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덥지만 아침저녁으론 선선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무심코 저녁에 먹고 남은 음식을 상온에 보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밥이나 파스타 같은 곡물 음식을 이렇게 뒀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쌀에는 바실러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라는 박테리아의 포자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바실러스 세레우스는 설사와 구토를 유발할 수 있는 독소를 방출할 위험이 있다.
미국 워싱턴 대학교 공중보건대학의 에밀리 호비스 교수는 “(세레우스 균)은 초기 조리 과정에서 포자로 살아남으며, 밥을 실온에 방치하면 독소를 생성하게 된다”며 “따라서 (밥을) 재가열해도 식물성 세포는 죽지만 독소는 파괴되지 않는다”고 지난 3월 워싱턴 의대 매체(Right as Rain)에서 설명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약 6만3400건의 바실러스 세레우스 균 관련 질병이 보고되고 있다. 이른바 ‘볶음밥 증후군’으로 알려진 이 균은 밥 외에 파스타, 삶은 감자 등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에서 잘 번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김밥에서 종종 검출된다.
바실러스 세레우스가 만들어내는 포자는 135℃ 이상에서 4시간 동안 가열해도 사멸하지 않으며, 건조식품에서도 장기간 살아남을 수 있다.
‘볶음밥 증후군’이라는 이름도 볶음밥 재료인 찬밥이 바실러스 세레우스 증식에 가장 적합한 환경이라는 데 기인했다. 바실러스 세레우스의 증식 온도는 섭씨 7~60도다. 이 균이 방출하는 설사형 독소는 56℃에서 5분이면 불활성화 하지만, 구토형 독소는 열 저항성이 강해 126℃에서 90분간 가열해야 없앨 수 있다.
호비스 교수에 따르면 세 바실러스 세레우스가 뿜어낸 독소가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면 6~12시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개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2008년 벨기에의 한 대학생이 상온에 며칠간 방치했던 파스타를 먹고 사망한 사례가 있다.
대부분 24시간 이내에 회복하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밥을 지으면 밥통에 보관하거나, 냉장 보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밥은 상온에서 2시간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밀폐된 용기에 냉장 보관하더라도 3~4일 이내에 소비해야 한다.
아울러 파스타 등 곡물이 원료인 음식은 조리를 했더라도 냉장보관해야 한다.
‘2·4 법칙’을 따르는 것도 방법이다. 냉장고에서 꺼낸 지 2시간 된 음식은 다시 냉장고에 넣고, 상온에서 4시간이 지난 음식은 세균 증식이 시작되었으므로 버리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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