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식단이 건강은 물론 지구 환경에도 이롭다는 게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그렇다면 식물을 기반으로 한 가공 식품, 예를 들어 콩으로 만든 식물성 대체육도 건강식으로 볼 수 있을까.
불행히도 아니란다. 초가공 비건 식품을 섭취하면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가공식품은 여러 단계의 가공을 거쳐 원물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제품을 가리킨다. 즉석조리식품, 시리얼, 과일주스, 탄산음료, 포장 빵 등이 포함된다. 맛이나 보존기간을 위해 각종 첨가물을 넣은 제품이 많다. 일반적으로 설탕, 포화지방, 소금 함량이 높고, 비타민과 섬유질이 부족하다.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교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학자들은 40세에서 69세 사이의 영국인 11만8000여명의 10년간 식단을 분석하고 병원 데이터와 연결했다.
연구진은 과일과 채소, 통곡물과 콩류 같은 신선한 식물 기반 식단을 특징으로 할 때 전반적으로 심장 건강이 좋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식물성 식품 섭취가 10%증가할 때마다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20%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식물성 초가공식품에 의한 증가는 되레 12%의 심장병 관련 사망률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성 초가공식품을 채소, 과일과 기타 통곡물 식품으로 대체하면 모든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15%, 해당 질환의 발병 위험이 7%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0일(현지시각) 저명 학술지 ‘랜싯 지역 보건’(Lancet Regional Health)에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들은 이 같은 결과가 일반적인 육류 대체식품(식물성 대체육)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식물성 초가공 식품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초의 연구라고 말했다.
책임저자인 페르난다 라우버 상파울루 대학 교수는 초가공식품의 구성과 가공 방법이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식품에 존재하는 식품 첨가물과 산업 오염 물질은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을 유발하여 위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식물성 식품으로 전환하는 사람들은 식품을 선택하기 전에 가공의 정도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라우버 박사는 말했다.
공동저자인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공중보건대학의 에스테르 바모스 박사는 “과일과 채소, 통곡물, 콩류와 같은 신선한 식물성 식품은 건강과 환경에 중요한 이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초가공식품은 종종 건강식품으로 판매되지만, 이 대규모 연구는 식물성 초가공식품이 건강보호 효과는 없고, 건강에 해로운 결과와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발견된 증거를 바탕으로 식물성 식단을 권장하는 영양 지침에서도 모든 초가공식품을 피하도록 권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자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일부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가 최근 인기 있는 고기 대체품을 섭취할 때의 심혈관 위험을 강조하고 있지만, 연구 자료에 포함된 식물성 초가공식품의 절반이 산업화된 포장 빵, 페이스트리, 번(햄버거 빵 등 둥근 모양의 빵), 케이크, 비스킷에서 나왔으며, 식물성 대체 식품(대체육 등)에서 나온 것은 별로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영국 영양학자인 듀안 멜러 박사는 “비스킷, 칩, 과자, 청량음료 등 동물성 원료가 없는 많은 식품은 엄밀히 따지면 식물성 식품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건강한 식단의 필수적인 일부로 간주하지 않는다”며 “식품이나 음료가 (가공 전 원료의 성질에 따라) 식물성 식품이라고 해서 건강에 좋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성명을 통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곡물과 함께 채소, 과일, 콩류, 견과류, 씨앗류가 주를 이루는 균형 잡힌 식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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