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에서 디지털서비스법(DSA)이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각)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DSA는 플랫폼 기업에 ‘안전하고,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는 온라인 환경’을 만들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이다.
DSA는 디지털시장법(DMA)과 함께 빅테크 기업 규제를 쌍끌이하는 법안으로도 알려졌다. DMA가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 경쟁 행위를 막는다면, DSA는 플랫폼 기업들에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DSA에 따라 유럽 내 플랫폼 기업들은 불법·유해 콘텐츠, 가짜 뉴스, 서비스, 상품에 대응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불법·유해 콘텐츠나 가짜 뉴스 등이 확산하지 않도록 플랫폼 기업이 책임지고 빠르게 삭제하라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EU 집행위원회는 ‘엑스(트위터)’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가짜 뉴스 확산에 악용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엑스가 DSA를 제대로 준수했는지 조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맞춤형 광고를 위해 종교, 성적 지향, 민족 등 민감한 개인 정보를 활용하거나, 무료 체험으로 정기 결제를 유도한 뒤 해지는 어렵고 복잡하게 만드는 다크 패턴을 적용하는 것도 규제 대상이다.
투명성 확보도 의무다. 상품이나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이나 콘텐츠 삭제나 이용자 제재 등 조치 이유 등을 모두 밝혀야 한다.
DSA를 위반하면 연간 전 세계 매출의 최대 6%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다. 위반이 반복되면 EU에서 퇴출까지 가능하다.
구글(알파벳), 애플, 메타, 아마존, 틱톡(바이트댄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6개 빅테크 기업만 콕 집어서 규제하는 DMA보다 적용 대상이 더 광범위한 것도 DSA의 특징이다. 지난해 8월부터 우선 유럽 내 이용자가 4500만 명 이상인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과 검색 엔진에만 규제를 적용했지만, 17일부터는 적용 범위를 확대하며 본격 시행에 나섰다.
이에 따라 구글, 페이스북, 틱톡, 유튜브, 엑스(트위터) 등 거대 플랫폼뿐만 아니라 직원 50명 이상, 연간 매출액 1000만 유로(약 143억 원) 이상인 모든 디지털 서비스 사업자들이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 AP통신은 이베이, 온리팬스와 같은 서비스가 추가로 대상에 포함된다고 전했다. EU 집행위원회 추산에 따르면 1만 개 수준인 EU 내 플랫폼 중 10%에 달하는 약 1000여 개 서비스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EU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유럽’ 위원회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부위원장은 “이용자, 회원국 및 플랫폼은 이제 DSA를 통해 마련된 도구들로 더 안전하고 투명한 온라인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서 “이는 EU의 근본 가치와 원칙을 반영하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SNS 플랫폼 등을 통한 불법·유해 콘텐츠의 폐해가 커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비슷한 법안이 제정되는 모양새다. 호주는 지난 2020년 일찌감치 세계 최초로 사이버폭력 방지에 초점을 맞춘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Bill)’을 제정한 바 있다. 영국에서도 지난해 불법·유해 콘텐츠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할 의무를 부여한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Bill)’이 국회를 통과했다.
미국에서는 SNS가 아동을 성착취와 학대로부터 보호하도록 하는 '아동 온라인 안전 보호법(KOSA)' 추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31일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이 목소리가 극에 달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SNS를 통해 일어난 아동 성착취 범죄 책임을 추궁당한 뒤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 부모들에게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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