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처럼 생긴 웨어러블 로봇
못 박기-커피 들고 휘젓기 등
한 손으로 할 수 없던 일 도와
엄지와 비슷하게 생긴 형태로 새끼손가락 옆에 착용하는 로봇이 대규모 실험 결과 ‘합격점’을 받았다. 별도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들도 ‘세 번째 엄지손가락’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 로봇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간의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로봇으로 신체 부위를 더하거나 새로 만드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2022년 영국 왕립학회 여름 과학 전시회에서 3∼96세 596명을 대상으로 세 번째 엄지손가락을 잘 제어할 수 있는지 실험한 결과를 29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발표했다.
세 번째 엄지손가락은 다니 클로드 케임브리지대 MRC 인지 및 뇌 부서의 수석디자이너가 2021년 개발해 공개했다. 손가락을 닮은 길쭉한 모양의 기계인 세 번째 엄지손가락은 시계처럼 끈에 달려 있다. 끈을 손에 착용하면 새끼손가락 옆에 의수처럼 달리는 형태다.
엄지발가락이나 발바닥 아래쪽에 있는 무선 압력 센서로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한다. 센서를 눌러 로봇을 손바닥이나 손가락을 향해 당길 수 있다. 로봇이 움직이는 속도는 센서를 누르는 힘에 비례해 높아진다. 연구 초기 로봇을 뇌나 척수에 전극을 심어 제어하는 방법도 거론됐지만 윤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발가락 조작 방식을 고수했다. 당시 연구에 참여한 타마르 마킨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세 번째 엄지손가락 로봇은 우리 신체에 영감을 받아 작동하기 때문에 어떤 웨어러블 로봇보다 자연스럽고 정확하게 작동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엄지손가락 로봇은 형태와 작동방식이 간단하지만 한 손으로 할 수 없던 일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공개 당시 학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장애로 한 손만 쓸 수 있는 사람도 이 로봇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로봇으로 컵을 안정적으로 들고 다른 손가락으로 숟가락을 집어 커피를 저을 수 있고, 못을 로봇으로 단단히 잡고 정교하게 박을 수 있다. 특히 로봇을 착용하면 더 많은 물건을 들고 블록을 더 정교하게 쌓을 수 있는 등 신체 능력도 향상됐다.
문제는 연구 과정에서만큼 세 번째 엄지손가락 로봇을 쉽게 제어할 수 있을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용자의 운동 및 인지 능력만으로 로봇을 쉽게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로봇 상용화의 필수 조건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에게 세 번째 엄지손가락을 활용해 물체를 이동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13명을 제외한 참가자의 약 98%가 지시를 받은 지 1분 만에 능숙하게 작업을 수행했다. 작업을 완수하지 못한 13명 중 6명은 로봇이 몸에 잘 맞지 않는 10세 미만이었다. 로봇을 사용하는 참가자들의 능력 수준은 성별 및 평소 손가락을 자주 사용하는 빈도와 관계가 없었다.
연구팀은 “누구나 세 번째 엄지손가락 작동 방법을 쉽게 배우고 로봇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이번 실험 결과를 평가했다. 다만 노년층에서 연령이 증가할수록 로봇을 사용하는 참가자들의 능력 수준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루시 다우들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웨어러블 기기의 설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많은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그룹을 대상으로 물리적인 실험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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