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 소방관을 지켜라… AI가 연기 속 불길 찾고 로봇 대원이 물 뿌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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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첨단 소방기술 현주소

기다란 호스 형태의 소방 로봇 ‘드래건 소방대원’이 공중에서 물을 분사하고 있다. 일본 도호쿠대 제공
기다란 호스 형태의 소방 로봇 ‘드래건 소방대원’이 공중에서 물을 분사하고 있다. 일본 도호쿠대 제공
이달 초 경북 문경 식품 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 2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마로부터 인명을 구하는 소방관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소방 인력이 감수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장비가 적극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화재 현장 등 재난 상황에서 소방대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기술이 속속 나오고 있다. 불길 속에서 시야를 확보하는 장비, 진화 작업에서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방화복, 위험한 화재 현장에 대신 투입될 로봇 등이 최근 주목받는다. 개발된 기술들이 상용화된다면 소방관이 맞닥뜨리는 위험한 상황을 기계가 점차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불길 속 소방관 시야 확보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의 시야 확보를 도와주는 영상처리 기술을 개발하는 데 최근 성공했다. 자욱한 연기에 가려진 구조물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개발한 강동구 전기융합휴먼케어연구센터 센터장은 의료영상 진단 기기와 수술 장비의 화질을 개선하는 연구에 착안해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수술실에서 종종 발생하는 저조도 환경에서 현미경이나 내시경을 통해 시야를 확보하는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던 시각 강화 영상처리 기술은 실제 화재 현장에서도 높은 시야 확보 성능을 보였다. 지난해 말 중앙소방학교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입증됐다. 소방대원이 직접 검은 연기 속으로 진입해 시제품을 시험한 결과 목표물을 탐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27% 단축됐다. 실험에 참여한 소방대원의 90%는 시야 개선 효과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또 휴대성을 높이고 장비의 부피도 줄였다. 전력이 낮아도 실시간으로 정보 처리가 가능한 알고리즘 설계를 통해서다.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장비 부피를 줄인 덕분이다.

불이 일어난 지점을 정확히 찾아내는 열화상 카메라 기술도 개발됐다. 소방관들은 화재 현장에서 발원지를 찾는 도중 종종 위험에 처한다. 장애물을 넘어 불기둥을 쫓거나 불과 비슷한 형태를 가진 물체를 혼동하면서 위험한 현장에서 소모되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주백석 금오공대 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열화상 카메라 시스템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화염만을 정확히 인식한다. 다양한 화재 현장의 열화상 이미지를 학습해 화염이 연기에 가려지거나 빛이 없는 극한 환경에서도 불길을 찾을 수 있다. 불의 형상과 색상으로 온도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화염처럼 보이는 물체를 오인할 가능성도 적다. 시스템이 화염을 구별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선 객체 탐지에 특화된 인식 알고리즘이 사용됐다. ‘YOLOv7’이란 알고리즘은 대상의 탐지와 분류 작업이 동시에 이뤄져 인식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나아가 열화상 카메라 시스템이 찾아낸 불을 신속하게 진화할 수 있는 팬-틸트 시스템도 구축했다. 카메라가 얻은 이미지 정보를 바탕으로 목표물을 추적하는 이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2개의 모터를 각각의 축에 배치했다. 성능 시험에서 연구팀이 개발한 열화상 카메라 시스템은 50초씩 4번에 걸쳐 촬영된 화재 현장 동영상 총 2000프레임 중 단 2프레임에서만 인식에 실패했다. 팬-틸트 시스템은 움직이는 목표물을 추적하는 실험에서 5% 이내의 오차범위를 기록하며 우수한 성능을 확인했다.

● 화재 진압 로봇도 등장


화재를 진압하는 첨단 로봇도 발전하고 있다. 야마우치 유 일본 아키타현립대 시스템과학기술학과 교수 연구팀은 말 그대로 ‘하늘을 나는’ 소화 로봇을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4m 길이 호스 형태의 이 로봇은 원격조종을 통해 2m 높이로 비행한 채 공중에서 물을 분사한다. 이러한 모습이 마치 하늘을 날며 물을 뿜는 용과 같아 ‘드래건 소방대원’이란 별칭이 붙었다. 로봇은 최대 1MPa(메가파스칼)의 압력으로 초당 6.6L의 물을 뿜어낸다. 지난해 12월 국제학술지 ‘로봇과 AI 분야의 개척’에 게재된 연구 결과는 공학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위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출판됐다.

다만 소방관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첨단 장비 개발이 활발한 가운데 국내 소방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에 대한 투자 규모는 줄어들었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소방청의 R&D 사업비는 2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9% 감소했다.

#첨단#소방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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