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AI로 인해 대체될 직업이 ‘처음부터 없었어야 할 직업’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다트머스 세이어 공과대학이 미라 무라티 오픈AI CTO를 초청해 연 대담 자리에서 나왔다. 무라티는 지난 2012년 이 학교에서 공학 학사 학위 과정을 받은 바 있다.
대담에서 무라티는 “AI가 창의적인 작업을 할 때 협업 도구가 될 것”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소수의 재능을 타고난 예술가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여지를 넓혀준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그러자 진행자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란 두려움도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무라티는 “일부 창작 분야 직업은 사라질 수도 있지만,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어야 할 직업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발언 내용이 영상을 통해 뒤늦게 알려진 후 소셜 미디어에서는 무라티의 발언이 ‘창작업에 종사하는 이들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창작 과정에서 안 해도 되는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한 작업을 없애준다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AI에 의해 대체될 직업을 ‘없어도 됐을 직업’ 취급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다트머스 공과대학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해당 영상 댓글에서 한 이용자는 “AI를 훈련시키기 위해 예술가들의 작품을 긁어모으고 훔친 다음, 돌아서서는 예술가들이 애초에 존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엄청나게 대담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엑스(트위터) 등에서도 “창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생성형 AI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논란이 불거진 후인 23일 무라티는 엑스에 자신의 입장을 재차 강조하는 듯한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무라티는 “AI 도구는 장벽을 낮추고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창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서 “우리는 AI가 특정 작업을 자동화할 것이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창의적인 작업이 아닌, 반복적이거나 기계적인 작업에 AI 도구를 사용하면 인간 창작자가 더 높은 수준의 창의적 사고와 선택에 집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무라티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애플이 공개한 아이패드 신제품 광고 영상을 둘러싼 논란을 상기시킨다. 두 논란 모두 생성형 AI의 급격한 발전으로 AI 만능론이 퍼지는 한편,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과 두려움 또한 고조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사례다.
당시 애플이 공개한 영상에는 악기, 카메라, 페인트 등 전통적인 예술 창작 도구를 압축기로 누르자 아이패드가 등장하는 장면이 담겼다. 여러 도구의 기능을 아이패드 하나에 압축해 넣었다는 게 애플이 의도한 메시지였지만, 압축기에 의해 기존 예술가들의 도구들이 하나둘 파괴되는 모습이 AI에 의해 대체될 예술가들에 대한 조롱으로 받아들여지며 역효과를 냈다.
광고가 논란이 되자 애플은 광고 내용에 대해 사과하고, TV 광고 계획도 취소했다. 토르 마이런 애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표는 사용자들이 아이패드로 자신을 표현하고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무수한 방법을 기념하는 것”이었다면서도 “이 광고가 그 목표를 놓쳤다. 실수였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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