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밀로이드 단백질’ 더 많이 쌓여
뇌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영향
초미세먼지 심할 땐 자살률 급증
대기오염이 폐 질환 등 인체 장기뿐만 아니라 뇌 건강과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계절이나 날씨 변화에 따른 대기 순환이나 정체, 국내외 오염원 배출 등 다양한 원인으로 미세먼지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앙케 훌스 미국 에머리대 전염병학과 교수 연구팀은 대기오염에 많이 노출된 사람일수록 알츠하이머병 발병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22일 미국신경학회 ‘신경학저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교통수단으로 발생하는 대기오염 농도가 높은 곳에 사는 사람일수록 알츠하이머병 유발 원인으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더 많이 쌓여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사망 후 뇌 기증에 동의한 224명의 뇌 조직을 조사했다. 이들이 사망했을 때의 평균 연령은 76세였고 전부 미국 애틀랜타 지역에 거주했다.
뇌 기증자가 거주한 집 주소를 기준으로 교통 관련 대기오염 수준도 살폈다.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이하인 입자를 뜻하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집중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애틀랜타와 같은 도시 지역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은 교통 관련 PM2.5의 미세먼지이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오염 정도를 평가했다”고 말했다.
분석 결과 사망 전 1년간 기증자들의 평균 초미세먼지 노출 수준은 ㎥당 1.32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이었고 사망 전 3년간은 평균 1.35μg이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은 곳에 거주한 사람일수록 뇌에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더 많이 쌓여 있을 확률이 올라간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발병 관련 유전자 변이인 ‘APOE e4’가 있을 때 대기오염과 아밀로이드 단백질 사이의 연관성이 생기는지도 확인했다. 그 결과 APOE e4가 없이도 대기오염과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은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유전적 요인과 무관하게 대기오염과 같은 환경적 요인 자체만으로도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홍콩 중문대와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공동연구팀은 1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대기오염과 자살률 또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중국의 초미세먼지 농도와 자살률을 비교한 결과 중국이 대기오염 예방·통제 정책을 개시하고 4년이 지난 2017년 중국의 자살률은 2014년 대비 10% 감소했다. 국가 단위의 대규모 대기오염 저감 정책이 자살률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이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대기 현상인 ‘열 반전’이 일어날 때 일시적으로 자살률이 급증한다는 점도 발견했다.
초미세먼지가 뇌와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먼지 입자가 몸속으로 들어와 뇌의 화학 작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자들은 “대기오염이 신체는 물론 정신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며 “대기오염에 따른 뇌 질환 발생과 자살 위험 증가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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