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탐방] ‘지방 SVF 관절 주사’ 신의료기술 등재… “수년간의 임상 경험 성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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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사랑병원
자가 지방 유래 SVF 관절강 내 주사… 신의료기술로 안전성-유효성 인정
무릎 관절 기능 개선, 통증 완화 효과… 자가 혈소판 활용 ‘PRP’도 등재 신청
대규모 첨단 재생연구실 등 갖추고, 관절 분야 줄기세포 치료 연구에 매진


첨단재생의료는 줄기세포·유전자 등을 이용해 손상된 인체 세포나 조직, 장기를 정상 기능으로 회복하는 의료 기술이다. 정부는 전문성을 갖춘 기관을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지정하고 있다. 최근에 연세사랑병원이 지정됐다. 사진은 연세사랑병원 의료진 모습.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첨단재생의료는 줄기세포·유전자 등을 이용해 손상된 인체 세포나 조직, 장기를 정상 기능으로 회복하는 의료 기술이다. 정부는 전문성을 갖춘 기관을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지정하고 있다. 최근에 연세사랑병원이 지정됐다. 사진은 연세사랑병원 의료진 모습.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 전문병원 연세사랑병원(대표원장 고용곤)의 16년 줄기세포 연구가 결실을 보았다.

연세사랑병원 전경. 연세사랑병원 제공
연세사랑병원 전경. 연세사랑병원 제공
연세사랑병원은 최근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지정된 데 이어 이번에는 ‘자가 지방 유래 SVF 관절강 내 주사’가 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으로부터 신의료기술로 고시됐다고 밝혔다. 적용 대상은 무릎 관절염 진단 기준(KL) 2∼3등급에 해당하는 중기 관절염 환자들이다.

‘자가 지방 유래 기질 혈관 분획 주사’ 신의료기술 승인

자가 지방 유래 기질 혈관 분획(재생성 세포 인자) 주사는 무릎 골관절염 환자가 자신의 지방조직에서 분리한 기질 혈관 분획(SVF)을 관절에 주사하는 치료 방법이다.

SVF는 분화 능력이 뛰어난 ‘중간엽 줄기세포’와 더불어 면역세포, 섬유모세포, 미세 혈관 내피세포 등 다양한 세포와 여러 성장인자가 들어 있는 집합체다. 이번 신의료기술 승인으로 중기 무릎 관절염 환자의 관절 기능 개선과 통증 완화에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았다.

주사는 무릎 골관절염 환자의 복부 또는 엉덩이 부위로부터 채취한 지방조직에서 분리·추출한 SVF를 무릎 관절강 내에 직접 주사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고시에서 ‘자가 지방 유래 SVF 관절강 내 주사가 기존 시술(골수 흡인 농축물 관절강 내 주사, 히알루론산을 이용한 관절강 내 주사 등)과 비교해 우수하거나 유사한 수준의 기능 개선과 통증 완화 효과를 보고해 유효한 기술’이라고 게시했다.

이번 신의료기술 승인의 근거가 된 미국 스포츠의학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자가 지방 유래 SVF 주사가 무릎 관절염 환자의 관절 기능을 개선하고 통증을 많이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39명의 환자를 고용량, 저용량, 위약(가짜 약) 그룹으로 1대1대1 무작위 배정해 12개월간 주사 후 관찰한 결과 통증·경직·신체기능을 평가하는 골관절염 지수(WOMAC)가 각각 89.5%, 68.2%, 0% 개선됐다.

자가 지방은 무릎 관절염 치료에 쓰이는 또 다른 재료인 자가 골수(엉덩이에서 채취)보다 중간엽 줄기세포 확보가 쉽다. 중간엽 줄기세포는 다분화 능력을 갖춘 기질 세포로 조골세포(뼈세포), 연골세포, 근육세포, 지방세포를 포함한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통상 중간엽 줄기세포가 많을수록 성장인자를 많이 분비해 연골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 병원장은 “60대 이상 고령 환자들은 골수에서 중간엽 줄기세포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20대는 골수를 뽑으면 약 1000개 중 1개가 중간엽 줄기세포이지만 60대 이상은 약 10만 개 또는 100만 개당 1개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고령이라도 지방 조직에선 10∼15개당 1개꼴로 중간엽 줄기세포를 확보할 수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10여 년 전부터 중간엽 줄기세포가 많이 포함된 지방조직을 관절염 치료에 사용해 왔다.

고 병원장은 “2018년부터 근골격계 질환에서의 자가 지방 줄기세포 치료술에 대해 ‘제한적 의료 기술’ 승인을 받아 수년간 풍부한 임상 경험을 쌓아오며 이번 신의료기술 등재를 받을 수 있었다”라며 “이번 신의료기술 등재를 통해 환자의 치료 비용 부담을 줄이고 최근 논란이 된 골수 줄기세포 주사 치료의 과잉 진료와 무분별한 치료로 인한 환자 피해와 잘못된 인식이 개선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관절기능 강화하고 염증 완화 효과

첨단재생의료 연구진이 세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첨단재생의료 연구진이 세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첨단재생의료’는 줄기세포·유전자 등을 이용해 손상된 인체 세포나 조직, 장기를 정상 기능으로 회복하는 의료 기술이다. 희귀·난치병을 비롯해 기존 기술로 치료가 어려웠던 각종 질환을 극복하도록 돕는다.

정부는 전문성을 갖춘 기관을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지정해 임상 연구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세사랑병원이 실시기관이 됐다.

자가 지방 유래 기질 혈관 분획을 분리해 주는 원심분리기.
자가 지방 유래 기질 혈관 분획을 분리해 주는 원심분리기.
연세사랑병원은 2008년부터 자체 세포 연구실을 설립한 후 경험과 기술을 축적했다. 특히 골수, 제대혈 대신 자가 지방 SVF 줄기세포의 장점에 주목해 둔부나 복부의 지방에서 추출한 자가 지방 줄기세포를 무릎 퇴행성관절염에 접목한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자가 지방 줄기세포 치료법은 무릎 관절염과 같은 질환에서 관절 기능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가 지방 유래 기질 혈관 분획 주사치료는 무릎 관절염과 같은 질환에서 수술적 요법 대신 관절 기능을 개선시키고 염증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 또한 강력한 항염증 효과가 있다. 염증을 줄이고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자가 지방 유래 기질 혈관 분획은 환자 자기 조직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식 거부 반응이나 감염의 위험이 낮고 부작용도 적다.

자가 지방 유래 기질 혈관 분획이 주목받는 이유는 중간엽 줄기세포 확보가 쉽기 때문이다. 중간엽 줄기세포가 많을수록 인자 분비 능력이 활성화돼 염증이 빨리 가라앉고 관절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중간엽 줄기세포는 나이가 많을수록 채취하기 쉽지 않은데 자가 지방에는 전체 세포 중 7∼10%의 중간엽 줄기세포가 있다. 퇴행성관절염을 앓기 쉬운 중년 이상 여성은 지방이 많기 때문에 치료에 쓸 수 있는 중간엽 줄기세포를 채취하기 쉽다.

자가 지방 유래 기질 혈관 분획 치료는 초음파를 보면서 주사액을 주입한다. 상대적으로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먼저 환자의 복부나 허벅지에서 소량의 지방조직을 채취한다. 그다음 채취한 지방조직에서 줄기세포를 포함한 다양한 세포를 분리한다. 활성화된 세포를 무릎관절 내에 주사하면 된다.

감염의 위험을 줄여주는 무균 작업대. 연세사랑병원 제공
감염의 위험을 줄여주는 무균 작업대. 연세사랑병원 제공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 선정에는 연세사랑병원의 우수한 시설과 체계적인 시스템도 도움이 됐다. 병원은 8월 세포치료연구소를 신축 이전하며 약 230㎡ 규모의 첨단 재생연구실로 업그레이드했다. 조직 채취, 세포 분리·농축, 시술 등의 순으로 이뤄지는 치료 과정에서 세포가 오염돼 환자 몸에 주입되지 않도록 줄기세포 시술을 하는 공간에 대학병원급 공조 시스템을 설치해 외부 바이러스의 실내 침투를 막는다. 별도의 세포 보관실은 감염 위험 없이 신속하게 치료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무균 작업대 등을 설치해 관리하고 있다.

무릎 관절염 PRP 치료 ‘신의료기술’ 신청

연세사랑병원은 무릎 관절염 환자에 대한 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술(PRP) 치료의 신의료기술 등재도 신청했다.

혈소판은 염증을 완화하는 성장인자가 풍부해 손상된 연골, 인대, 근육의 세포 증식과 통증 감소, 신생 혈관 생성 등 다양한 효과를 보인다. 특히 환자 본인의 혈액 속 혈소판을 활용해 거부 반응과 같은 부작용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이 때문에 초·중기 관절염 환자에게 PRP(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술)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PRP 치료는 현재 팔꿈치 관절과 회전근개 봉합술을 시행할 때 치료를 병행하는 것만 신의료기술로 등재돼 있다. 무릎 관절염 환자에 대한 PRP 치료가 통과되면 무릎 관절염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PRP는 환자의 혈액을 20㎖ 정도 채취한 후 원심분리기로 혈소판 성분을 분리하고 성장인자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자체 제작 도구로 농축해 관절 부위에 주사하는 치료다. 시술 후 입원이나 재활치료가 필요 없어 편리하다.

다양한 연구와 논문에서 PRP 치료는 통증 감소, 상처 치유 효과가 인정됐다. PRP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연세사랑병원은 2008년 세포치료연구소를 자체 설립해 지금까지 세포 치료와 관련한 꾸준한 연구를 이어 오고 있다. 2009년에는 정형외과 치료에 최초로 PRP를 도입했으며 ‘혈소판 풍부 혈장(PRP) 주사 단독 또는 간엽 줄기세포 치료가 병행된 개방형 근위 경골 절골술의 결과 비교: 전향적 연구’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논문에 따르면 줄기세포 치료에 PRP를 병행하면 줄기세포 증식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고 병원장은 “연골 손상이 더 진행되기 전 초·중기 관절염 시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무릎 관절염 환자가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로 자기 관절을 보존할 수 있도록 좋은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사랑병원은 줄기세포 치료 효과를 입증하고 전문성을 증진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의료진이 지금까지 발표한 줄기세포 관절 치료 관련 SCI급 연구 논문만 해도 20여 편에 달한다. 국제연골재생학회(ICRS)에 초청받아 줄기세포 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기도 했다.

고 병원장은 “연세사랑병원 의료진은 무릎·발목·어깨 등 한 부위의 관절 치료만 집중해 맡고 있다”라며 “부위별 질환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임상 경험, 줄기세포 기술까지 더해져 독보적인 역량을 자랑한다”라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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