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호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50대 이후 배뇨장애, 노화에 가까워… 과민성 방광-전립샘비대 원인 많아
약물치료-생활습관 개선 병행해야… 소변 색깔로 질병도 예측 가능
너무 자주 소변을 보는데 건강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로 달려가야 하는 문제를 고칠 수는 없을까. 소변을 다 봤는데도 남은 소변 방울이 흘러 속옷을 적시는 게 혹시 병일까. 기침만 해도 소변이 새어 나오는 건 어찌해야 할까.
50대 이후가 되면 많이 생기는 배뇨 장애다. 장인호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50대 이후 배뇨 장애는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 경우가 많다. 감추지 말고 드러내 치료해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하루 8회 이상 소변보면 빈뇨
배뇨 장애는 크게 △소변을 저장할 때 △소변을 볼 때 △소변을 본 후 장애로 나눈다. 이와 별도로 요실금과 야뇨증도 배뇨 장애로 구분한다.
소변 저장 장애 중 가장 흔한 것이 빈뇨다. 빈뇨는 모든 배뇨 장애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보통 성인은 하루 대여섯 번, 매회 300mL가량 소변을 본다. 이 배뇨 횟수가 하루 8회 이상으로 늘어난다면 빈뇨로 볼 수 있다. 밤잠을 자다 발생하는 야간뇨, 갑자기 요의를 느끼는 절박뇨, 소변볼 때 요도나 방광 주변에 통증을 느끼는 배뇨통도 소변 저장 장애에 해당한다.
소변볼 때 장애는 방광이 막혔을 때 주로 발생한다. 전립샘 비대증이나 요도 협착이 원인일 때가 많다. 따라서 요도가 짧은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대체로 △소변 줄기가 가늘어졌거나 △몇 초가 지나서야 소변이 나오거나 △소변 줄기가 끊어졌다가 다시 나오거나 △배에 힘을 잔뜩 줘야 소변을 볼 수 있거나 △소변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해당한다. 소변 줄기가 가늘어진 세뇨증은 전체 배뇨 장애의 30% 정도로 빈뇨에 이어 두 번째로 환자가 많다.
소변을 본 후 잔뇨감이 있거나 오줌 방울이 새며, 곧바로 다시 요의가 생기는 경우는 배뇨 후 장애다. 장 교수는 “이 중 오줌 방울이 새는 현상이 중년 남자에게 종종 일어나는데 병이라기보다는 노화에 더 가까우니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날 때는 고환과 고환 사이를 손가락으로 눌러주면 요도에 남은 소변이 배출된다.
요실금은 방광에 있던 오줌이 흘러나오는 병을 말한다. 나이가 들면서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배의 압력(복압)이 올라가면 소변이 나오는 복압성 요실금 환자가 많아진다. 갑작스럽게 소변이 흘러나오는 절박성 요실금 환자도 적잖다. 잠자다가 요실금이 생기면 야뇨증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 “과민성 방광, 약물 치료하면 증세 개선”
배뇨 장애 원인을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빈뇨만 하더라도 당뇨병이나 과도한 수분 섭취가 원인일 수 있다. 낮에는 빈뇨가 없는데 밤에 야간뇨가 생긴다면 심부전증 조짐일 수도 있다. 또 절박뇨 증세가 급격하게 심해졌다면 방광염이 원인일 수도 있다. 40대 이전에 배뇨 장애가 나타났다면 방광결석이나 요로결석도 의심된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과민성 방광(여성)이나 전립샘 비대증(남성)이 원인일 때가 많다. 빈뇨의 예를 들어보자. 원래 방광은 소변이 차야 넓어진다. 소변이 차지 않을 때는 요의를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방광의 탄력성이 줄어들면 예민해지면서 약간만 차도 ‘다 찼다’고 인식한다. 이 때문에 소변이 자주 마려워진다. 남성은 조금 다르다. 일단 전립샘이 비대해지면서 문제가 생긴다. 커진 전립샘이 방광을 자극하고 그 결과 방광이 예민해지면서 요의를 느끼는 것.
요실금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과민성 방광이다. 정상적이라면 방광에 소변이 차더라도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 수십 분을 참은 뒤 소변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방광이 이 통제를 벗어나는 바람에 소변이 나와 버린다.
방광을 튼튼하게 해야 배뇨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 과민성 방광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약물 치료를 하더라도 완치를 기대할 수는 없다. 약물 치료 목적은 증세 개선에 있다. 이 때문에 약물은 복용할 때만 효과가 나타난다. 먹다가 끊으면 증세는 다시 악화할 수 있다. 장 교수는 “고혈압 약처럼 평생 먹는다는 생각으로 약물 치료를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약물 치료 효과는 보통 2주째부터 나타난다. 또 6개월 이상 지속하면 만족스러운 치료 효과를 얻는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가 과민성 방광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꾸준히 약물 치료한 환자의 하루 평균 배뇨 횟수는 11.7회에서 8.3회로 줄었다. 절박뇨는 8.2회에서 2.2회로, 절박성 요실금 또한 2.2회에서 0.1회로 크게 줄었다. 장 교수는 “약물이 많이 좋아져서 수술이나 시술까지 가지 않아도 증세 개선에 뚜렷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 건강한 배뇨 습관 만들기
약물 복용만으로는 근본적 치료가 되지 않는다. 장 교수는 “약물 치료를 하면서 생활 습관을 교정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가 발표한 7대 건강 수칙을 따를 것을 추천했다.
첫째,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걷기 같은 운동이 추천된다. 운동을 하면 골반을 지탱하는 근육이 발달하면서 방광을 튼튼하게 한다. 반대로 과체중은 방광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둘째, 알코올이나 카페인은 삼간다.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이런 물질들은 모두 방광을 자극한다. 셋째, 매일 물을 6∼8잔 마시는 등 충분한 수분을 섭취한다. 변비는 잦은 소변을 유발한다. 따라서 배변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섬유질을 섭취한다. 넷째, 배뇨 일지를 작성한다. 얼마나 소변을 보는지, 소변량은 어느 정도인지, 불편함은 없는지를 일기처럼 적다 보면 빈뇨, 야간뇨 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섯째, 소변을 참기 어렵다면 평소 방광 훈련을 한다. 소변이 마렵다고 여겨지면 일정 시간 동안 소변을 참는 것. 처음에는 짧은 간격으로 시작해 점점 시간을 늘리면 소변을 더 잘 참을 수 있고, 규칙적인 배뇨에 도움이 된다.
여섯째, 골반 근육 체조(케겔 운동)를 한다. 양쪽 다리를 벌리고 앉아 방귀를 참는다는 생각으로 항문을 당겨 조여준다. 1부터 5까지 세고 나서 힘을 풀어준다. 수축할 때 숨을 참지 말아야 하며 아랫배에 손을 대고 힘이 들어가는지 확인한다.
일곱째, 배뇨 장애와 관련된 증세가 있다면 전문가와 상의한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그만큼 효과가 빨라진다. ● 소변 상태를 보면 병이 보인다?
소변 상태로 개략적으로나마 비뇨기계 질환을 가늠할 수 있다. 일단 소변에서 악취가 난다면 방광염이나 요로감염에 걸렸을 확률이 높다. 달짝지근한 냄새가 난다면 당뇨병 검사를 해 보는 게 좋다. 다만 냄새를 세밀하게 구별하기 쉽지 않아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냄새보다는 소변 색깔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편이 낫다. 소변은 투명한 노란색을 띠어야 정상이다. 이 색깔이 미세하게 달라졌을 때는 질병을 의심해야 한다. 가령 소변이 많이 탁하다면 방광염에 걸렸을 수도 있다.
소변이 약한 갈색을 띨 때도 있다. 주로 오랫동안 운동하거나 일했을 경우, 잠자리에서 일어난 아침에 그럴 때가 많다. 장 교수는 “색깔이 탁한 것은 탈수 증세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수분이 부족해지면서 소변 색깔이 변한다는 것. 혹은 과격한 운동 때문에 근육 세포 일부가 파괴되면서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다. 장 교수는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며 물을 섭취하고 쉬면 좋아진다”고 했다.
소변이 진한 노란색으로 바뀌었다면 간에 문제가 생긴 것일 수 있다. 황달이 심해지면서 소변도 진한 노란색을 띠는 것이다. 이 경우 병원을 찾는 게 좋다.
혈뇨는 위험 신호다. 혈뇨는 누구나 구별할 수 있다. 좌변기 안쪽, 오목하게 파인 부위에 빨간색 물이 고인다. 혈뇨는 방광암, 신장암, 전립샘 질환, 급성 방광염 등이 원인일 확률이 높다. 40대 이하라면 또 다른 질병이 원인일 수 있다. 어떤 경우든 곧바로 병원에 가는 게 좋다.
소변에 거품이 있을 때는 거품의 양과 지속된 날을 따져 봐야 한다. 일시적으로 거품이 많다면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여러 날에 걸쳐 많은 양의 거품이 나온다면 단백뇨를 의심해야 한다.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오는 것. 신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일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