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뻔한 졸업식 축사를…모교 찾은 SK하이닉스 사장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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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2월 23일 14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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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이 23일 고려대학교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4.2.23. 뉴스1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이 23일 고려대학교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4.2.23. 뉴스1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선배로서 마음 깊은 축하를 드립니다.”

‘제117회 학위수여식’이 열린 23일 오전 10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 인촌기념관.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가 수백명의 고려대 졸업생과 가족들 앞에서 “여러분의 업적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렇게 축사를 시작했다.

어느 졸업식에서나 접할 법한 엄숙한 축사를 이어가던 곽 사장은 갑자기 “너무 뻔하고 틀에 박혔다는 생각이 혹시 들지 않으셨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사실 지금까지 내용은 인공지능(AI)인 챗GPT로 작성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강당에선 일제히 웃음이 터졌다.

곽 사장이 모교인 고대 졸업생들 앞에 챗GPT로 작성한 축사를 가져온 것은 ‘AI 시대’의 개막과 함께 전성기를 맞은 SK하이닉스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곽 사장은 “AI 시대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마 여러분들이 사회에 나가면서 맞을 가장 큰 첫 번째 숙제가 될 것 같다”며 “시대의 흐름에서 앞으로 더 빨라질 변화의 파도에 잘 올라타야 한다”고 당부했다.

SK하이닉스는 AI 시대를 미리 예측하고 이에 대응할 준비를 꾸준히 해왔다. 덕분에 AI 반도체의 필수 제품 ‘HBM(고대역폭메모리)’ 선두 타이틀을 쥐었다.

이날 곽 사장은 자신의 학창시절과 사회생활 등을 축사에 담아 후배들을 격려했다. 그는 고려대 재료공학과 84학번으로 고려대 대학원에서 재료공학 석·박사를 취득하고,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 입사한 후 줄곧 SK하이닉스에 몸담고 있다.

곽 사장은 “2000년대 초 채권단 관리하에 있었던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는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며 “반도체 치킨게임의 고통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신과 회사를 살리기 위한 어떤 방법이라도 찾아내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 덕분에 공정 수를 대폭 축소해 원가를 줄이면서, 칩 내부 구조와 회로설계 혁신 등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D램을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SK하이닉스의 DNA에는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혁신을 받아들이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그는 “때로는 망가지고 삶에 대해 절실한 애정으로 무장해 세상의 흐름에 올라타기도 해야 한다”며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낼 길은 있다는 믿음으로 자신만의 미래를 만들어 가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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