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그 뒷면에 무엇이 있길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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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우주 자원 개발 전쟁
中 탐사선, 달 토양 샘플 채취… 지구에 없는 ‘헬륨3’ 발견 기대
달 기지서 산소-물 만들어 쓰면… 2040년까지 230조원 창출 예상
철분-희토류 등 전략 자원 풍부… “한국, 탐사-분석 경쟁력 키워야”

미국 항공우주국(NASA) 달 정찰궤도선이 촬영한 달의 뒷면. NASA 제공
미국 항공우주국(NASA) 달 정찰궤도선이 촬영한 달의 뒷면. NASA 제공

중국 우주탐사선 ‘창어 6호’가 6월 25일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서 토양 샘플을 채취해 53일 만에 지구로 귀환했다. 11월 유인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 2호’ 발사를 앞두고 있는 미국은 중국이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달 개척을 선도해 나갈까 잔뜩 경계하는 모습이다. 달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힘겨루기를 벌이는 이유는 달 자원이 21세기 최고의 전략자원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주자원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 ‘꿈의 에너지원’ 달 뒷면에 풍부

달 뒷면에는 지구에서 거의 얻기 어려운 원소 ‘헬륨3’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륨3은 삼중수소 대신 핵융합 발전의 원료로 쓸 수 있다. 헬륨3은 양자 2개와 중성자 1개로 구성된다. 이런 헬륨3에 양자 1개와 중성자 1개로 이뤄진 중수소를 핵융합시키면 동위원소인 헬륨이 생성되며 양자 1개가 남아 에너지로 바뀐다. 헬륨3 1g은 석탄 40t과 비슷한 에너지를 뿜는다.

헬륨3은 양자컴퓨터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도 기대된다. 양자컴퓨터 온도를 영하 273.1도로 유지해 큐비트를 안정시키는 냉동기를 작동시키는 데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우주탐사기업 ‘인터룬’은 달 표면 아래 100만 t 이상의 헬륨3이 매장돼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인류가 1만 년 동안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양이다.

김경자 국가우주위원 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우주자원개발센터장은 “달은 1원을 투자해 80원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자원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달의 표면에는 철분, 마그네슘뿐 아니라 스칸듐, 이트륨 등 희토류도 다량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열과 전기를 잘 전달하는 성질이 있는 희토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만들 때 사용되는 핵심 자원이다.

김 센터장은 “중국이 샘플을 채취한 달 뒷면은 상대적으로 태양풍의 영향을 적게 받은 ‘젊은 지역’”이라며 “창어 6호가 가지고 온 샘플은 변질이 덜 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미경으로 분석해 보면 어떤 물질이 달에 존재하는지 매우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달 경제’ 시대 열린다

달에 존재하는 자원의 윤곽이 드러나면 본격적으로 ‘달 경제’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달 경제란 달 거주민들이 생기면서 경제적 이익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중국은 본격적으로 달 기지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달 경제 사례는 달 거주 우주인들을 위한 산소, 물 등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필요한 자원을 지구에서 가져가는 것보다 달에서 만들어서 쓰는 것이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물, 산소 등은 1kg에 50만 달러(약 7억 원)에서 75만 달러(약 10억50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가 2021년 펴낸 ‘달 시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까지 1000명의 인구가 달에 거주하며 누적 1700억 달러(약 230조 원)의 시장가치를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달 기지 건설에 각국이 경쟁하는 이유는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하기 전 필요한 자원을 조달하는 핵심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달에서 자원을 생산해 화성으로 나르는 지구-달-화성 경제를 기대하고 있다.

● 우주 자원 채굴 전쟁도 본격화

우주 자원 개발이 화두가 되면서 최근에는 소행성을 대상으로 채굴 전쟁도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있는 ‘프시케 16’은 철, 코발트, 백금, 니켈 등의 금속으로 이뤄져 있다고 알려졌다. 이 소행성의 경제적 가치는 1000경 달러, 세계 경제 규모의 약 9500배에 달한다. ‘3554 아문’도 철, 니켈, 코발트, 백금이 다량으로 매장돼 있다고 알려졌다.

한국도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2029년 지구에 초근접하는 소행성 ‘아포피스’를 탐사할 예정이다. 지구에 가까이 다가오는 소행성 탐사의 경험을 축적하고 본격적으로 소행성 자원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 센터장은 우주 자원 개발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한국이 자원 탐사기술을 비롯해 자원 분석 기술 등 기초 연구 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센터장은 “자원을 채굴하더라도 이 자원이 어떤 물질이고, 어떻게 분리해서 활용할 수 있는지 등 우주 자원 물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주 자원 개발을 할 수 없다”면서 “우주 자원 개발 시대에 한국만 할 수 있는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찾고 몰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
#우주 자원 개발 경쟁#달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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