅 교수 제공
▶담석의 주성분이 콜레스테롤이기 때문에 비만한 경우 잘 생긴다. 고지방식이나 음주 등 생활습관도 영향을 준다. 여성의 경우 임신한 경우나 피임약 등 호르몬제 복용으로도 생길 수 있다.

또 선천적으로 담낭의 운동성이 떨어지는 환자가 있다. 담낭이 잘 늘어나고 수축하고 반복을 해야 담즙이 왔다 갔다 원활하게 이동하는데 담낭 운동성이 떨어지면 담즙이 고이게 돼 결정이 만들어지기 쉽고, 이게 담석이 되는 거다.

심한 다이어트를 해도 잘 생긴다.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다이어트는 괜찮지만 극단적인 단식이나 검증되지 않은 다이어트 약들을 복용한다거나 이런 것들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담석이 생겼다면 무조건 담낭절제술을 해야 하는 건가.
▶담석은 증상을 일으키지 않으면 수술할 필요는 없다. 담석이 있다 하더라도 크기가 작든 크든, 개수가 적든 많든 증상을 안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간혹 매우 자그마한 담석 같은 경우 먹는 약으로 녹여볼 수는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우루사가 담석을 녹일 수 있는 UDCA라는 성분을 가지고 있어 시도를 해볼 수 있는데 효과가 좋지 않기 때문에 크기가 커지면 어렵다.

그래서 대개는 담석이 발견되면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하면서 담석이 더 커지지 않는지, 아니면 담석 때문에 만성적인 담낭염이나 담낭벽이 두꺼워진다거나 변화가 생기진 않았는지를 확인한다. 이런 변화가 생겼을 경우에는 수술을 해야 한다. 담낭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사인이기 때문이다.

또 담석이 담낭용종과 동반된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담석 때문에 용종이 악성화될 가능성이 있어 수술을 권유한다.

-담석증이 결국엔 담낭염과 담낭암으로 진행되는가.
▶담석 때문에 담낭염이 생길 수 있다. 쉽게 설명해보자면 담낭에 있던 담즙이 담도로 분비되는 과정에서 담낭관을 지나게 된다. 담낭관은 매우 가느다란 기관인데 간혹 담석이 그 담낭관을 막을 때가 있다.

담석이 담낭관을 막으면 담즙이 밖으로 못 나가고 안에 고이게 되다 보니 담낭이 팽창하게 되고 붓는다. 그게 바로 담낭염이다. 이렇게 담낭염이 생기게 되면 수술을 해야 한다.

간혹 이 담낭관에 끼었던 돌이 빠지기도 하는데 이 경우 증상이 호전되다 보니 담낭절제술을 안 하고 싶다는 환자도 있다. 하지만 담석이 사라진 게 아니다 보니 반복적으로 염증이 생기고 본인이 이를 자각하지 못하고 지나가면서 만성적으로 담낭에 염증이 생기면 담낭 세포에 변형을 일으키게 된다. 이 세포 변형이 잘못된 쪽으로 가게 되면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만성 담낭염이 있는 경우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요로결석을 체외충격파로 부수듯 담석을 부수는 방법은 없나.
▶종종 어떤 환자는 ‘요로결석처럼 부수면 되지 않느냐’고 묻기도 하는데 요로결석과 담석은 다르다. 요로결석은 가느다란 요관에 돌이 끼어 있기 때문에 어디로 이동할 수가 없어서 체외에서 초음파로 위치를 특정하고 부술 수가 있다.

하지만 담낭은 주머니다. 담낭에서 돌이 부유하고 있기 때문에 타깃해서 때릴 수가 없다. 만약에 담석을 부순다 하더라도 요로결석처럼 소변으로 잘 빠지는 게 아니고 결국에는 담낭관이나 더 아래 십이지장 들어가는 곳에서 걸리게 된다.

-수술을 해야 할 정도라고 느낄 만한 증상은 어떤 것이 있는가.
▶담석증 때문에 급성으로 담낭염이 생기면 복통이 심해 응급실을 찾아온다. 보통 자다가 통증을 느끼고 아침까지 참을 수 없다며 오곤 한다.

담낭은 명치 쪽에서 약간 오른쪽, 갈비뼈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담낭염이 생겨 통증이 발생하게 되면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담낭 위치가 아플 수도 있지만 명치가 아프다는 환자도 있다. 오른쪽 어깨나 등쪽에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이 부위들에서 통증이 생기려면 보통 간이나 담낭 때문인데 간은 웬만해선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 담낭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 경우 복부초음파가 가장 정확하다. 초음파로 돌이 있는지 확인하고, 돌이 있고 통증이 있다면 담낭염을 강력히 의심해야 한다.

-수술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대개 수술은 30분 전후면 끝난다. 만약 담낭염이 심한 경우 1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보통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을 하는데 담낭염이 너무 심해 도저히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을 할 수 없을 땐 개복술을 하기도 한다. 수술 후 이틀 정도면 퇴원한다.

그동안 여러 병원에서 근무해봤지만 담낭절제술이 맹장 수술보다 훨씬 많다. 알게 모르게 담낭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이 말을 역으로 생각해보면 수술을 받아도 일상생활에 불편함 없이, 아무 문제 없이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의 차이점은.
▶일단 로봇수술에 이용하는 기계가 수십억에 이르다 보니 수술비 차이가 크다. 다만 로봇수술이 더 안전하다.

로봇수술을 할 때는 특수 형광 염색약을 쓴다. 환자에게 이 약을 주사하고 로봇으로 카메라를 보면 담관이나 담낭관이 형광색으로 염색된 걸 볼 수 있다.

담낭 수술할 때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합병증이 담관을 절제하는 경우다. 담관 자체가 해부학적으로 변이가 많아 수술을 하면서 담관 손상이 생길 수 있다. 만약 담관이 잘리게 되면 잘린 담관에 장을 끌어올려 붙여줘야 한다. 잘리면 일이 커지는 거다. 하지만 로봇 수술을 하게 되면 변이를 확인할 수 있다. 카메라로 확인하면서 수술할 수 있어 담관 손상 가능성이 거의 제로가 되는 거다.

미용적인 부분도 있다. 복강경 수술은 전통적으로 복부에 3~4개의 구멍을 뚫고 한다. 하지만 로봇수술은 파여 있는 배꼽 안으로 피부를 절개해 구멍 하나만(단일공) 뚫고 하다 보니 상처가 거의 안 남는다. 단일공으로 하면 술기적으로도 훨씬 편하고 쉬워진다.

-병이 커지기 전에 병원을 찾을 수 있는, 몸이 보내는 신호가 있다면.
▶계속 명치 쪽이 체한 것처럼 아프다면 담석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으니 복부초음파를 하는 게 좋다. ‘그냥 체했나보다’ 하고 넘어가다가 나중에 초음파를 하고 나서 담석이 있는 걸 아는 경우가 많다. 또 오른쪽 갈비뼈 아래쪽이나 오른쪽 어깨나 등쪽으로 통증이 있다면 복부초음파를 해보는 좋다.

요즘은 이런 환자가 거의 없지만 나이가 많거나 체력이 떨어져 급성으로 담낭염이 진행돼 패혈증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이상이 있다면 조기에 검사를 받고 전문의와 상의해보는 것이 좋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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