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우려낸 물이 다이어트 묘약?… ‘라이스 젬픽’에 빠진 美人들

  • 동아닷컴
  • 입력 2024년 6월 27일 0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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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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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물’에 체중을 줄여주는 신비한 성분이 들어 있을까.

밥, 물, 라임 액을 혼합한 ‘라이스 젬픽’(Rice-Zempic)이 동영상 플랫폼 틱톡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다. 밥(Rice)과 비만치료제 오젬픽(Ozempic)을 합성한 신조어다.

영상을 보면 흰 쌀밥에 물을 부어 우려낸 후 라임 액을 추가해 마시는 다이어트 음료다. 많은 틱톡 사용자가 이를 오젬픽이나 웨고비 같은 고가의 비만 치료제의 대용이라고 주장한다.

한 틱톡 사용자는 일주일 동안 매일 아침 공복에 밥물 한 잔을 마셔 7.2파운드(약 3.3kg)를 감량했다고 주장했다.

27일 현재 관련 영상이 150개가 넘는다. 라이스 젬픽 애호가들은 이 음료가 하루 종일 덜 배고프게 하고, 단 것을 덜 먹게 하며, 심지어 화장실을 더 자주 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체중 감량을 위해 흰밥을 피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면 고개를 갸우뚱 할 일. 하지만 쌀을 접할 일이 적은 그들은 저렴하게 살을 뺄 수 있는 ‘신박’한 곡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며 ‘밥물 다이어트’ 유행을 경계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메모리얼 케어 병원 외과 체중 감량 센터의 책임자인 미르 알리(Mir Ali) 박사는 전분 물이 상대적으로 저칼로리이지만 오젬픽의 호르몬 성분과 같은 효과는 없다고 이날 건강 매체 헬스 닷컴에 말했다.

“사람들이 이것을 오젬픽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아니다”라고 당부했다.

틱톡 캡처.
틱톡 캡처.

오젬픽은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했다. 주요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혈당 수치를 낮추고 제2형 당뇨환자에게 중요한 인슐린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는데, 이때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을 모방하여 식욕을 억제한다.

뉴욕 소재 ‘키틀리 의료 영양 치료’(Keatley Medical Nutrition Therapy)의 공동 소유주이자 등록 영양사인 스콧 키틀리는 “밥물은 전분 함량으로 인한 에너지원 제공 등 영양학적 이점이 있을 수 있지만, 특히 오젬픽과 같은 항 당뇨 약처럼 체중 감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성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라이스 젬픽은 오트밀(귀리 가공품), 물, 라임을 섞어 만든 오트젬픽(Oatzempic)의 아류로 보인다. 틱톡에서 크게 유행한 이 음료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체중감량 효과를 볼 순 있지만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은 아니라고 걱정했다. 전문가들은 영양성분을 골고루 섭취하되 음식량을 줄이고 운동을 병행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조언한다.

라이스 젬픽도 다르지 않다.

알리 박사는 이 같은 다이어트 방법은 건강하고 장기적인 변화가 아닌 일시적인 것이라며 “이런 식의 다이어트를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고 단백질과 채소 섭취량을 늘리는 게 대부분의 다이어트의 기본이라고 조언했다.

뉴저지 소재 럿거스 로버트 우드 존슨 의과대학 병원 부교수 쿠날 샤(Kunal Shah) 박사도 “가장 좋은 조언은 항상 고단백·저탄수화물로 구성된 저칼로리 고영양 식사를 하고 운동과 결합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오래 지속되는 체중감량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식사 전에 라이스 젬픽을 마시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것을 오젬픽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알리 박사는 말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밥물#라이스 젬픽#틱톡#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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