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마라톤 대회로 꼽히는 ‘바클리 마라톤’에서 최초의 여성 완주자가 탄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바클리 마라톤은 마라톤 42.195km 풀코스보다 긴 거리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 대회로 나침반 등 어떤 장비도 없이 산길이 대부분인 160km를 60시간 안에 완주해야 한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두 아이의 어머니 겸 수의사인 영국인 재스민 패리스 씨(41)가 3월 22일(현지 시간) 미국 테네시주 프로즌헤드 주립공원에서 열린 바클리 마라톤에서 제한 시간을 불과 99초 남긴 59시간 58분 21초에 결승점을 통과했다. 이날 35명의 참가자 중 패리스 씨를 포함해 5명이 완주했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혹독한 조건으로 2017∼2023년에는 단 1명의 완주자도 나오지 못했다. 패리스 씨를 포함해 역대 완주자가 20명인데 여성은 패리스 씨가 유일하다. 패리스는 2016년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을 완주하는 등 세계 각지 극한 마라톤에 도전해 완주했다.
#2. 김규만 굿모닝한의원 원장(66)은 1986년 처음 산악자전거(MTB)를 접한 뒤 40년 가까이 자전거를 타며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특히 그는 1994년부터 티베트 고대 왕국인 라다크를 MTB 타고 3회나 횡단과 종단을 시도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해발 3000~5000m 고개에 수없이 좌절했지만 약 800km를 달렸다. 이후 ‘세계의 지붕’ 티베트 고원 1800km도 종단했다.
중앙아시아의 타클라마칸 사막 종단, 4개의 거대 산맥을 지나가는 카라코룸 하이웨이 등도 MTB 두 바퀴로 달렸다. 100km 울트라 마라톤과 철인3종 철인코스(수영 3.8㎞, 사이클 180㎞, 마라톤 42.195㎞)도 수 차례 완주했다. 그는 “고통이 극에 달하면 희열이 된다. 그것을 한번 느끼면 못 잊는다. 한의사가 참 답답한 직업이다. 매일 진료 봐야 하는 쳇바퀴 도는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뻔한 일상에서 재밌게 일탈하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저를 끝까지 몰아붙이는 것, 정말 정신이 번쩍 나는 일이다”고 말했다.
#3. 마케팅 전문가 김지원 씨(39)는 지난해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입문한 뒤 다양한 대회에 출전해 입상했다. 지난해 4월 성남누비길 40km에서 5위(6시간12분), 6월 거제 100K 50km에서 4위(8시간5분), 9월 금수산 21km에서 3위(3시간52분)를 차지했다. 10년 넘게 사이클을 탔던 그는 “유럽의 알프스 산맥 170km를 달리는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 대회인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에 참가하겠다”고 했다.
그는 “‘산 100km를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때 직접 해보면 된다. 고통을 참으면 더 큰 기쁨이 찾아온다. 완주하면 자신감도 치솟는다. 고통은 몇 시간이지만 완주의 기쁨은 몇 년, 혹은 평생에 걸쳐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극한에 도전하는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마라톤 풀코스를 비롯해 사막 250km를 6박7일간 달리는 세계 4대 마라톤(사하라사막, 고비사막, 아타카마사막, 남극마라톤), UTMB, 그리고 50km 100km 트레일러닝 등에 참가자들이 몰리고 있다. 오래전부터 극한의 대명사인 철인3종 철인코스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다.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에서도 이런 극한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많이 썼다. 그들은 “그냥 좋아서” “극한을 넘어서면 더 큰 기쁨이 찾아온다”고 했다.
도대체 이렇게 힘겨운 싸움을 왜 하는 것일까? 스포츠 심리학자인 김병준 인하대 교수에게 물었다. 김 교수는 “최고 난이도의 인간 수행력을 보여주는 도전이다. 이런 도전은 하루아침에 도전하거나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고 의지가 필요하다. 심리학적으로 네 가지 정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첫째가 자기효능감이다. 김 교수는 “이런 도전을 하는 사람은 자기효능감이 무조건 높다. 자기효능감은 도전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스스로의 믿음인데 실제 성공을 가장 잘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꾸준한 반복 훈련으로 최고 난이도 과제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스스로 만들어 둔다. 자기효능감이 높고 생각이나 행동도 그렇게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기효능감은 매일 매일의 작고 꾸준한 훈련으로 키운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가 자기결정성, 즉 내적 동기가 높다. 김 교수는 “외적인 이유로 도전을 하면 일시적으로 가능할 수는 있지만 이처럼 최고난이도에 도전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그는 “내면에서 나오는 강한 동기, 즉 자신이 스스로 하겠다고 결정했을 것이고, 힘든 신체적 퍼포먼스 그 자체를 어느 정도 즐기고 있을 것이다. 자기 스스로가 하겠다고 결정을 내렸고, 그 활동에 도전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성향이다”고 말했다.
세 번째가 통제감의 전이다. 이런 사람들은 최고난이도에 도전하고 성취해낸 자신감으로 삶과 직업에서 돌파구를 찾는다. 김 교수는 “내가 무엇을 해낼 수 있다는 통제감(sense of control)이 도전과 성취에서 얻어지고, 이 통제감으로 삶을 살아가므로 행복도, 삶의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네 번째는 그릿(Grit) 성격. 그릿은 성공과 성취를 이루기 위해 중요한 요소로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끈기 있는 태도”를 말한다. 김 교수는 “최고난이도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성격적으로 그릿 소유자일 것이다. 회복 탄력성, 내적 동기, 끈기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 수행의 영역이다. 한 번 마음 먹으면 몇 번 좌절이나 어려움이 있어도 결국 탁월한 성취를 해내는 성격의 소유자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김규만 원장은 “고통이 극에 달하면 희열이 된다”고 했고, 김지원 씨는 “고통을 참으면 더 큰 기쁨이 찾아온다”고 했다. 이들이 극한에 도전하는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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