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시간 단식하는 것을 간헐적 단식이라고 한다. 단식 기간을 넘기면 음식은 무제한으로 먹어도 된다. 반면 끼니를 거르지 않되 적은 양의 음식만 섭취하는 소식(小食), 즉 저열량 다이어트도 있다.
이 두 가지는 식사량을 얼마나, 어떻게 제한하느냐를 놓고 거론되는 대표적인 다이어트다. 어느 쪽이 더 효과가 좋을까. 이지원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성공했을 경우 두 다이어트 모두 의학적 효과가 있다. 어떤 방법이 좋은지를 따지기보다는 자신의 성향이나 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방법을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간헐적 단식, 먹을 때와 굶을 때 꼭 구분해야
간헐적 단식은 일정 시간만 공복을 유지하는 다이어트다. 하루를 기준으로 했을 때 16시간 공복을 유지하고 나머지 8시간 동안 음식을 먹는 방법, 14시간 단식하고 10시간 동안 먹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이를 1주일 단위로 확장했을 때는 보통 5일 동안 식사하고 2일 동안 굶는다. 식사하는 날에도 아침이나 저녁 식사 중 한 끼는 건너뛰어 공복감을 유지한다. 간헐적 단식의 응용 버전은 또 있다. 하루에 1끼만 먹는 1일 1식은 23시간 굶고 1시간 이내에 한 끼를 먹는 방법이다. 하루는 먹고, 다음 날은 굶는 격일제 다이어트도 있다. 이 교수는 “특정 방식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자신에게 맞는 것을 취하면 된다”고 했다.
섭취 열량이 크게 떨어지면 우리 몸은 생존하기 위해 기초대사량을 떨어뜨리고 지방을 더 비축하려고 한다. 하지만 짧은 기간 단식에는 이런 본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몸 안에 저장된 지방을 꺼내 에너지원으로 쓴다. 이 때문에 건강하게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간헐적 단식이 내세우는 장점이다.
간헐적 단식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먹을 때와 굶을 때를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14시간을 굶고 10시간을 먹겠다고 결심했다면 굶는 시간에는 아주 적은 간식도 먹어서는 안 된다. 만약 오후 8시부터 음식을 섭취하지 않았다면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는 철저히 단식을 지켜야 한다. 반면 먹는 시간에는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다만 이 경우 폭식해 버린다면 간헐적 다이어트는 실패할 확률이 커진다.
간헐적 단식을 처음 시도했을 때 어지러움, 두통, 피로감, 집중력 저하, 기분 변화, 근육량 감소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이 지속되면 단식 시간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게 좋다.
● 섭취 열량을 제한하는 소식
소식, 즉 저열량 다이어트는 섭취 열량을 제한하는 방법이다. 평상시 음식 섭취량의 70% 정도만 먹는다. 이보다 극단적인 형태도 있다. 하루 섭취 열량을 800∼1000Cal로 제한하는 것이다. 성인 기초대사량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섭취량을 줄이는 이 방법을 초(超)저열량 다이어트라고 한다.
저열량 다이어트의 성패는 영양 불균형을 얼마나 막느냐에 달렸다. 이 교수는 “저열량 다이어트는 단순히 섭취 열량을 줄이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영양소를 균형감 있게 섭취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크다”고 했다. 음식 섭취량만 맹목적으로 제한하지 않고 영양 균형을 맞춘 소식이라면 몸의 염증 반응을 줄이고 만성 질환과 암 진행을 늦추며 장수(長壽)에도 도움을 준다. 이 교수는 “음식량만 줄인다면 제대로 된 저열량 다이어트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특히 단백질 섭취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음식에 있는 단백질은 체내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아미노산을 제공한다. 체중 1kg당 단백질 0.8∼1.2g을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탄수화물도 적절히 먹어야 한다. 케톤증이나 심한 수분 손실을 막으려면 하루에 최소한 100g의 당질(糖質)은 먹어야 한다. 더불어 물도 충분히 마셔야 한다.
식사를 제한하다 보면 변비가 생기기 쉽다. 저열량 다이어트를 하려면 변비 방지책을 세워 둬야 한다. 이를 위해 식이섬유를 매일 20∼30g 정도 먹는 게 좋다. 식이섬유는 공복감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저열량 다이어트를 하려면 외식은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한다. 식당 음식은 한 끼니 열량이 1000Cal 내외인 게 많다.
추가로 음식 영양 성분에 대해 알아둬야 한다. 이 교수는 “하루 세끼가 아니라 네 끼로 음식을 나눠 먹어도 좋다. 다만 총 섭취 열량을 계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자기 성향에 맞는 법 골라야
어떤 다이어트가 내게 맞을까. 이 교수는 “최근 해외 저널에는 소식이 효과적이라는 논문이 실렸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이 논문 내용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다이어트를 골라야 성공한다는 것.
만약 스트레스를 받을 때 폭식하는 성향이라면 간헐적 단식보다는 저열량 다이어트가 더 적합하다. 간헐적 단식의 경우 단식 기간에 안 먹다가도 먹는 기간이 되면 폭식할 수 있다. 이 경우 간헐적 폭식이 돼 버릴 우려가 있다. 이런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줄이며 자주 적게 먹는 게 좋다.
간헐적 단식을 피해야 하는 사람은 또 있다. 임산부, 영유아, 18세 미만 청소년, 노인, 만성질환자, 당뇨병 환자, 암 환자, 간·신장·췌장 질환자, 급성 감염병 환자에게는 간헐적 단식이 권장되지 않는다.
저열량 다이어트는 대부분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노인, 만성질환자, 암 환자도 강도를 낮춘다면 할 수 있다. 다만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해야 하기에 이 다이어트를 권하지 않는다.
저열량 다이어트의 성공률을 높이려면 섭취하는 음식 열량을 비롯해 영양학 지식을 어느 정도는 갖춰야 한다. 또 매일 ‘식사 일기’를 쓰면서 섭취 열량을 파악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견디지 못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두 다이어트의 공통점도 있다. 이 교수는 “양쪽 모두 늦은 시간에 먹는 것은 피하도록 한다. 취침하기 네댓 시간 전부터는 안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식사할 때는 양질의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는 것도 비슷하다.
● 일회성 성공보다는 지속성이 중요
이 교수는 “두 다이어트 모두 꾸준히 이행하면 의학적 효과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반대로 어떤 다이어트든 극단적으로 하는 것은 피하라고 주문했다. 가령 체중을 더 감량하기 위해 단식 시간을 무작정 늘리는 것은 금물이다. 가장 먼저 수분이 빠지기 때문에 탈수 증세로 쓰러질 수도 있다.
이 교수는 “평생 지속할 수 있는가를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회성 성공이 아니라 지속적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평생 매일 음식을 400Cal만 섭취할 수 있다면 초저열량 다이어트를 해도 되지만 도중에 실패하면 요요 현상은 더 심해진다. 결과적으로 다이어트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체중 감량 목표를 지나치게 높여 잡는 것에도 이 교수는 반대했다. 간헐적 단식이든 저열량 다이어트든 단기간에 체중을 줄이려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 그는 “몸무게의 5%를 최소 3개월 이상 기간에 빼는 게 좋다. 고도 비만이라 해도 1주일에 0.5∼1kg 정도만 빼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상 뺐다가 요요 현상이 나타나면 더 비만이 되기 쉽고 나중에 대사질환이나 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이 교수는 “다이어트에 진심이라면 술부터 끊거나 절주(節酒)야 한다. 술뿐 아니라 함께 먹는 안주들이 대부분 열량이 높다. 소식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며 늦게까지 술을 먹기 때문에 간헐적 단식도 실패하게 된다”고 말했다.
운동은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이 교수는 “매주 3∼5회 유산소 운동, 2회 근력 운동은 현재 몸 상태를 유지하는 수준이다. 체중 감량을 원한다면 매일 1시간 정도는 운동해야 한다”고 했다. 숨이 차거나 상의가 땀에 젖을 정도로 운동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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