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6월 24일(현지시각) 애플이 디지털 시장법(DMA)을 위반했다는 잠정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디지털 시장법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규제하는 법안이다. 애플을 비롯한 6개 기업을 시장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즉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사전규제하는 방식이다.
EU 집행위는 앱 개발자들이 앱스토어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앱을 판매하는 대체 구매처로 소비자를 유도해 혜택을 제공하는 걸 막는 앱스토어 운영 규정을 DMA 위반으로 판단했다.
구체적으로는 애플이 앱 내에서 다른 구매처를 알리거나 혜택을 홍보하는 걸 제한하며, 외부 링크만 허용하는 약관 내용 등이 문제가 됐다. EU 집행위는 외부 링크를 통해 일어난 구매에 부과하는 수수료 또한 필요 이상으로 높다고 지적했다.
EU 집행위는 애플이 올해 1월 DMA 시행에 앞서 발표한 새 정책 내용의 DMA 준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절차도 개시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유럽 내에서 제3자 앱스토어 및 웹사이트를 통한 앱 설치 등을 허용하고 대대적 생태계 개방 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핵심 기술 수수료라는 새로운 형태의 수수료를 도입하고, 외부 앱 배포 자격에 제한을 둔 게 여전히 DMA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잠정 결론이 확정되면 애플은 전 세계 매출의 10%에 달하는 거액 과징금을 내야 한다. 최종 결론은 2025년 3월 25일에 나온다. 잠정 결론을 통보받은 애플은 “우리는 법 준수를 자신한다”고 반응했다.
EU만큼 강경한 곳은 드물지만, 플랫폼 기업에 과거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건 전 세계적 추세다. 플랫폼 사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며 영향력을 키우면서, 이들의 막대한 시장지배력을 제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자체브랜드(PB) 제품에 유리하게 조작했다며 유통업계 최대 규모인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파장이 일었다. 객관적 데이터에 의해 산정된 검색 순위가 아닌, 인위적인 알고리즘 조작으로 PB 제품을 상위에 노출한 게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라는 게 공정위의 주장이다.
쿠팡은 검색 순위는 본질적으로 상품을 진열하는 행위이며, PB 제품을 우선해 진열하는 건 유통업계의 관행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오히려 플랫폼 사업자의 상품 노출에 관한 불공정 행위를 제재하는 건 세계적 추세라고 맞선다.
공정위가 언급한 선례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가 지난해 9월 아마존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이다. 쿠팡은 FTC가 문제 삼은 아마존의 행위와 쿠팡의 행위에는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플랫폼 사업자의 자사 우대에 대한 규제라는 큰 틀에서 보면 전 세계 경쟁당국의 흐름과 공정위의 이번 제재가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실제 FTC는 소장에 아마존이 검색 결과를 PB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위젯으로 대체해 고객의 쇼핑 경험을 저해했다는 내용을 적시하고 있다. FTC는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아마존의 검색 결과는 아마존이 품질이 더 뛰어나다고 인지하고 있는 타사 제품보다 아마존 자사 제품을 우대하도록 편향됐다”고 지적했다.
경쟁당국들의 이러한 제재가 업계 관행에 대한 제재이며, 오히려 소비자 편익을 저해할 것이란 양측의 입장 또한 비슷하다. FTC의 소송 제기 직후 아마존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FTC가 문제 삼은 관행은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서 “FTC가 원하는 대로 된다면 그 결과는 제품 수 감소, 가격 상승, 배송 속도 저하, 소상공인들의 선택권 축소 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반독점법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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