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세미나] 세계 석학들, 게임 질병화에 깊은 우려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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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7월 8일 2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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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5일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과 한국게임산업협회 공동 주최로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이하 세미나)'가 개최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관련으로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하고 국내외 연구 결과 발표를 위해 마련된 이 행사는 '새로운 관점에서 살펴보는 게임 인식’을 주제로, 앤드류 쉬빌스키 옥스퍼드대 교수, 마띠 부오레 튈뷔르흐대 교수, 조문석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가 참가했다.

좌측부터 조문석 교수, 한덕현 교수, 윤태진 교수, 쉬빌스키 교수, 마띠 부오레 교수(자료 출처-게임동아)

이들 전문가들은 지난 2019년에 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국제질병분류(ICD-11)에 반영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게임 중독이나 진단 기준이 명확지않고,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과도하게 의료 화했다는 것.

먼저 앤드류 쉬빌스키(Andrew Przybylski) 옥스퍼드대 인간행동기술학 교수는 "게임 중독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과학적 연구도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라며 "게임은 극도로 사회 시스템적인 특성이 있는 콘텐츠로, 누군가 5분 동안 게임을 하더라도 각자의 환경이 다 다르다. 그런 복잡성을 들어내고 신뢰성 있는 데이터로 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쉬빌스키 교수는 또 "게임 중독이라는 말의 '중독'은 마약이나 도박 등과 다르게 사회적으로 가볍게 쓰인다. 많이 즐긴다는 정도의 은유에 가깝다.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없으면 (게임 질병화 도입은) 굉장히 멍청한 아이디어로 끝날 수 있다."라며 게임 질병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마띠 부오레(Matti Vuorre) 튈뷔르흐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마띠 부오레 교수는 '비디오 게임과 웰빙'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설명하면서 "연구를 해보니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나 SNS가 게임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현대인들이 이런 기술적 콘텐츠들에 빠져있는데 이를 진단할 코드나 매뉴얼이 아직까지 없다."라고 말했다.

마띠 부오레 교수는 "평소에 게임을 즐기는 아동이나 성인에게 마치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것처럼 낙인을 찍을 수 있다."라며 게임 질병화에 대한 부작용을 예측하기도 했다.

강의 중인 한덕현 교수(자료 출처-게임동아)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도 목소리를 높였다. 한 교수는 "너무나 많은 공존 질환이 있을 수 있는데도 하나의 행위를 병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냥 게임을 하는 행위 자체를 진단 기준으로 만들어버렸다. 우울증 환자도, 주의력 결핍, 충동, 자폐도 다 게임을 할 수 있다. 그게 다 섞여서 그룹핑을 해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게임 질병화 주장은 약점이 명확하다고 보았다.

또 한 교수는 "과거 고 위험군이었던 사람을 추적 관찰해 보니 몇 년이 지난 후에 고 위험군인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임상적으로 환자를 봤을 때, 겜블링 환자를 그냥 놔두면 자연치료가 되지 않고 알코올 환자도 그냥 놔두면 나아지지 않는다. 이처럼 게임과 기존 질병의 2~3년 후의 예후가 확실히 다른데, 같다고 우기는 것이 아쉽다."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이들 전문가들은 지난 2021년을 기점으로 게임보다 SNS나 숏폼을 사용하는 쪽으로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 트렌드가 변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게임이 아니라 '숏폼 영상 중독'이라는 새로운 질병이 또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며 이번 질병화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도 국내 게임 질병화 등록은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019년에 WHO가 게임을 이용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하자,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체계(KCD)에 게임이용장애를 등재할지에 대해 민·관 협의체를 꾸려 논의해 왔다. KCD가 오는 2025년에 개정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내년까지 치열한 심사 및 토론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조문석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현재까지 ICD-11에 등재된 질병이 KCD에 등록되지 않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라며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에 쉬빌스키 옥스포드 대 교수는 "영국의 경우 국가 의료 체제나 실정과 맞지 않는 내용은 도입하지 않은 적도 많았다"라고 설명하면서 ICD-11의 결정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게임동아 조학동 기자 igelau@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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