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여 년 전 고대 이집트인들이 암을 극복하기 위해 실험적 치료 혹은 의학적 탐구를 수행했다는 증거를 과학자들이 찾아냈다.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학교의 고병리학자 에드가르 카마로스 박사가 이끄는 다국적 연구팀은 약 4600년 된 이집트인 두개골을 연구하던 중 뇌암과 그 치료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와 독일 튀빙겐 대학의 타티아나 톤디니, 스페인 사그라트 코르 대학병원의 알버트 이시드로는 현미경을 사용하여 이전 연구자들이 전이된 뇌암과 연관된 것임을 밝혀낸 두개골 가장자리 병변 약 30곳에서 도구로 절단한 자국을 발견했다. 잘린 모양을 보면 금속 도구에 의한 것임을 시사한다.
이들이 29일(현지시각) 의학 학술지 ‘프론티어스’(Frontiers in Medicin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고대 이집트인들은 수술을 통해 뇌암을 연구한 것으로 여겨진다. 환자가 살아 있을 때 난 상처라면 치료를 시도했을 수도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관련 보도에서 “이 새로운 발견은 이집트 의학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확장할 뿐만 아니라, 인류의 암 치료 시도를 최대 1000년 앞당길 수도 있다”고 짚었다.
논문 주 저자인 카마로스 박사는 “암은 시간만큼이나 오래 된 병”이라며 “공룡도 암에 걸렸다”고 말했다.
약 3600년 전 작성된 이집트 문서 ‘에드윈 스미 파리루스’에는 “치료법이 없는”, “심각한 질병”에 관한 설명이 기록돼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를 암 사례로 추정한다.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기원전 460~370년)는 이 질병을 암이라고 처음 부른 이로 알려져 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카마로스의 연구팀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더크워스 컬렉션이 소장 중인 두개골을 조사했다. 30~35세 남성의 것으로 기원전 2687년에서 2345년 사이로 거슬러 올라간다.
튀빙겐 대학의 톤디니 연구원은 “처음 현미경으로 절단 자국을 관찰했을 때 눈앞에 무엇이 있는지 믿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생물고고학자이자 박사후 연구원인 케이시 커크패트릭은 이 논문이 고대 이집트인의 암 치료 가능성에 대한 최초의 물리적 증거를 제시한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커크패트릭 박사는 “이 연구는 암이 현대의 질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줄 수도 있다”며 “현재 암에 걸린 사람들 중 자신의 생활 방식이 암 발병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걱정하는 사람들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두개골의 수술 자국이 사망 전에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생긴 것인지, 아니면 사망 후에 만들어졌는지 판단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많은 암이 (몸에서 연골이나 뼈가 아닌) 연조직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화석기록은 뼈만 남아 있기 때문에 현대 과학자들에게 이 같은 연구는 어려운 과제다.
카마로스 박사는 이번 발견이 과학자들에게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며 다음에는 아프리카 케냐의 고대 유적지에서 비슷한 증거를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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