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리필리 “우유 담는 종이팩? 무엇이든 담는 친환경 포장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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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7월 5일 15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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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품을 포장할 때 흔히 쓰는 종이팩은 품질이 뛰어난 펄프로 만들어 화장지나 페이퍼타월로 활용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 종이팩의 실제 재활용률은 약 15%에 그치고 있다. 일반 폐지와 따로 모아 배출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종이팩이 대부분 유제품 포장으로만 활용되는 가운데, 유제품 소비마저 줄면서 종이팩 수거 체계도 함께 무너진 탓이다. 따로 모아서 버릴 만큼 종이팩이 잘 모이지 않으니, 전용 수거함도, 그걸 받아가서 재활용할 업체들도 점차 줄어드는 셈이다.

김재원 리필리 대표 / 출처=IT동아

그렇다면 종이팩을 유제품 포장 외 다른 용도로도 활발히 사용하면 어떨까? 친환경 종이팩 스타트업 ‘리필리’의 출발점이 된 의문이다. 탄소배출권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며 친환경 사업과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김재원 리필리 대표는 “플라스틱 대체재 중 그 어떤 것보다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게 종이팩인데, 유제품 포장 외 용도로는 잘 쓰지 않는 점이 의아했다”고 말했다.

직접 세제, 샴푸 등을 종이팩에 담아본 결과, 그 의문은 금방 풀렸다. 며칠이 지나니 종이팩이 터져서 내용물이 세어나오기 시작했다. 기존 종이팩은 각종 화학성분이 든 생활용품을 안전하게 오래 보관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 대표는 “직접 실험을 해보고 ‘이래서 안 되는구나’, ‘대기업들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니 쉽지 않겠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마음을 바꿔 도전에 나선 건, 수요 조사에서 친환경 제품을 향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2020년 11월 리필리를 창업 김재원 대표는 이듬해 9월에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주방세제와 세탁세제를 종이팩에 담아 판매했다. 위생용품, 생활용품, 화장품 등을 장기관 보관해도 문제가 없는 종이팩인 ‘리필리팩’ 개발에 성공한 덕분이다. 종이팩 중에서도 두유나 멸균 우유 포장 등에 주로 쓰이는 멸균팩을 개량한 제품이다.

친환경 종이팩 포장재 리필리팩과 자체 위생용품 브랜드인 헤이밀리를 소개하는 김재원 리필리 대표 / 출처=IT동아

리필리팩은 국립환경과학원 기준 적용 테스트를 비롯한 각종 안정성 및 내구성 테스트를 통과할 정도로 튼튼한 건 물론이고 재활용 용이성도 그대로 지켰다. 폴리에틸렌, 천연 펄프, 알루미늄 등 기존 멸균팩의 레이어 구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함유량만 조절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열 접합이 아닌 자체 개발해 특허 출원한 초음파 접합 방식의 기계를 활용해 생산 속도는 높이고, 소비 전력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도 특징이다. 김재원 대표는 “기존 플라스틱 용기와 비교했을 때 원자재 가격이 더 저렴하고, 적재 효율성도 25% 더 높다. 그만큼 물류비용도 낮추고 탄소 발자국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종이팩을 유제품 포장 외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직접 입증한 리필리는 B2B 사업을 시작하며 다양한 기업들과 함께 종이팩의 활용 사례를 넓혀가고 있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자체 공장을 바탕으로 종이팩 생산부터 원료 충진, 패키징, 배송까지 한 번에 책임지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오뚜기의 ‘오뛰르 주방세제’, 유한킴벌리의 ‘종이팩 핸드워시’ 등이 리필리와의 협업 사례다. 이외에도 친환경 화장품, 위생용품 생활용품 분야에서 많은 기업들이 리필리를 찾고 있다.

7월에는 자체 브랜드 제품 판매에도 나선다. 주방세제, 반려동물 식기 세정제, 젖병 세정제등의 위생용품을 종이팩에 담아 ‘헤이밀리’라는 브랜드로 출시할 계획이다. 포장 뿐만 아니라 내용물도 안전성과 친환경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 맞춰 세삼하게 제작했다. 불필요한 첨가물을 최소화하고, 자연유래 원료를 활용한 게 특징이다. 김재원 대표는 “자체 브랜드로 종이팩의 활용 가능성을 알리고,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사용성도 더욱 개선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오는 7월 출시 예정인 리필리의 위생용품 브랜드 \'헤이밀리\'. 주방세제, 반려동물 식기 세정제, 젖병 세정제 등을 종이팩에 담아 판매한다 /출처=리필리

리필리는 액체뿐만 아니라 가루, 알갱이 등 고체를 종이팩에 충진할 수 있는 설비 또한 갖췄다. 이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김재원 대표가 떠올린 게 쌀, 콩 등 농산물을 종이팩에 담아 판매하는 방안이다.

리필리가 이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김재원 대표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교육 사업으로 농산물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고, 농업 관련 박람회 참여, 네트워킹 행사 등을 통해 농산물 유통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는 8월에는 그 결실을 ‘로컬 스톡’이란 브랜드의 국산 쌀 제품으로 출시한다.

올해 1월 프리A 투자를 마치며 총 18억 원의 자금을 모은 리필리는 이를 생산 설비에 투자해 3분기에는 생산량을 5배로 늘릴 예정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신제품 개발에도 나선다. 김재원 대표는 “직사각형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종이팩, 내용물을 볼 수 있는 투명 종이팩 등 다양한 형태의 종이팩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리필리는 종이팩 용도 확장과 더불어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김재원 대표는 “멸균팩도 일반 종이팩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재활용이 가능한데 인식 부족과 재활용 체계 미비로 국내에서는 아직 재활용이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멸균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관련 시민단체, 비영리 기관들과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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