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16일(현지시각)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인간의 임신에는 9개월 동안 거의 5만 칼로리의 추가적인 섭취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육개장사발면 약 134개에 해당한다.
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생식에 관련된 대부분의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작은 태아에 저장된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이전 추정치는 더 낮았다.
논문 공저자인 호주 멜버른 모내시 대학교 진화생물학과 더스틴 마샬 교수와 연구진은 인간 아기의 조직에 저장된 에너지가 임신 전체 에너지 비용의 약 4%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머지 96%는 임신한 여성 자신의 신체가 필요로 하는 추가 연료다.
뉴욕 타임스, CNN에 따르면 마샬 교수와 연구진은 수천 개의 기존 과학 논문에서 얻은 데이터를 메타 분석하여 동물 81종의 임신 에너지 비용(energetic cost of pregnancy)을 조사했다.
마샬 교수는 대부분의 암컷이 자신의 몸에 연료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새끼에게 추가적인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며, 많은 종에서 임신의 간접비용이 직접비용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포유류가 가장 극단적이었다. 평균적으로 암컷 포유류가 임신 중에 사용한 에너지의 10%만이 새끼에게 전달되었다.
그는 이론상 예상했던 것보다 간접비용이 놀라울 정도로 높은 수치였기에 충격을 받았으며 여러 번 자료를 찾아보며 확인했다고 밝혔다.
모내시 대학의 박사후 연구원인 사무엘 긴터 박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아기를 임신할 때 발생하는 높은 에너지 수요를 직감하거나 실제로 경험했을 것이지만, 우리 연구는 곤충에서 도마뱀 인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종에 걸쳐 이러한 비용에 명시적인 값을 부여했다”고 27일 CNN에 말했다.
긴터 박사는 “우리는 번식에 필요한 총 에너지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임신부에게 필요한 추가 에너지의 대부분은 태아를 발달시키고 출산하는 데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마샬 교수는 “포유류가 번식에 투입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대사 열로 ‘끓어오르고’, 10%만이 실제 새끼에게 전달 된다”며 “수유와 대사 부하를 모두 고려하면 아기 자체는 전체 생식 투자의 1/20미만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임신 기간 동안의 추가 칼로리 필요량은 기간에 따라 다르다. 마샬 교수는 초기에는 덜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훨씬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샬 교수는 인간이 다른 포유류보다 임신 기간을 더 오래 유지하기 때문에 특히 높은 간접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는 암컷 포유류가 새끼를 낳은 후 돌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도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며 임신 기간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서 활동 중인 영양사 나칼리 모카리는 임신2기(28주~)에는 하루에 약 350칼로리가 추가로 필요하며 임신3기(40주~)에는 하루 450칼로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CNN에 말했다. 또한 출산 후 모유 수유를 하게 되면 임신 전 식단에 450~500칼로리를 추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신3기와 모유 수유 시 필요한 추가 칼로리는 한 끼 식사에 해당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시카고 노스웨스턴 대학교 페인버그 의과대학의 산부인과 교수 이브 파인버그 박사는 먹는 것과 함께 수면이 임신 중에 특히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연구는 시사한다고 CNN에 말했다.
“피곤하다고 느껴지면 잠을 자고, (임신부는) 겁쟁이라서가 아니라 임신으로 인해 지쳤다는 점을 진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이 데이터는 여성이 느끼는 피로감이 매우 현실적이며 아마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수치를 제공한다”고 파이버그 교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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