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이라더니 도둑"…美 언론들,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 맹비난

  • 동아닷컴
  • 입력 2024년 6월 25일 15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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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 퍼플렉시티가 저작권 문제로 언론사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를 비롯한 매체들이 퍼플렉시티가 자사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한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다.

퍼플렉시티는 지난 2022년 오픈AI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AI 기반 검색 서비스 스타트업이다. 챗봇과 대화하며 원하는 지식과 정보를 물어보는 방식이다. 기존 검색처럼 단순히 키워드에 맞는 웹사이트 결과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질문 요지에 맞춰 핵심 내용을 요약해서 출처 링크와 함께 제시한다.

출처=셔터스톡

퍼플렉시티는 지난 4월 진행한 투자 라운드에서 10억 달러(약 1조 3870억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으며 소위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주요 투자자들의 명단도 화려하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 국내외 유명 투자자 및 기업들이 퍼플렉시티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SK텔레콤이 퍼플렉시티에 1000만 달러(약 138억 원)를 투자하고, AI 검색 서비스를 공동 개발해 에이닷과 같은 AI 개인비서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승승장구하던 퍼플렉시티가 논란에 휩싸인 건 ‘페이지’라는 기능을 출시하면서부터다. 페이지는 이용자 요청에 따라 웹페이지 형식으로 정리해 보여주는 기능이다. 검색 엔진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이를 정리해서 기사나 블로그 게시물로 작성하는 과정까지를 한 번에 대신해 주는 기능인 셈이다.

퍼플렉시티는 이 페이지 기능을 이용해 자체 콘텐츠 또한 발행하고 있는데, 포브스가 이 중 하나가 자신들의 독점 유료 기사를 도둑질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포브스는 해당 콘텐츠가 자신들의 기사 내용을 단순히 요약만 한 게 아니라, 대부분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도 출처 인용도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콘텐츠의 출처로 포브스 기사를 단순 인용한 타 매체 기사를 더 눈에 띄게 배치했다는 것이다.

퍼플렉시티는 이 콘텐츠를 기반으로 팟캐스트, 유튜브 영상 콘텐츠까지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의 문제 제기에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CEO는 엑스(트위터)에서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구석이 있다”면서 “출처를 더 찾기 쉽고, 더 눈에 띄게 강조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공개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포브스 최고 콘텐츠 책임자인 랜달 레인은 스리니바스의 답변 이후에도 퍼플렉시티가 여전히 “해당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사과하거나, 출처 표기를 수정하지도 않았다”고 꼬집었다. 결국 포브스는 지난 20일 법무팀을 통해 퍼플렉시티에 해당 콘텐츠를 삭제하고, 이를 통해 얻은 모든 광고 수익을 포브스에 배상하라고 요구하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

포브스의 독점 유료 기사를 바탕으로 퍼플렉시티가 발행한 콘텐츠 / 출처=엑스
포브스의 독점 유료 기사를 바탕으로 퍼플렉시티가 발행한 콘텐츠 / 출처=엑스

퍼플렉시티를 비판하고 나선 건 포브스뿐만이 아니다. 기술 전문 매체 와이어드도 퍼플렉시티가 ‘헛소리 기계(Bullshit Machine)’라며 맹비난했다.

와이어드가 퍼플렉시티에 자신들의 기사 제목과 주제에 관한 명령어를 입력하자 기사 내용의 일부 표현만 바꿔 그대로 옮기는가 하면, 내용을 부정확하게 요약하면서 출처 표시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사 속 인용된 사람이 실제로 하지 않은 말을 거짓으로 인용하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퍼플렉시티가 크롤링 금지 규칙을 무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각 웹사이트들은 검색 엔진이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쓰는 ‘로봇’ 프로그램(크롤러)의 크롤링(데이터 수집)을 허용하거나, 금지하는 규약을 정해놓을 수 있다. 와이어드는 퍼플렉시티의 로봇이 자사 기사를 크롤링하는 걸 금지했는데, 퍼플렉시티를 시험할 때마다 정체불명의 로봇이 이를 무시하고 크롤링을 시도한 서버 기록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스리니바스는 와이어드의 이같은 주장에 “퍼플렉시티는 자체 크롤러뿐만 아니라 제3자 업체의 크롤러에도 의존한다”고 반박했다. 규약을 무시하고 와이어드의 기사를 수집한 크롤러가 퍼플렉시티가 아닌 협력 업체 소유라는 취지의 해명이다. 스리니바스는 로봇 관련 규약이 “법적인 체계는 아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기사 도용 논란이 계속 이어지자 퍼플렉시티는 언론사들과 수익 공유 계약을 맺는 걸 해법으로 제시했다. 미국 매체 세마포는 퍼플렉시티가 이미 고품질 언론사와 계약 체결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현재 구체적으로 어떤 언론사와 계약이나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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