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KESIA)는 중기부 주관 민간주도형 예비창업 지원 프로그램 ‘시드팁스(Seed TIPS)’의 주관 기관이다. 시드팁스는 민관 협력 창업 프로그램 TIPS의 이전 단계 지원 프로그램이다. 전문성을 갖춘 민간 운영사 7곳(인포뱅크, 프라이머 시즌 5, 앤틀러코리아, 소풍벤처스, 엔슬파트너스, 탭엔젤파트너스, 와이앤아처)이 스타트업의 창업팀 구성부터 시드 투자 유치까지 초기 단계 성장을 책임지고 지원한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2023년에 공개한 ‘2022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22년 폐기물 발생량은 1억 8645만 톤에 달하는데, 이 중 음식물류 폐기물은 1000만 톤에 달한다. 가축 분뇨와 유기성오니류 등이 포함되어 있는 혼합배출 비중을 더하면 실제 유기성 폐기물 비중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폐기물의 약 87% 정도는 재활용이 진행되지만, 유기성 폐기물처럼 활용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소각이나 매립 등으로 처리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소각 및 매립되는 유기성 폐기물은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 소각하면 유해 가스가 발생하고 매립하면 지하로 침투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악취와 해충도 문제다. 정부에서는 여러 해결 방안을 제안하고 있지만, 유기성 폐기물은 매년 약 4% 가량 증가 추세를 보여 뚜렷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예쓰바이오는 골칫거리인 유기성 폐기물을 친환경 처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자체 개발한 미생물을 전용 설비에 넣어 처리하는 방식이다. 흔한 방식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처리된 유기성 폐기물은 물과 수증기, 가스 등으로 배출되며 부산물까지 퇴비로 활용 가능하다. 예쓰바이오가 제안한 유기성 폐기물 처리 방식과 관련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성범 대표를 찾아갔다.
처리 어려운 유기성 폐기물, 미생물에서 답을 찾다
IT동아 : 예쓰바이오라는 기업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이성범 대표 : 예쓰바이오는 2023년 1월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일상생활, 산업 전반에서 발생하는 모든 유기성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미생물과 기계 설비를 연구ㆍ개발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미생물은 소프트웨어, 기계설비는 하드웨어라 볼 수 있다. 우리는 창업 전에도 유기성 폐기물 처리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왔다. 미생물 관련해서는 약 9년 정도 실험을 진행했고 설비 시스템 또한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양한 형태로 개발을 진행한 상태다.
IT동아 :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라고 표현하는 것이 흥미롭다. 그렇다면 둘은 각각 어떤 역할을 하며 기존 방식 대비 차별화된 요소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성범 대표 : 강점이라면 시간이다. 자체 개발한 미생물은 음식물 쓰레기부터 도축 부산물과 사체, 하수 슬러지, 분뇨 등 모든 유기성 폐기물을 약 2~3시간 내에 물로 분해할 수 있다. 이후 설비 시스템을 통해 24시간 이내에 맑은 물과 탈취기를 거쳐 수증기를 방출하는 구조다.
예로 도축장은 발효기에 미생물을 섞어 15일 정도 발효분해(Compositing)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문제는 악취가 심하고 분해된 부산물을 퇴비로 바로 쓰지도 못해 일반폐기물로 처리해야 된다. 이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든다. 반면, 예쓰바이오의 유기성 폐기물 처리 시스템은 하루면 처리할 수 있다. 부산물 처리도 용이하다.
미생물은 대부분의 유기성 폐기물을 분해한다. 가축의 털이나 일부 무기물질은 남는 데 주기적으로 청소하면 된다. 도축장 같은 경우 98% 정도 처리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설비는 미생물이 최적의 활동을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내부는 약 50도 정도 유지되며 유기성 폐기물과 미생물을 섞어주는 장치가 계속 회전하면서 분해 활동을 촉진한다.
IT동아 : 극적인 시간 단축은 물론이고 결과물 역시 눈에 띈다. 예쓰바이오의 유기성 폐기물 처리 시스템을 적용했거나 실제 시험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성범 대표 : 2022년 9월 경에 부경양돈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부경양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축장으로 하루에 돼지를 약 4500마리, 소는 약 1000마리 정도 도축할 수 있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 하루 약 100톤 이상이다. 여기에 예쓰바이오의 공법을 소개한 바 있다. 처음 1톤 규모로 처리 가능한 장치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결과가 좋았다. 이때 부경양돈 측에서 폐기물을 하루 100톤 정도 처리할 수 있다면 좋겠다 제안한 게 5톤 처리 장비를 개발한 계기가 됐다.
5톤 처리 장비를 20대 구성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시제품을 개발해 2023년 2월, 부경양돈 자원순환팀 주차장에 설치하고 테스트를 진행했다. 사실 5톤이면 그 양이 엄청나다. 그런데 이것이 2~3시간 만에 분해되고 다음 날 바로 5톤의 유기성 폐기물을 투입해 분해를 진행하니까 부경양돈 관계자들도 놀라더라.
부경양돈 내에서 나오는 폐수량이 하루에 5000톤 가량이다. 여기에서 또 나오는 탈수된 폐기물이나 슬러지 케이크 등이 나오는데 이것을 설비에 넣어 돌려보니 처리가 잘 되었다. 이후 소멸 테스트, 수질 테스트, 대기 테스트 등 여러 테스트를 다 진행했다. 설비에서 나오는 물이 내부 폐수처리장과 만났을 때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테스트했고 결과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얻었다. 결과에 만족한 부경양돈 측과는 올해 1월에 계약을 진행했으며 5톤 처리장비 20대를 제작 중에 있다. 제작 공정이 약 50% 정도 완료된 상태다.
부경양돈 조합원 중 돼지를 사육하는 428호 농가 조합원이 있다. 여기에서도 관심을 보여 장비 시연을 진행한 바 있다. 돼지 농가도 운영 중에 여러 문제로 사체가 많이 나온다. 과거에는 이것을 땅에 묻거나 염산ㆍ황산 등 화학적으로 녹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환경ㆍ방역 문제로 인해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축사나 관련 시설은 사체를 처리할 수 있는 장비를 구비해야 된다. 문제는 이를 잘 처리할 수 있는 공법이 없는 상황이라 사체를 냉동고에 보관한다든지 분해를 대행하는 렌더링 업체에 돈을 주고 맡긴다. 그래서 지난해 6월 경에 500kg 장비를 만들어 시연했는데 관계자들이 원했던 장비라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대한 관심, 행동과 결과로 보여주고 싶었다
IT동아 : 유기성 폐기물 처리기(탈취기)를 개발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이성범 대표 : 개인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기후변화가 2010년 이후 이슈가 아니던가? 나부터 실행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후변화 아카데미 1기를 수료했다. 기후변화 아카데미를 수료하는 과정에서 지구 환경을 살릴 수 있는 유기성 폐기물 처리를 고민했다.
어느 날 우리나라 환경부 정책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을 본 것이 기억난다. 처음에는 사료화를 진행했는데 하다 보니 전염병이 많이 생겼다고 하더라. 다음은 퇴비다. 지자체가 퇴비를 만들기 위해 건조 작업을 거치는 데 문제는 우리나라 음식 대부분 염분이 많다. 고염도 상태에서는 썩지 않는 상태가 장시간 지속된다. 이것을 농가에서 퇴비로 쓸 수 없다. 반면에 매립하자니 침출수부터 시작해 토양 오염과 악취 등이 발생한다.
유기성 폐기물은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고 우리가 음식을 안 먹을 수 없다. 음식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음식물 외에도 우리나라는 가축 분뇨 비중도 크다. 우리나라가 1년에 7000만~8000만톤의 유기성 폐기물이 나오는데 이 중 86%인 6000만톤 정도가 가축분뇨다. 이 막대한 양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고민이다. 네덜란드는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려고 한 사례로 꼽는다. 과거 네덜란드는 돼지를 많이 키웠다가 현재는 절반 수준인데 토지 오염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심각성을 느끼는 단계다.
지금 환경부는 사료와 퇴비에 이어 바이오 가스에 집중하고 있다. 이것도 문제다. 바이오 가스는 가스와 메탄 가스만 추출하는데 잔여 소화액은 또 재처리해야 된다. 가스 자체도 불순물이 많아서 이를 활용하기 위한 후처리 작업이 필요하다. 결국 여러모로 비용이 수반된다.
동두천의 한 바이오가스 생산 기업을 가봤다. 물어보니 발생하는 가스 중 35%만 에너지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판매하지 못해서 버린다고 하더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것이 이유다. 친환경 정책을 펼치는 것은 좋으나 여러 요소를 놓고 꼼꼼히 검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입된 비용 대비 채산성이 낮으면 쓸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예쓰바이오가 개발한 기술은 경제성과 환경적 공법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개발했던 처리공법은 유기성 폐기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물과 수증기 등이 배출되는데 아무래도 악취가 농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악취를 없애기 위한 탈취기를 만들자고 생각해 개발을 시작했다. 개발한 미생물을 여러 차례 뿌리는 구조를 고안했는데 테스트를 해보니 악취와 물이 배출되는 양이 줄었다.
친환경적 부분이 중요하니 여러 실험을 전문기관에 의뢰했다. 대기 중에 황화수소나 이산화탄소 등이 다수 검출되는지, 분해된 부산물을 퇴비로 쓸 수 있는지 등을 알고 싶었다. 확인한 결과, 대기 중에 황화수소와 이산화탄소 등은 검출되지 않았다. 또한 퇴비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도 만족하는 것으로 나왔다. 중요한 부분은 부숙이다. 식물과 토양에 안정적 반응을 나타내는지 여부를 말하는데 우리는 이것이 가능하다. 이걸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이 개정된다면 충분히 농가에서 활용 가능하리라 본다.
IT동아 : 예쓰바이오의 장비는 미생물이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 어떤 특징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성범 대표 : 비슷한 장비야 있지만, 처리 결과는 다르다. 먼저 미생물(YBK-38)은 단일 균주가 아니라 전분, 단백질, 지방 분해에 특화된 복합 균주라는 점이 특징이다. 30여 종류의 미생물 군으로 구성됐다. 일반 전염성 균은 70도 이상 가열하면 사멸하는데 고온에서도 사멸하지 않고 살아 있다. 다만 활동하지 않다가 일정 온도에 도달하면 다시 활동하는 식이다. 영하에 달하는 초저온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부 내염성균은 염도 12% 환경에서도 활동한다.
유기성 폐기물 소멸 외에 수질ㆍ대기까지 처리하는 종합환경회사 꿈꿔
IT동아 : 창업하고 기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다.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을 극복한 사례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을까?
이성범 대표 : 2023년 1월에 설립했지만, 법인 설립 수년 전부터 계속 테스트하며 철저히 준비했다. 특허 등록도 6건을 진행한 상태다. 사실, 개인이 마음먹고 진행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다. 우리도 지금의 5톤 규모 설비를 설계하고 제작하기까지 큰 비용이 들었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음은 물론이다. 이 모든 것을 지원 없이 자체 비용으로 해왔다. 특히 미생물이 최적의 활동을 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설비가 있는데 미생물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설비 개발 과정이 쉬운 게 아니었다. 5톤에 달하는 유기성 폐기물을 계속 섞어줘야 하는데 샤프트 축에 가해지는 부담이 엄청나다. 동물성 폐기물은 기름이 많아 저항이 더 커진다. 처음에는 금속 강도를 최대한 높였는데도 그 무게와 저항을 버티지 못하고 엿가락처럼 휘더라. 현재는 이 부분이 개선된 상태다.
IT동아 : 개발 과정에서 한국초기투자협회 시드팁스를 알게 된 것 같다. 예쓰바이오는 어떤 도움을 받았고, 그 도움이 만족스러웠는지 궁금하다.
이성범 대표 : 운영사를 통해 시드팁스 지원 제안을 받았고 자연스레 알게 됐다. 시드팁스 지원금을 통해 탈취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응축기로 물을 배출했는데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냄새까지 잡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시드팁스의 지원금은 도움이 됐다. 결과적으로 개발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생각한다.
기업 운영 전반에 대한 도움도 있었다. 멘토링 프로그램, 업계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네트워킹 등을 지원받았다. 사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를 지원할 때 가산점이 부여된다는 부분이다. 지난해 투자활동(IR)을 시작했는데 예쓰바이오가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고 투자 유치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시드팁스의 지원이 있어 가능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4월에는 팁스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IT동아 : 예쓰바이오의 향후 목표가 궁금하다.
이성범 대표 : 현재 도축장을 대상으로 시작한 상태지만, 궁극적으로는 대형 식품 가공회사, 지자체 음식물 처리 분야 등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유기성 폐기물이 나오는 곳이라면 모두 고객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다음으로 우리 공법에 기초한 유기성 폐기물 처리 방식을 표준화하는 게 꿈이다. 낮은 투자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노릴 수 있는 데다 공법 자체가 짧고 간단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표준화가 목표다. 검증은 필요하지만 길게 보고 싶다. 유기성 폐기물 소멸하는 것 외에도 수질과 대기까지 처리할 수 있는 종합환경회사로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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