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전역에 오로라 선물… ‘태양 폭풍’ 비밀 400년 만에 풀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4일 03시 00분


영국 등 국제연구팀, 네이처 발표
태양 폭풍 일으키는 자기장 활동
기존 이론 뒤집는 생성 위치 발견
“심층 아닌 표면 가까이에서 발생”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촬영한 태양 이미지 위에 태양 자기장을 표현한 그림. NASA·SO·AIA·LMSAL 제공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촬영한 태양 이미지 위에 태양 자기장을 표현한 그림. NASA·SO·AIA·LMSAL 제공
10일부터 전 지구적으로 관측된 오로라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원인은 활발한 태양 활동으로 생긴 입자가 지구로 날아오는 ‘태양 폭풍’이었다. 태양 폭풍은 오로라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지구 자기장을 교란해 전력망이나 무선 통신망, 위성 시스템을 손상시킬 수 있어 피해를 막기 위해 태양 폭풍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자기장 활동 예측이 필요하다. 태양 자기장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17세기 이탈리아의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태양 흑점을 관측한 이래 400년 동안 과학계 난제였다.

제프리 바실 영국 에든버러대 수학과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연구팀이 새로운 수치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태양에서 자기장이 생성되는 위치를 알아냈다. 태양 표면 근처에 흐르는 가스와 플라스마의 운동 패턴을 계산해 태양 자기장 활동이 태양 표면 아래 약 2만 마일(약 3만2000km)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연구 결과를 22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태양 활동을 더 잘 이해하고 태양 폭풍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612년 갈릴레이는 최초로 태양의 흑점을 자세히 관측했다. 흑점은 강한 자기장 때문에 태양 표면의 대류가 잘 이뤄지지 않아 상대적으로 표면 온도가 낮아져 검게 보이는 부분이다. 이후 천문학자들은 수 세기 동안 태양이 자기장을 생성하는 물리적 과정인 ‘태양 다이너모(Dynamo)’를 연구해 왔다.

태양의 자기장을 설명하는 기존 이론인 ‘심층 이론’은 태양 자기장이 태양 표면 아래 약 13만 마일(약 20만9000km) 지점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하지만 태양 표면 근처에서 일어나는 ‘비틀림 진동’ 현상을 설명하지 못했다.

태양은 지구나 달처럼 고체가 아니기 때문에 자전할 때 통째로 회전하지 않고 위도에 따라 자전 주기가 다르다. 태양 표면이 회전하는 속도 차이로 비틀림이 발생하는 것이다. 태양 내외부에서 가스와 플라스마가 순환하면서 발생하는 패턴인 비틀림 진동은 11년 주기로 반복된다.

연구팀은 태양 자기 활동의 극대기도 11년을 주기로 돌아온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두 현상이 동일한 물리적 과정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비틀림 진동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수치 시뮬레이션을 개발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태양 표면 근처의 가스와 플라스마의 운동 패턴을 시뮬레이션 분석한 결과 태양 자기장의 근원지가 태양 표면 아래 약 2만 마일 지점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 표면에 훨씬 가까운 곳에서 태양 자기장 활동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내 기존 이론을 뒤집은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태양 폭풍을 일으키는 태양 활동 예측과 피해 대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1859년 9월 강력한 태양 폭풍이 캐나다를 강타해 초기 전신(telegraph) 시스템을 손상시킨 ‘캐링턴 사건’을 언급하며 태양 폭풍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대니얼 레코아넷 미국 노스웨스턴대 공학과학 및 응용수학과 교수는 “캐링턴 사건과 비슷한 수준의 태양 폭풍이 미국을 강타하면 약 1조에서 2조 달러(약 2728조 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구#오로라#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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