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떨어뜨린 음식을 재빨리 주워 먹으면 위생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이른바 ‘5초 법칙(룰)’은 믿어도 되는 속설일까.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두 명 중 한 명은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먹어도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의사 겸 저술가 서메드 머저 박사는 이 속설이 정확하지 않다며 최근 틱톡 게시물을 통해 경고했다.
머저 박사는 과학자들이 나무, 타일, 카펫 등 다양한 표면에 떨어뜨린 음식으로 박테리아가 옮겨지는 것을 조사한 결과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살모넬라균과 세균성 장염의 원인인 캄필로박터균 같은 해로운 박테리아 군집이 ‘바닥에서 최장 4주 동안 생존’ 가능하며 타일에 음식을 떨어뜨리면 ‘즉시’ 99%의 군집이 옮겨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머저 박사가 언급한 사례는 미국 클렘슨대 식품과학과 폴 도슨 교수 팀이 이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진행한 연구의 성과다.
2007년 도슨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살모넬라균과 캄필로박터균 같은 유해 세균이 최장 4주 동안 바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도슨 교수팀은 건조한 식품(빵) 또는 습기 있는 식품(볼로냐소시지)으로 바닥의 세균이 얼마나 빨리 옮겨 붙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음식이 바닥에 오래 머물수록 전이되는 박테리아 양도 많았다. 타일 표면에 음식을 떨어뜨리면 그곳에 서식하는 세균의 99%가 순식간에 음식으로 달려들어 군집을 형성한다.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나무 바닥에서는 50%가 몰려와 군집을 이룬다. 반면 카펫바닥에서는 음식을 5초 안에 집어 들었을 때 박테리아 군집의 0.5%이하만이 음식으로 옮겨진다.
군집의 전이는 음식이 바닥에 오래 머물수록 증가한다. 따라서 카펫 이외의 바닥에서는 ‘5초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2016년 미국 럿거스 대학교의 식품과학자 도날드 샤프너 교수와 그의 제자 로빈 미란다도 ‘5초 법칙’의 허구를 밝혀냈다. 그들은 음식이 박테리아로 덮인 표면 위에 오래 있을수록 더 많은 박테리아가 달라붙지만, 음식이 바닥에 닿자마자 이미 충분한 양의 박테리아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수분이라는 점을 알아냈다. 그들은 더 다양한 음식으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수분이 많은 음식이 마른 음식보다 더 많은 박테리아를 끌어들인다는 것을 밝혀냈다. 카펫이 깔린 표면은 실험에 사용한 박테리아 용액을 흡수하기 때문에 타일 등과 비교해 음식에 더 적은 박테리아를 옮겼다.
머저 박사는 동영상 캡션에서 일부 해로운 박테리아는 최장 4주 동안 바닥에 서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살모넬라나 캄필로박터 같은 침입성 박테리아는 오염된 음식이나 물 또는 감염된 동물이나 표면과 접촉한 것을 섭취할 경우 질병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박테리아는 위장관에서 생존하고 증식하며 가벼운 위장염부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질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 같은 경고에도 ‘5초 법칙’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워 먹기 때문이다. 건강한 면역체계를 갖춘 사람이 비교적 깨끗한 환경에서 ‘5초 법칙’을 따를 경우 해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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