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 굵기로 탈모 진단… 막을 순 없지만 늦출 순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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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현 교수가 말하는 탈모 진단과 관리법
하루 50∼70개 정도 탈모는 정상… 성별에 따라 모양이나 상태 달라
유전적 영향 커 예방법 없지만, 건강한 식습관-두피 관리 도움
남성형 탈모는 호르몬억제제 복용… 약물 부담된다면 스프레이 제형을

국내 최고 탈모 전문가인 원종현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가 탈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국내 최고 탈모 전문가인 원종현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가 탈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탈모 인구 1000만 시대, 탈모 관리에 관한 관심이 높다.

머리카락은 정상적으로 하루에 50∼70개 정도 빠진다. 하지만 자고 나서나 머리를 감을 때 머리카락이 100개를 넘어 과도하게 빠진다면 탈모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최근 탈모를 고민하는 2030세대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원종현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를 만나 탈모의 원인과 치료 방법, 예방법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탈모의 원인은?

“유전적 원인과 남성호르몬인 안드로젠이 중요한 탈모 인자로 생각되고 있다. 여성 탈모 중 일부도 남성 탈모와 같은 경로로 일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 양상은 차이가 있다. 남성 탈모는 대머리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서 20대나 30대에 모발이 점차 가늘어지면서 발생한다.”

―탈모의 모양도 사람마다 다른 것 같은데….

“대개 이마와 머리털의 경계선이 뒤로 밀리면서 양측 측두부로 M자 모양으로 이마가 넓어진다. 머리 정수리 부위에도 탈모가 서서히 진행된다. 남성형 탈모는 7단계로 나뉘는데 1단계가 헤어라인이 살짝 올라간 정도라면 7단계는 뒷머리만 남는 정도를 말한다. 7단계 정도면 치료를 포기하고 삭발하거나 가발을 쓰는 사람이 많다. 여성 탈모는 남성 탈모와 비교해 이마 위의 모발 선이 유지되면서 머리 중심부의 모발이 가늘어지고 머리숱이 적어지는 특징을 가진다. 탈모의 정도가 약해서 남성 탈모처럼 이마가 벗겨지고 완전한 대머리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원형탈모는 어떤가?

“원형탈모증은 자가면역질환으로 생각하고 있다. 내분비질환, 영양 결핍, 약물 사용, 출산, 발열, 수술 등 심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 후 발생하는 일시적인 탈모다. 모발의 일부가 생장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탈락해 발생한다. 원형탈모증은 다양한 크기의 원형 또는 타원형의 탈모반(모발이 소실돼 점처럼 보이는 것)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머리에 발생하는데 드물게 수염, 눈썹이나 속눈썹에도 생길 수 있다. 증상 부위가 확대되면서 큰 탈모반이 형성되기도 한다. 원형탈모를 일으키는 원인이 사라지면 정상으로 회복된다.”

―탈모 진단은 어떻게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모발의 굵기를 보는 것이다. 정수리 부위에 가늘어진 모발이 있는지 굵거나 가는 모발이 다양하게 보이는지를 확인한다.”

―탈모 치료는 어떻게 하나?

“바르는 약, 먹는 약, 모발 이식술 등이 있다. 원형탈모증 치료는 스테로이드제제, 면역요법 등이 이용된다. 원형탈모증은 원인이 제거되면 모발이 회복되므로 원인을 확인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 탈모 치료는 남성 탈모보다 좀 어려운 편이다. 특히 가임기 여성은 경구 약제 복용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남성 탈모의 경구 약제는 태아의 기형을 유발하기 때문에 주로 폐경기 이후 여성이 복용할 수 있다. 여성 탈모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제는 바르는 미녹시딜 제제로 1일 2회 6개월 이상 사용하면 30% 이상에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탈모 치료는 경구용 약물이 대표적인데 어떤 치료제들이 있나?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과 경구제인 피나스테라이드, 두타스테라이드가 있다. 경구제는 5알파-환원효소를 저해하는 남성호르몬 억제제의 일종이다. 남성형 탈모는 남성호르몬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특히 다이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남성호르몬이 원인 물질로 알려져 있다. 탈모 유전자를 가진 경우 모낭이 DHT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점점 약해지다가 사라지게 된다. 피나스테라이드나 두타스테라이드와 같은 남성호르몬 억제제를 6개월 동안 꾸준히 복용하면 탈모 환자의 90%에서 효과를 본다. 이 경우 머리카락 수가 최대 20%, 평균 15% 정도 늘어난다. 증세가 좋아졌다고 약을 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이 경우 탈모가 다시 진행된다. 임의로 약을 끊어서는 안 된다.”

―탈모에 경구용 약물치료가 보편적으로 사용되는데 부작용 우려는?

“경구용 약물은 안전한 약으로 알려졌지만 남성호르몬 대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탈모약 복용이 꺼려진다면 스프레이 제형의 피나스테라이드 탈모약을 사용해 볼 수 있다. 최근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등장한 스프레이형은 탈모 부위 두피에 직접 분무하는 국소 치료 방식이다. 복용하는 것에 비해 혈중 약물 농도를 낮춰 성기능 장애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치료 효과는 경구용과 동등한 수준이다.”

―탈모 예방과 관리법은 어떤 것들이 있나?

“탈모는 유전적인 영향이 크다. 따라서 근본적인 예방법은 없다. 탈모에 도움이 된다는 음식이나 영양제도 시기를 좀 늦출 수는 있을지 몰라도 진행되는 탈모를 막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영양제가 우리 몸을 좀 더 건강하게 유지해 줄 수는 있어도 없는 장기까지 새로 만들어 줄 수는 없는 것과 같다. 그래도 탈모를 늦추기 위해서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탈모를 예방하려면 채소를 많이 먹는 게 좋다. 안토시아닌을 비롯해 채소에 들어 있는 항산화 성분이 탈모를 막는 역할을 한다. 브로콜리, 콩, 깨, 토마토, 카레 등이 이런 음식에 해당한다. 머리카락은 케라틴이라는 단백질로 구성됐다. 단백질 섭취가 적으면 모발의 품질이 나빠질 수 있다. 음식을 충분히 먹지 않고 다이어트를 할 때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두피 관리도 필요하다. 30대에는 피지가 왕성하게 분비되기 때문에 매일 2회 정도 머리를 감는다. 하지만 피부가 건조해지는 40대 이후에는 일주일에 4회꼴로 머리를 감고 두피 보습제를 쓰는 게 탈모 예방에 도움을 준다. 두피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들기거나 마사지로 자극을 주는 것도 좋다.”

―최근 탈모로 고민하는 젊은 층도 많다. 당부의 말이 있다면?

“탈모가 의심된다면 전문가 상담을 먼저 해보는 것이 좋다. 대개 탈모라고 스스로 느끼면 이것저것 시중에 나와 있는 좋다는 것을 다 해보고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엉뚱한 데 돈을 쓰고 기대한 효과는 못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형탈모도 요즘은 치료제가 있어 치료가 가능하다.”

#헬스동아#건강#의학#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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