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만 했는데 복근이 생겼죠… 조만간 3시간 9분대도 도전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6일 12시 00분


“체력도 키우고 나른한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무작정 혼자 달렸어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이잖아요. 그런데 눈에 보이는 아무 운동화를 신고 달렸더니 주위에서 ‘조깅화나 마라톤화를 장만해 달리라’고 하는 겁니다. 그때 스포츠용품점을 찾았는데 마라톤화를 사는 사람들에게 10km 단축마라톤 참가권을 주는 이벤트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참가했죠.”
위하라 씨가 서울 남산을 달리고 있다. 2018년 나른한 일상 탈출을 위해 달리기 시작한 그는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17분36초에 달리는 ‘철녀’로 변신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아동복 디자이너 위하라 씨(37)는 2018년 계속 반복되는 야근에 체력이 떨어지자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기 붐이 일고 있었고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 시작했다고 했다. 6년이 지난 지금은 마스터스마라토너계에서 떠오르는 스타가 됐다. 3월 17일 열리는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 42.195km 풀코스에 출전하는 그는 “이번엔 3시간 15분 이내가 목표다. 그리고 싱글(3시간 10분 미만)을 향해 달리겠다”고 했다.

2018년 여름 달리기 시작해 그해 9월 열린 아디다스 마이런 서울 10km를 59분에 완주했다. 그는 “달리는 게 너무 재밌었다. 달리는 사람도 많았다. 정말 신기했다. 그래서 하프코스도 나갔고, 풀코스도 완주했다”고 했다. 학창시절 체육 시간을 좋아하긴 했지만 특별한 스포츠를 즐기진 않았다. 그런데 몸을 쓴다는 게 이렇게 큰 즐거움을 가져다줄지 몰랐다. 그는 달리기를 시작한 뒤 요가와 헬스, 등산, 패들보드, 클라이밍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고 있다.

위하라 씨가 포카리스웨트 프로그램에서 달리고 있는 모습. 위하라 씨 제공.
“전 달리기가 메인이고 다른 운동은 달리기를 잘하기 위한 보조 운동이라고 보면 됩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달리는 친구들이 다양한 운동을 즐기더라고요. 달리기가 하체 위주다 보니 상체도 단련시킬 필요가 있어서 요가와 클라이밍 등을 했죠. 일단 어떤 운동이든 하고 나면 몸이 개운해집니다. 기분도 좋아지고….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2019년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기록은 5시간4분22초. 그해 9월 아디다스 마이런 서울 10km에서는 1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를 했다. 위 씨가 10km에서 급성장하고 있어 대회 조직위가 페이스메이커를 맡겼다. 그의 10km 최고기록은 41분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땐 산으로 갔다. 실내 스포츠 시설은 물론 대부분 실외 시설이 폐쇄됐고, 마라톤 대회도 취소됐기 때문이다. 집(서울 관악구 신림동) 근처 관악산은 물론 도봉산, 북한산, 북악산 등 수도권 산에 올랐다. 서울 한강에서 패들보드를 타기도 했다. 그는 “패들보드 위에서 요가도 했다”고 했다.

위하라 씨가 서울 한강에서 패들보드를 타며 요가를 하고 있다. 위하라 씨 제공.
2022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마라톤 대회가 열리자 다시 출전했다. 그가 지금까지 완주한 풀코스는 모두 13번. 그중 최고기록은 지난해 11월 손기정평화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17분36초. 그는 “손기정평화마라톤에서 6위로 입상을 해 더 기억이 남는다. 다른 데는 1~3위, 혹은 5위까지 상을 주는데 이 대회는 6위까지 상을 줬다”고 말했다.

“제 풀코스 기록이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지난해 아디다스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기록이 좋아졌어요. 마라톤 국가대표 유승엽 코치님이 지도해주셨어요. 역시 전문가에게 배우니 효과가 좋네요. 올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을 앞두고는 포카리스웨트가 제공하는 훈련 프로그램에서 여자마라톤 국가대표 출신 권은주 감독에게 지도 받고 있어요.”

위 씨는 “친구들이 ‘이런 자세로 어떻게 좋은 기록을 내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는데 권 감독님도 자세 교정에 초점을 두고 가르쳐 주고 있다”고 했다. 마라톤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며 달려야 하는데 위 씨는 다소 통통 튀는 주법에 허리를 뒤로 제치며 어색하게 달린다고 했다. 권 감독이 그것을 바로잡아 주고 있다고 했다. 1997년 2시간 26분 12초의 여자마라톤 한국 최고기록을 세웠던 권 감독은 요즘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을 지도하고 있다.

위하라 씨가 서울 남산에서 달리기 전 몸을 풀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위 씨는 포카리스웨트 프로그램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함께 훈련하고 있다. 그리고 평일 스케줄을 받아 소화하고 있다. 그는 “권 감독님께서 시간주를 많이 줬다”고 했다. 주로 트랙에서 60분, 80분, 100분 달리기다. 거리에 신경 쓰기보다는 자세에 집중하며 달리는 것이다.

위 씨는 혼자 달리기도 하지만 지인들과 함께 질주하는 것을 좋아한다. 매주 목요일 저녁엔 여성마라톤 동호회 필레이디에서 달린다. 매월 첫 주 금요일은 ‘1987 RRR’, 매월 마지막 금요일 저녁에는 ‘톢톢’이란 동호회에서 달린다. 나머진 친구들끼리 편하게 달린다. 대회를 앞두고 훈련 과정에서 꼭 해야 하는 LSD(Long Slow Distance)가 아니면 보통 5~15km를 달린다. LSD는 30km이상 달리는 장거리 훈련이다.

위 씨는 요즘 젊은이들 달리기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이런 것 아세요. 젊은 친구들은 달리면서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로 지도를 만들어요. 일종의 GPS아트라고 하죠. 요즘은 스마트와치 등으로 달린 지역이 지도로 표시되거든요. 저도 코로나 19 때 혼자 달리면서 지도 정말 많이 그렸어요. 그리고 특정 날짜에 맞춰 달리기도 있어요. 3·1절엔 3.1km 혹은 31km, 광복절인 8·15엔 8.15km…. 친구 생일날 달리기. 예를 들어 5월 6일이라면 5.6km를 달리는 겁니다. 그냥 달리기보다는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며 달리죠. 정말 재밌어요.”

위하라 씨(오른쪽)가 지난해 슈퍼블루마라톤에서 가이드러너를 한 뒤 포즈를 취했다. 위하라 씨 제공.
달리면서 봉사도 많이 하고 있다.
“달리는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게 됐어요. 톢톢 러닝크루에서 연탄봉사를 4년째 하고 있어요. 시각장애인을 도와 함께 뛰는 빛나눔가이드러너로 활동하기도 했죠. 지난해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슈퍼블루마라톤에서 가이드러너를 했습니다.”

달리면서 많은 게 바뀌었다.
“원래 체중이 많이 나가는 체질이 아니라 체중엔 변화가 없는데 체력이 좋아졌어요. 무엇보다 그냥 달리기만 했는데 없던 복근도 생겼죠. 한마디로 건강해졌어요. 제가 원래 아침밥도 잘 안 먹고 아침잠도 많았는데 달리면서 아침형 인간이 됐어요. 마라톤 대회가 아침 일찍 열리니 안 먹고 뛰면 힘들잖아요. 그렇다 보니 억지로 아침밥을 먹는 습관도 생겼죠. 친구들과 새벽 달리기도 즐깁니다.”

위하라 씨가 달리면서 그린 GPS 지도를 사진에 표시했다. 위하라 씨 제공.
위 씨는 “향후 보스턴, 뉴욕, 시카고, 베를린, 런던, 도쿄 등 세계 6대 마라톤에도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달리기가 진짜 정직한 운동이라서 좋아요. 노력한 만큼 기록으로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더 달리게 됩니다. 함께 ‘의샤’ ‘의샤’하며 뛰는 분위기도 좋아요. 제가 원래는 펀런(즐겁게 달리기) 주의자였는데 최근 기록이 좋아지면서 기록에도 욕심을 부리고 있어요. 무엇보다 달리는 게 즐거워요. 평생 달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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