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때리기 25년, 체중도 25년째 75kg… 다이어트 필요 없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4일 12시 00분


고양=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고양=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나이 20년 이상 차이 나면서도 동등하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있을까? 체력 기술 등을 감안한다면 축구 야구 농구 등 거친 스포츠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배드민턴은 달랐다. 박청호 고양배드민턴클럽 고문(74)은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20년 넘게 젊은 후배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다.

박청호 고문이 경기 고양배드민턴클럽에서 셔틀콕을 치고 있다. 2000년 배드민턴에 입문한 그는 매일 3시간 가까이 회원들과 함께 운동하며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고양=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박 고문은 2000년 배드민턴을 치기 시작해 올해로 25년째로 접어들었다. 젊었을 때 태권도를 2단까지 땄고, 서른 후반부터 조기 축구를 즐겼다. 딱 50세가 되던 해 우연히 배드민턴을 접한 뒤 평생 스포츠가 됐다.

“어느 날 지나가다 비닐하우스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분을 봤어요. 셔틀콕을 넘기는 게 쉬워 보였죠. 제가 운동에서는 한 가닥한다고 생각하니 좀 우습게 봤죠. 라켓을 달라고 해서 쳐봤는데 쉽지 않았죠. 셔틀콕 맞추는 것도 어려웠고 세게 치는 것도 안 됐죠. 그래서 오기가 나서 치기 시작했죠.”

매일 아침 배드민턴장으로 향해 2~3시간 셔틀콕을 쳤다. 실력이 쉽게 향상되지는 않았다. 한 3개월 친 뒤 경기도 고양시 대회에 나가 간신히 1승을 했다. 아마추어 동호인대회는 연령대별 수준이 D~A조까지 나눠져 있는데다 복식과 혼합복식 부문만 열려 실력 못지 않게 파트너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우승하기까지는 5년이 넘게 걸렸다. 박 고문은 “우리 땐 C조부터 시작했다. C조 첫 우승이 5년 걸렸고, A조까지 가는 데는 7년 정도 걸렸다. 각 조에서 우승해야 한 단계 올라간다”고 했다.

박청호 고문이 경기 고양배드민턴클럽에서 포즈를 취했다. 박 고문 뒤에 지난해 열린 제34회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 배드민턴 혼합복식 70대부에서 금메달을 딴 것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고양=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지금까지 각종 대회에서 딴 메달만 20여개다. 금메달이 대부분이지만 은메달 동메달도 있다. 박 고문은 지난해 열린 제34회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 배드민턴 혼합복식 70대부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 대회는 시 대표로 선발돼야 출전할 수 있는데 박 고문이 처음 선발돼 금메달까지 따 기억에 남는다.

박 고문은 “파트너를 찾기 위해 이사까지 가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뭐 어떤 대회든 잘하기 위해선 자기 실력만 좋아선 안 됩니다. 파트너의 실력도 좋아야 합니다. 같은 동호회에서도 찾기도 하지만 소문 듣고 다른 동호회에 가서 쳐본 뒤 계속 호흡을 맞추기 위해 이사 가는 사람도 있죠. 전 그렇게 까지는 하지 않지만 다른 동호회에 실력 좋은 분 있으면 기꺼이 호흡을 맞추기는 합니다.”

배드민턴은 얼마나 해야 고수가 될까?
“배드민턴은 운동 신경을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도 필요하지만 연륜이 중요합니다. 힘과 기술보다도 얼마나 쳤느냐가 곧 실력입니다. 들어가기 전에 상대를 분석해야 하고 상대의 플레이에 따라 전략 전술을 변경하면서 해야 합니다. 다양한 잔기술도 써야 하죠. 최소 5년은 꾸준하게 쳐야 좀 친다는 소리 듣습니다.”

박청호 고문이 경기 고양배드민턴클럽에서 셔틀콕을 치고 있다. 고양=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박 고문은 배드민턴을 잘 치기 위해 매일 새벽부터 몸 이곳 저곳을 돌려주고 스트레칭으로 풀어준다. 그는 “언제든 라켓을 휘두를 수 있는 몸을 만든다. 나이 들수록 몸이 굳어지기 때문에 관절을 잘 돌려주고 근육을 풀어준다”고 했다. 3km짜리 가벼운 아령으로 팔과 어깨 근육도 강화시킨다.

이런 노력 덕분에 아직 단 한 번도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배드민턴과 테니스, 탁구 등 라켓 종목의 경우 무리하면 팔꿈치와 어깨에 이상이 온다. 한쪽을 많이 쓰는 편측 운동이라 반대쪽 근육 보강 등 꾸준하게 관리해야 부상을 막을 수 있다. 경기 때 전후좌우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특히 무릎에도 무리를 줄 수 있다. 박 고문은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고 등산도 많이 하며 하체도 단련하고 있어 아직 무릎도 괜찮다”고 했다.

박 고문은 고양배드미턴클럽 최고수다. 그는 “전 40, 50대랑 쳐도 지지 않을 자신 있다”고 했다.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3시간 이상 배드민턴을 친다. 늘 선수들 플레이를 보고 연구해 응용한다. 그는 “과거 남자 국가대표였던 하태권을 좋아했고, 지금은 여자 국가대표 안세영 경기를 놓치지 않고 본다”고 했다.

박청호 고문(왼쪽)이 한 배드민턴 대회에서 입상한 뒤 포즈를 취했다. 박청호 고문 제공.
“어떤 운동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예측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지를 예상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제가 셔틀콕을 넘겨준 것에 따라 상대의 반응이 나오기 때문에 어떻게 올지 예상이 가능합니다. 먼저 움직여야 상대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오판을 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동안 경험상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선 예상이 가능합니다. 저의 장기는 드라이브를 날린 뒤 리턴 오는 것을 푸시로 밀어 넣어 상대를 제압하는 것입니다. 배드민턴에서 느끼는 희열은 큰 대회에 나가서 셔틀콕을 쳤는데 그게 제가 마음먹은 곳으로 들어갔을 때입니다.”

박 고문은 배드민턴을 치면서 체중 75kg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배드민턴은 지속적인 체력, 빠른 풋워크 등이 필요한 전신운동으로 근육 발달, 유연성 강화 등에 도움이 되면서, 다이어트에도 큰 도움이 되는 스포츠다.

박청호 고문(오른쪽)이 한 배드민턴 대회에서 입상한 뒤 포즈를 취했다. 박청호 고문 제공.
박청호 고문(오른쪽)이 한 배드민턴 대회에서 입상한 뒤 포즈를 취했다. 박청호 고문 제공.
배드민턴의 운동강도는 7MET(Metabolic Equivalent) 정도로 고강도에 해당된다. MET는 체중 1kg이 1분 동안 사용하는 산소소비량 mL를 의미한다. 우리 근육 세포는 근수축을 위해 에너지를 소비할 때 산소를 쓴다. 신체가 특정 활동을 할 때 산소를 많이 소비하면 그만큼 에너지를 태우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은 산소 1L를 소비할 때 5kcal의 에너지를 태운다. MET 개념을 잘 알면 어떤 활동을 할 경우 우리 몸이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소비하는지를 알 수 있다.

1MET는 3.5mL다. TV 시청과 수면이 1MET 활동이다. 70kg인 사람이 10분 TV 시청을 하면 얼마의 에너지를 소비할까? 3.5(mL)X1(MET)X70(kg)X10(분)=2350mL. 이는 2.35L이고 1L는 5kcal을 소비하니 2.35X5=12.24kcal. 70kg인 사람이 TV를 10분 시청하면 12.24kcal을 소비하는 셈이다.

70kg 체중인 사람이 배드민턴을 친다면 20분에 171.5 kcal을 소비하게 된다. 경기장 너비가 6.1m이고 거리가 6.7m인 박스 안에서 빠른 움직임을 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소모하는 에너지량은 더욱 많다. 이런 이유로 약 20~25분 정도가 소요되는 1게임을 하게 되면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게 때문에 체중감량에 매우 좋은 운동이다.

박청호 고문(오른쪽)이 한 배드민턴 대회에서 입상한 뒤 포즈를 취했다. 박청호 고문 제공.
박청호 고문(오른쪽)이 한 배드민턴 대회에서 입상한 뒤 포즈를 취했다. 박청호 고문 제공.
박 고문은 고양배드민턴클럽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그는 “전국에서 가장 가족적인 분위기로 운영되는 곳”이라고 했다. 배드민턴클럽의 경우 150명 이상이면 1부, 100명 미만이면 2부다. 배드민턴 수준이 아니라 단순히 규모로 평가하는 기준이다. 그는 “우리 클럽은 100명이 안 돼 2부다. 다른 클럽은 200~300명, 큰 클럽들은 800명까지 되는데 너무 많아 서로를 알기가 어럽다. 우리 클럽은 인원이 적은 대신에 모든 회원들의 얼굴을 다 알고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게 초보자들 대우입니다. 대부분의 클럽에선 실력 있는 회원이 초보자들과 난타를 잘 쳐주지 않아요. 실력이 늘지 않기 때문이죠. 우린 달라요. 저부터 솔선수범해 초보자들에게 난타를 쳐줍니다. 그래야 초보자들도 재미를 느끼고 클럽에 애정을 가지게 됩니다. 배드민턴은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어요.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고양시 고양동 토박이인 박 고문은 고양배드민턴클럽 회장까지 역임한 뒤 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여기가 제 평생 놀이터다. 누워있지 않고 라켓을 들 수 있는 힘만 있으면 나와서 회원들과 어울려 칠 것”이라며 웃었다.

박청호 고문이 경기 고양배드민턴클럽에서 셔틀콕을 치고 있다. 2000년 배드민턴에 입문한 그는 매일 3시간 가까이 회원들과 함께 운동하며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고양=김동주 기자 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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