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내에서 국제우주대학(ISU) 우주연구프로그램(SSP)이 한국에서 개최된다. 이 프로그램이 국내에서 개최되는 것은 처음이며, 아시아 국가들 중 일본, 태국, 중국에 이어 네 번째다. 니콜라스 피터 ISU 총장은 개최국으로 한국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한국은 우주 분야에서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고 이룰 만한 역량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는 10일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제2회 세계한인과학자대회’에서 내년 ISU 우주연구프로그램을 경기도 안산 한양대 에리카(ERICA) 캠퍼스에서 열겠다고 발표했다. ISU는 국제적인 우주 전문가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교육기관으로 110개국 5400명 이상이 ISU의 우주연구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한국 최초의 우주비행인 이소연 박사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
약 8주간 진행되는 ISU 우주연구프로그램에는 다양한 분야의 학생 및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처음 3주간은 우주법, 우주 공학, 우주 과학 등 여러 세부 분야로 나뉘어 강의가 진행된다. 이후에는 그룹을 지어 실제 우주 기업이나 기관들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수업이 이뤄진다. 피터 총장은 “올해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고 있는데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두 개의 프로젝트를 요청했다. 이전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프로젝트를 제시하기도 했다”고 했다.
내년 한국에서는 6월 23일부터 8주간 SSP가 열리게 되며 대학원생이나 연구원, 우주분야 구직자 130~1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올해 프로그램에는 35개국 155명이 참여하고 있다. 참가비는 2만 달러(약 2700만 원)으로 숙소, 식비 등이 포함된다.
이태식 과총 회장은 “이번 유치가 지역 경제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피터 총장 역시 “전세계 사람들이 한국을 방문할 것이고 가족, 친구들과 함께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제적 효과가 크다”며 “지금까지 유치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투자 대비 2배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누렸다”고 했다.
피터 총장은 SSP의 필요성에 대해 “우주 경제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려면 다양한 우주 분야 사람들 간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음악을 들을 때 스트리밍으로 듣지, 녹음된 음악을 사서 듣지 않는다”며 “우주 산업도 이런 방식으로 변해갈 것이다. 우주를 보는 우리의 사고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특히 우주 경제의 구도가 과거에는 BTG(정부 대상의 비즈니스)였지만 지금은 BTB(기업 대상 비즈니스)에서 BTC(고객 대상 비즈니스)로 점점 변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피터 총장은 자동차, 바이오·의학 분야를 예를 들며 “내연기관, 전기차를 지나 이제는 데이터 자동차 시대다. 자동차에서 위치를 추적하고 공유하는 등 인포테인먼트 산업이 커질텐데 이 기반에는 위성, 즉 우주가 있다”고 했다. 이어 “우주 의학도 BTC에 해당하는 사업”이라며 “심지어 현실감 있는 게임을 구현하기 위해 우주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도 있다”고 했다.
피터 총장은 이런 변화가 우주 분야의 인재 고갈 문제도 해결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터 총장은 “(위의 예시처럼) 우주와 우주가 아닌 산업 간에 발휘할 수 있는 시너지가 크기 때문에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산업 간 협업을 통해 우주 관련 인력을 늘려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지금의 우주 산업의 빙산의 일각이다. 바닷속에 잠겨있는 더 큰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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