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된 창업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 시장에 뛰어들기 전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아이디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다.
아이디어는 오랜 시간과 고민 끝에 정해지는 만큼 대부분 창업자들은 애착을 두고 있다. 그러다보니 세상에 내놓으면 금방 투자를 받고, 다양한 정부 지원사업에도 선정될 것이란 믿음을 갖게 되는데, 이는 다소 위험한 생각이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발전시켜가는 것은 맞으나 그런 마음이 시야를 가린다면 의사결정에 혼선을 주고 실패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스타트업 대표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기 아이디어를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어느 날 창업동아리가 긴급한 멘토링을 요청했다. 좋은 아이디어를 발견했다는 예비창업자의 상기된 표정에서 부푼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유학 생활을 한 예비창업자는 해외에서 택배를 주문하고 받는 과정에서 분실, 오배송, 상담원 연결의 어려움 등의 문제를 경험했다고 한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유학생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을 주는 서비스로 창업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전반적인 아이디어는 꽤 재미있는 내용이었다. 현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언어나 문화적인 이해가 부족한 유학생들이라면, 해당 서비스를 활용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대화가 깊어질수록 아쉬운 부분도 드러났다. 먼저 해외시장 공략은 많은 자본과 인프라가 필요하다. 또 유학생 신분으로의 생활상과 비즈니스 시장에 뛰어드는 건 차이가 크다. 해당 국가의 문화, 법률, 현지 상황 등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진입장벽도 높다.
보완해야 할 상황이 하나씩 언급되자 대화는 ‘그 부분을 만약 이렇게 한다면~’으로 이어졌다.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야기한 결과, 처음 말했던 생각과는 사뭇 다른 아이디어만 남아있었다. 경험과 필요성을 바탕으로 발굴된 아이디어가 예비창업자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가진 하나의 의견이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최근 참석한 경진대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겨루고 올라온 자리인 만큼 아이디어를 얻고, 주요 소비층을 설정하거나, 경쟁 아이템 분석 등에서는 꽤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템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한 끝에 사업의 방향성과 지속가능성, 수익 구조까지 모두 놓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짧은 시간 내에 아이디어의 효용을 증명하는 자리라는 한계는 있었지만, 몇 가지 포인트를 살리면 훨씬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는데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아이디어가 발굴됐다면 해당 아이디어를 시장에 내놓기 전에 검증 과정이 꼭 필요하다. 검증 방식이나 중요성은 아이디어의 성격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놓치지 말아야 할 몇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먼저 방향성이다. 해당 아이템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성공할지, 처음 결정하고 이끌어가는 사람은 이를 시작하는 스타트업 대표다. 사업 규모가 성장한 후에는 구성원들과 의견을 조율하겠지만 초기 결정의 무게는 대표의 몫이다. 아이템으로 무엇을 추구할지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
공공의 이익을 고려하던가 높은 수익성을 원한다던가,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성장하고 확대할 것인지 전반적인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 초기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많은 만큼 주기적으로 비즈니스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목표와 방향성을 수정하며 시장 흐름과 상황에 대응하기를 권장한다. 방향성이 없는 아이템은 목표 지점이 없는 항해와 같다. 진행 과정에서 목표를 수정하는 것은 괜찮으나, 불투명한 목표는 지양해야 한다.
두 번째는 시장의 반응과 수익성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도 사용하는 사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 이윤 창출은 기업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다시 말해 이윤 창출을 위해서는 창업자의 아이템에 대한 시장 수요가 있어야 하고, 소비자에게 지불하는 비용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아이템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게 중요한 이유이다. 비용이나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시장에서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검증 받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최근에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리서치 서비스도 많다. 소액의 비용을 투자하면 불특정 다수의 의견을 취합하고 정리까지 해주므로 객관적인 의견을 취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마저 어렵다면 말 그대로 ‘길 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도 괜찮다.
한 학생 창업자가 자신의 아이템을 검증하기 위해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사례가 있다. 바이오·의료 분야에서 임산부들을 위한 서비스 어플을 개발하려던 이 학생창업자는 검증을 위해 대학병원으로 가는 지하철역 계단에서 설문을 진행했다. 창업에 대한 자신의 의지와 왜 이곳에 서 있는지 적힌 팻말을 들고 관심을 표하는 사람에게 설문을 진행했다. 나흘 간 진행할 설문에는 60여 명이 응답했고, 사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중요한 데이터로 작용했다.
무더운 8월, 수줍은 목소리를 지닌 여학생은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이게 제일 확실할 것 같았어요”
간결하지만 확실한 대답이었다. 실제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은 냉정한 평가를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 학생은 앞으로 어떤 분야를 도전하든 원하는 목표를 이루리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만큼, 객관적인 소비자 반응은 시장의 수요를 파악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료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의 관점이다. 창업을 간략하게 표현하면 내가 가진 서비스 혹은 제품을 판매해 이익을 얻는 과정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도 찾는 사람이 없으면 빛을 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창업자는 철저히 소비자 관점에서 아이템을 분석해야 한다. 아이템을 찾는 과정이 단순히 몇 초 단위로 여기지 말고, 소비자가 겪는 수고로움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순간을 이겨내게 하는 아이디어야말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아이템이 되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과정은 무수히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냉정하게 분석하는 관점이다. 실제 검증과정에서 많은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대표의 역량이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닌 그만큼 철저한 검증을 마친 아이디어만이 시장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오랜 고민에서 탄생한 아이디어가 마지막까지 함께 갈 수 있도록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길 바란다.
글 / 박미림 창업 액셀러레이터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혁신팀 소속, 중소벤처기업부 육성 초격차 10대 분야 딥테크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연계하는 테크브레이즈 사업, 혁신센터 트랙 기반의 구매조건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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