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육 위한 첫걸음 디벗, 교육 현장에서는 어떻게 쓰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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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6월 28일 1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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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개별 학생의 맞춤 교육 및 품질 향상을 위해 2025년까지 모든 학교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다. 이미 미국은 5년 단위의 국가교육기술계획을 통해 주별 디지털 교육 격차 해소에 나섰고, 영국은 에듀테크 오픈 플랫폼 ‘랜드에드(LendED)’를 구축해 4000여 개 학교에 기술을 지원한다. 독일은 올해까지 모든 학교에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고, 일본 역시 학생 1인 1기기 및 초고속 무선망 정비를 통해 학생들의 디지털 학습권 확보에 나선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 역시 학생 개개인의 1인 1기기 보급에 초점을 맞추며, 인공지능을 통해 학생 맞춤별, 최적화 교육을 실천하는 게 핵심이다. 이미 각 시도 교육청은 코로나 직후부터 디지털 기기 및 인프라 보급을 지원하는 시범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서울특별시교육청은 2022년부터 교육용 스마트 기기를 보급하는 ‘디벗’ 사업을 추진 중이다.

네이버에서 개발한 웨일OS가 탑재된 교육용 기기, 웨일북 / 출처=IT동아

디벗은 학교 희망에 따라 안드로이드, 크롬, 윈도우, iOS, 웨일OS까지 다섯 개 운영 체제 기기 중 하나를 선택해 학습용으로 활용하는 사업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관내 모든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7만 530대의 디벗을 보급했고, 2025년에는 초등학교 3~4학년까지 보급하는 게 목표다. 이와 관련해 2024 디지털 선도학교로 올해 1학기부터 디벗을 쓰고 있는 서울 역삼초등학교를 방문해 일선 현장에서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디벗, 학생별 디지털 역량 함양과 협업 환경을 위한 시작점

인터뷰는 역삼초등학교 소속 서윤정, 서혜진 교사 두 사람이 참여했다. 서윤정 교사는 서울시교육청 디지털 선도학교 대표 교사이자, 터치교사단 소속이다. 터치교사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을 위해 다양한 에듀테크 기술을 수업 환경에 접목하는 선도 교사단이다. 함께 참여한 서혜진 교사는 네이버 웨일 교육 전문가(NAVER Whale Educator Expert, NWEE)로 활동하며 웨일 기반의 교육 플랫폼과 에듀테크 솔루션 관련 수업을 연구하고 실제 학습에 적용하고 있다.

서윤정 디지털 선도학교 대표교사, 학생들의 디지털 교육 환경 구축의 최전선인 ‘터치교사단’이다 / 출처=IT동아

우선 다섯 종류의 디벗 중 네이버 웨일북을 고른 이유에 대해 먼저 질문했다. 서윤정 교사는 “디벗은 학교 환경에 맞춰 교사들이 직접 고른다. 우리 학교는 교육청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제품을 확인하고, 선생님들께 제품에 대한 장단점을 안내한 뒤 협의를 거쳐 웨일북을 선택했다”라면서, “선정 이유는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디지털 기기를 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유해 사이트 차단이나 비 교육적 목적을 차단하고, 안전하게 쓰는 부분까지 교사가 하나하나 관리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제품 하드웨어나 웨일스페이스도 채택 이유로 꼽았다. 서윤정 교사는 “웨일북은 키보드가 직관적이고,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운 아이콘으로 돼있다. 내구성도 높아서 두 달간 운용하며 파손된 사례가 없었고, 태블릿 모드와 펜을 사용해 학생들의 창작 욕구를 충족시키에도 적합했다”라고 말했다.

서혜진 역삼초등학교 교사, 네이버 웨일 교육 전문가인 NWEE 소속이기도 하다 / 출처=IT동아

이어서 “크롬 확장앱도 다 쓸 수 있고, 웨일 운영체제 자체가 웹브라우저 기반이어서 장치의 노후와 관계없이 활용성을 유지할 수 있다. 덕분에 웨일북이 아니더라도 웨일 브라우저와 웨일스페이스 계정만 있으면 학습할 수 있고, 또 교사 입장에서도 윈도우 PC로 교과 수업을 진행할 수 있어서 작업 능률도 좋다. 알다시피 한글 파일이나 인증서, 교육부 프로그램 등으로 교사가 윈도우 PC를 쓸 수밖에 없는데, 이 컴퓨터로 바로 수업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윤정 교사는 디지털 수업에서의 활용도, 그리고 안정성도 장점으로 꼽았다. “디벗은 한번 선정하면 약 6년 정도 쓰는데, 그 사이 파손되거나 문제가 생길 여지는 있다. 웨일북은 LG전자에서 제조한 데다가, 사후 지원도 잘 갖춰져 걱정이 덜하다”라면서, “교육용 기기지만 운영 체제 자체가 웹 브라우저로 동작해 인터넷 성능만 충분하면 기기 노후에 따른 불편함이 없고, 웨일 브라우저로 접속해 학습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교육 참관해보니··· 수업 관리, 학생 참여도 높아


약 40분 간의 수업에 직접 참여해 학생들이 웨일북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봤다 / 출처=IT동아

인터뷰에 앞서 기자가 직접 6학년 수업에 참관해 웨일북 활용 사례를 먼저 접했다. 약 20명의 학생들이 서윤정 교사를따랐고, 이날 교육은 웨일스페이스의 팀보드 기능을 활용해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 학습을 했다. 서윤정 교사는 먼저 학생들에게 웨일북을 펴게 하고, 듀얼 탭 기능으로 하나는 네이버 국어사전을 켜고 하나는 웨일북 팀보드를 켜도록 지시했다. 팀보드는 화이트보드처럼 학생들이 펜으로 글씨나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실시간으로 공동 작업할 수 있다.

학생들은 저마다 네이버 사전에서 순우리말을 찾고, 그다음 팀보드로 진입했다. 이때 학생별로 부여받은 번호대로 팀보드 계정이 열려있고, 여기서 본인 이름과 번호에 맞춰 입장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는 시점부터는 태블릿을 뒤집고 펜을 들어 그렸다.

학생이 사용하는 화면은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이를 통해 교사는 효율적으로 학습을 지도할 수 있다 / 출처=IT동아

수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전자칠판을 통해 모든 학생들의 화면이 실시간 공유되는 점이었다. 종이 교과서는 학생마다 어떤 페이지를 펼쳤는지 알기 어렵지만, 웨일북은 학생 화면이 칠판에 모두 공유되니 선생님 입장에서는 칠판만 봐도 학생들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어떻게 학습하고 있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실시간 화면 공유에 대해 서윤정 교사는 “웨일북은 자체 개발한 실시간 수업 관리 서비스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다른 장치에서 쓰려면 고가의 MDM(모바일 디바이스 관리)를 사야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서 좋다”라고 덧붙였다.

수업 관리의 집중 모드도 흥미로웠다. 사실 교사나 학부모 모두 디지털 교과서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집중력 저하다. 디지털 기기 특성상 수업이 아닌 다른 것을 해도 즉각 파악하기가 어렵다. 수업 관리의 집중 모드를 활용하면, 특정 페이지 등에서 주소창이나 외부 기능을 쓸 수 없게 된다. 덕분에 학생들이 해당 사이트만 활용하거나 검색하는 등으로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수업 때마다 여러 기능들을 활용하고, 여기에 각각 계정이 다 필요하다. 웨일북에는 계정을 통합 운용하는 기능이 있어 계정 하나로 다 관리하고, 또 바로 로그인을 지원한다 / 출처=네이버 웨일

서윤정 교사 역시 간편한 로그인, 음성인식 검색을 웨일북의 장점으로 꼽았다. 서윤정 교사는 “아직 학생들이 쿼티 자판이 낯설고, 이 부분은 디지털로 수업을 하는 데 큰 장벽이다. 다행히 웨일북에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바로 클로바 AI 음성인식이 켜져서 학생들이 따라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웨일북은 유저 인터페이스를 학생들이 인지하기 좋은 아이콘 등으로 배치해놓고 있다.

또한 두 교사 모두 웨일스페이스의 통합 로그인 기능도 수업 진행의 핵심으로 꼽았다. 서혜진 교사는 “웨일스페이스 로그인 기능은 수업을 원활하게 진행하는데 없어선 안 될 기능이다. 학생들이 20명이면 관리해야 하는 계정은 수십 개다. 교사 입장에서 관리가 어렵고, 또 계정을 잊어버리면 수업 참여가 어려운 그런 문제가 있다. 웨일북에 포함된 간편한 통합 로그인과 웨일스페이스의 연동 계정 찾기 덕분에 수고가 크게 덜었다”라고 말했다.

리액션 기능을 통해 학생이 선생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수업 참여 결정 등을 할 수 있다 / 출처=IT동아

기기를 사용해 선생님과 소통할 수 있는 리액션과 채팅 기능도 수업의 일부였다. 채팅은 웨일북 사용 교사들이 요청한 기능으로, 교사와 학생은 전체 채팅과 1:1 채팅이 가능하다. 하지만 학생끼리 1:1 채팅은 지원하지 않는다. 교사에게 대화가 집중되고, 수업 중 학생들이 개별 행동을 하는 것을 방지한다. 또한 리액션 기능에서 ‘도와주세요’나 ‘질문하기’를 누르면 전자칠판에서 공유되고 있는 화면에 학생의 요청이 떠 선생님이 바로 찾아가 도와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한편 수업 시간이 끝나자 서윤정 교사가 학생들의 웨일북을 전체 잠금 걸었고, 즉시 학생들은 활동을 멈추고 선생님에 집중했다. 당장 화면이 멈췄으니 선생님을 보는 것이다. 간단한 설명이 이어진 뒤 수업이 끝났고, 사용한 웨일북은 모두 충전함에 넣어 보관했다. 그림을 다 그리지 못해 아쉬워하는 학생들도 있었으나, 다음날 아침에 이어서 그림을 그리면 된다는 교사의 설명을 듣고 다음날 아침에 이어서 그리기로 했다.

디지털 학습 환경, 국내 실정에 맞는 선택지 고려해야

한국IDC가 발표한 2023년 국내 PC 출하량에 따르면, 국내 교육용 PC 시장 출하량은 22년 대비 16.1% 감소한 80만 대 출하로 확인됐다. 이중 크롬북과 윈도우 PC, 애플 제품의 점유율이 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 있어서 우리나라 시장은 굉장히 작기 때문에 제품이 교육에 맞추는 게 아니라 교육이 제품에 맞추는 실정이다.

후발 주자인 웨일북은 다르다. 웨일북은 국내 소재의 네이버 데이터센터에 자료를 저장하고, 데이터 권한을 학교 측에 부여한다. 학생들의 웨일북 데이터를 조회하려면 학교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NWEE처럼 기업 입장에서 교사들의 디지털 학습을 지원하고, 수업에서 발생한 문제를 실시간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서혜진 교사는 ‘외산 제품은 문제 신고 후 피드백에 며칠 이상 걸리지만, 웨일북은 대응 인력이 질문 즉시 답을 한다’라고 말했는데, 이런 방식이 우리 교육에 필요하다.

네이버는 NWEE를 통해 웨일 교육 콘텐츠 공동 기획 및 제작 참여, 교사 연수 프로그램 지원, 웨일 제품 베타테스트 참여 등을 돕고 있다 / 출처=네이버

네이버 웨일북의 사례처럼, 우리의 교육을 기기에 맞추는 게 아니라 기기가 교육에 맞춰야 한다. 인터뷰 말미에 서윤정 교사는 “앞으로의 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기술이 도입될지 알 수 없고, 가능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교육의 기술은 빅테크 기업을 따라갈 수 없으니 더 협업의 길을 열어야 한다. 교사와 학생들이 빠르게 방향을 잡고 나아갈 수 있도록, 교육부와 교육청도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2025년이면 디지털 교과서가 전국 시도 교육 현장에 배급되고, 초등학교 3·4학년과 중1, 고1 학생들의 1인 1기기 시대가 열린다. 2026년에는 교원의 100%, 초등학교 5·6, 중2, 고2 학생들도 모두 기기를 받는다. 기기의 선택권은 교육 현장에 있지만, 그 선택지에 현장의 목소리도 듣는 기업인지에 대한 고려도 필요해보인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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