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최고경영책임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오픈AI와 샘 올트먼 CEO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오픈AI가 인류의 이익을 위해 인공지능(AI)를 개발한다는 설립 당시의 목적을 저버리고 영리 목적의 회사로 변절했다는 이유다.
로이터 통신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머스크의 소장은 지난 목요일 캘리포니아주 고등법원에 접수됐다. 머스크의 요구는 오픈AI가 영리사업을 중단하고, 기술도 오픈소스로 공개하라는 것이다.
머스크는 앞선 2016년 그렉 브록먼, 샘 올트먼 등과 오픈AI를 공동 창업했으나, 2018년 이사회를 떠나면서 오픈AI와 관계를 정리했다. 머스크에 따르면 창업 당시 세 사람은 오픈AI를 인류 이익에 이바지하는 일반 인공지능(AGI)를 연구하는 걸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법인으로 만들기로 합의했다.
실제 오픈AI는 지금도 비영리 이사회의 지배를 받는다. 하지만 2019년부터 샘 올트먼 CEO 주도로 영리사업을 위한 법인을 따로 신설하고 급격한 영리화 물결에 올랐다. 이같은 오픈AI 행보가 비영리 법인을 만들기로 한 창업 당시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는 게 머스크의 주장이다.
머스크 측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관계도 문제 삼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19년 오픈AI에 10억 달러(1조 3310억 원)를 투자하며, 지분 49%를 확보했다. 표면적으로는 이사회에 의결권도 행사하지 않는 단순 파트너십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업계와 규제 당국은 보고 있다. GPT3와 GPT4의 라이선스도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으로 보유 중이다.
이를 놓고 머스크 측은 오픈AI가 사실상 마이크로소프트의 비공개 자회사이며, GPT4도 사실상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이라고 꼬집었다. 머스크 측의 주장은 미국, 유럽 등 각국 규제 당국의 의심과도 일치한다. EU 경쟁총국,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규제 당국도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의 투자 관계가 기업결합 심사는 피하기 위한 편법은 아닌지 따져보는 중이다.
다만 ‘영리화 반대’라는 머스크의 소송 명분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머스크도 오픈AI를 테슬라와 협력하는 영리 회사로 만들려 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로이터 통신 등은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머스크가 지난 2017년 오픈AI 운영권을 장악한 뒤 테슬라와 협력하는 영리 회사로의 전환을 시도하다 다른 창업자들 반발에 부딪혔다고 전한 바 있다.
머스크는 오픈AI를 떠난 이유로 자율주행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테슬라와의 이해상충을 이유로 들었지만, 그 이면에는 오픈AI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도 있었던 셈이다.
미국 매체 세마포는 오픈AI의 급격한 영리화가 머스크의 자금 지원 중단에 뒤따른 결과라고도 지적했다. 매체에 따르면 머스크는 당초 이사회를 떠난 이후에도 오픈AI에 수년에 걸쳐 10억 달러(1조 331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미 기부한 1억 달러(1331억 원) 외 추가 지원은 없었다.
오픈AI 측은 머스크의 소송을 시샘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통신 등은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가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문서에 “이번 소송이 이제 회사와 관련이 없게 된 머스크의 후회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본다”고 적었다고 보도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승소 가능성은커녕 소송 성립 가능성조차도 작게 본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보스턴 칼리지 로스쿨 브라이언 퀸 법학 교수는 머스크가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오픈AI의 설립 정관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퀸 교수는 또한 소송의 근거가 된 이메일 또한 단순 제안서와 일방적 논의로 보인다며 “계약이라고 주장하기에는 한참 모자라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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