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실패도 모두 함께 해결… NASA에서 평생 우주 연구 자부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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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소행성’ 탐사선 궤도 계산하는 고다영 NASA JPL 연구원
외국인 연구자도 전폭적 지지… 오랜 꿈 이루게 돼 늘 심장 뛰어
개청 앞둔 한국의 우주항공청도… 소속 연구자 자부심 갖게 해주길

‘프시케’ 위치를 계산하는 고다영 NASA JPL 한국인 연구원. 고다영 제공
‘프시케’ 위치를 계산하는 고다영 NASA JPL 한국인 연구원. 고다영 제공
금속이 풍부해서 ‘보물 소행성’으로 불리는 ‘프시케’ 탐사를 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10월 13일 탐사선 ‘프시케’를 발사했다. 탐사선이 목적지까지 잘 도착할 수 있도록 궤도를 계산하고 디자인한 한국인 연구원이 있다. 고다영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연구원이다.

최근 영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한국 우주항공청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NASA JPL 연구원들은 우주 관련 연구를 평생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의 우주항공청 역시 입지가 핵심은 아니다. 우주항공청 소속이 주는 자부심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연구원은 2029년 도착 예정인 프시케의 궤도와 위치를 지금도 계산하고 있다고 했다. 프시케는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 지대에 있는 소행성 ‘16프시케’를 채우고 있는 철, 코발트, 백금, 니켈 등 각종 광물을 조사한다. 이 광물의 경제적 가치는 1000경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 연구원은 아주대를 나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항공우주공학 박사 과정을 졸업하고 2016년 인턴십을 시작으로 NASA JPL에서 일하고 있다. NASA는 그의 오랜 꿈이었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천체 관측회, 과학캠프에 다니면서 목성과 토성을 자주 관측했다”며 “그때부터 목성에 닿기를 간절히 열망했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기하학과 역학을 활용해 우주에서 3개 물체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꿈꿨던 기간이 길었던 만큼 어려운 점이 없었냐는 질문에 고 연구원은 “여전히 심장이 뛰는 일이라 고된 것들을 잊고 산다”고 답했다. 그에 따르면 NASA는 외국인에게 관대한 곳은 아니다. NASA 일이 안보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외국인이 참석할 수 없는 회의, 외국인이 들어갈 수 없는 건물이나 서버가 있을 정도다. 이런 어려움이 있음에도 고 연구원은 “그외엔 차별이 없어서 마음껏 우주 연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NASA 근무의 최대 장점으로 고 연구원은 “평생 우주 연구 최전선에서 일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고 연구원에 따르면 NASA JPL엔 우주에 푹 빠진 사람들이 많다. 길 가다가 우연히 만나 각자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 보통 몇 시간이나 떠드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는 “30년 이상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아 ‘평생 직장’이란 생각도 강하다”며 “머리 긴 사람, 찢어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 만큼 복장도 자유롭다”고 했다. ‘한국판 NASA’를 꿈꾸는 우주항공청이 5년간 계약한 뒤 최대 10년까지 연장하는 채용 조건을 내세우고 있어 고용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우주항공청이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도우면 좋겠어요. 제가 있는 NASA JPL 연구실은 이른바 ‘잘나가는’ 정보기술(IT) 기업에 비하면 최신 시설을 갖추고 있지도 않지요. 다만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우주 연구를 하도록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NASA의 장점으로 ‘실패를 한 사람만의 일이 아닌 전체의 과제로 보고 해결하려는 분위기’를 꼽았다. 그는 “지난해 프시케 미션이 누군가의 잘못으로 발사 몇 달을 남기고 미뤄지게 됐다”면서 “그럼에도 동료들이 그를 지적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건지 회의를 계속하고 문제를 결국 빠르게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 ‘NASA에서는 한순간의 실패로 좌천되지 않고 동료들끼리 서로 이끌어준다’는 생각이 들어 일에 믿음이 더 생겼다”고 말했다.

#고다영#nasa jpl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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