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게임 업계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형 게임사들도 실적 악화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 게임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해 스타트업들은 애써 신작을 만들어도 알릴 방법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예전보다 성공 가능성이 낮아지다보니, 자연스럽게 투자 시장도 얼어붙었다.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몇백억 대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는 스타트업 소식도 자주 들려왔지만, 이제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생존을 걱정하는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창업기업의 5년 후 생존율은 33.8%에 불과하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설립된지 2년 밖에 안된 스타트업이 20억 투자를 유치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30년 동안 개발, 서비스, 마케팅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경력을 쌓은 구본석 대표를 필두로, 컴투스, NHN, 스마일게이트, 위메이드 등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사들에서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들이 뭉쳐 설립한 모들스튜디오다.
모들스튜디오는 설립 후 가능성을 인정받아 경기글로벌게임센터 입주 기업이 됐으며, 2023년 경기콘텐츠진흥원 게임 상용화 지원 사업, 2024년 게임더하기 사업 등에도 선정되고, 최근에는 KJ&투자파트너스-코나벤처파트너스로부터 20억 원 투자까지 유치해 화제가 되고 있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024 PlayX4 부대행사 중 하나인 IR피칭 데모데이에서 모들스튜디오와 최종 투자 면담을 진행한 KJ&투자파트너스 대표는 "모들스튜디오는 글로벌 마케팅 서비스 경험이 풍부하며, 다양한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를 결정했다”며, “앞으로의 탑티어 글로벌 성공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모들스튜디오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회사명은 ‘많은 이들이 모여든다’는 뜻을 가진 제주도 방언 ‘모다들엉’의 준말인 ‘모들’에서 유래됐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아온 베테랑이 모여서 설립한 회사라는 의미도 있고, 많은 이들이 함께하면 더 즐겁다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기업 비전 역시 ‘The more, the merrier’, 함께하면 이롭고 더 강하다는 뜻으로 사용자 간의 소통과 구성원 간의 협업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구본석 대표가 ‘모들’이라는 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함께해준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게임 제작에 필요한 서버, 클라이언트, 아트, 기획 각 분야들의 전문가들이며, 각자 독립적으로 회사를 운영했던 인재들임에도 불구하고, 구대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창업에 동참해줬다고 한다.
투자 빙하기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험난한 시장 상황에서 구대표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원동력은, RPG 장르에 편중되어 있는 국내를 벗어나, 글로벌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는 캐주얼 게임이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2011년에 창업을 한번 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창업을 결심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년간 글로벌 퍼포먼스 마케팅의 최첨단에서 많은 경험을 쌓다보니, 최신 트렌드를 분석해서 리스크를 최소화 한 작은 게임이라면 중소 게임사도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모들스튜디오에서 현재 개발 중인 게임은 글로벌 캐주얼 게임 시장을 노린 3종입니다. 이전에는 인앱 광고 위주의 간단한 하이퍼캐주얼 게임이 유행을 했지만, 이제는 모집 광고 단가가 많이 올라가면서, 하이퍼캐주얼보다는 좀 더 완성도를 끌어올려 리텐션(재접속)을 끌어올린 형태의 캐주얼 게임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모들스튜디오가 오는 8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Merge Brothers Sega’는 3매치 퍼즐 장르의 뒤를 잇는 인기 장르로 주목받고 있는 머지 장르다. 퍼즐 게임의 경우 여성 이용자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여성향 게임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Merge Brothers Sega’는 부대를 성장시켜 적들을 물리치는 밀리터리 소재로 남성 퍼즐 이용자들을 타겟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파일럿으로 선보였던 초기 버전은 완성도 문제로 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는 않았지만, 마케팅 비용 대비 유입자가 상당히 만족스러워서, 완성도를 더욱 끌어올린 버전을 준비했다고 한다.
두 번째 게임인 ‘Match Mart’는 산더미로 쌓인 마트 창고에서 손님이 주문한 물건을 찾아주는 3D매치 장르다. 기존에는 3D퍼즐 특유의 인터페이스 문제로 진입장벽이 있었지만, 요즘 이를 개선한 게임들이 등장하면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장르라고 한다. 구대표는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유행하고 있는 장르의 신작을 빠르게 만드는 패스트 세컨드 전략을 시도하기 어려운 만큼,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프론티어가 되기 위해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작품이자, 구대표가 창업을 결심하게 만든 게임이기도 한 ‘낫 어론’은 요즘은 투자자들이 기피하는 장르가 되고 있는 SNG(소셜 네트워크 게임) 장르다. 국내에서는 SNG가 비인기 장르가 됐지만, 북미에서 타운십을 필두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들이 많으며, 국내에서도 월 20억 이상의 매출을 꾸준히 내고 있는 알짜배기 게임들이 많다고 한다.
구대표는 “과거 소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SNG들이 인기를 얻다가, 소통을 위한 메시지들이 스팸처럼 되면서 기피하는 장르가 됐고, 이후 게임들은 소셜 요소를 걷어낸 대신 너무 경영 위주가 되면서 식상한 장르가 된 것 같다”며, “낫 어론은 섬을 꾸미며 다양한 힐링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샌드박스형 크래프팅 게임으로, 자신의 섬 주변에 매번 새로운 섬들이 나타나 그들과 다양하게 교류하는 두근거림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신생 스타트업이 이처럼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준비하고, 성공적인 투자 유치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잘 활용해 많은 비용이 필요한 설립 초반 상황을 순조롭게 넘긴 덕분이다.
구대표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의 경기글로벌게임센터 입주 기업으로 회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임대비를 많이 절약할 수 있었고, 게임 상용화 지원 사업, 게임 더하기 사업 등으로 초기 게임 마케팅 비용을 확보하는 등 많은 지원을 받은 것이 큰 힘이 됐다”며, “스타트업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경험자 입장에서 봐도 경기글로벌센터에서 회계, 법률, 마케팅, 투자자 매칭 등 이제 막 창업한 이들에게 필수적인 컨설팅들을 잘 준비해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긴 하지만, 스타트업들이 차근차근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경기글로벌센터의 입주공간을 확장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오피스, 어도비 등 소프트웨어 비용도 많은 부담이 되는 만큼, 경기도 내 게임 투자펀드 확장을 통해 많은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궤도에 오른 선배 창업자 입장에서 이제 막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구대표는 “요즘 창업이 많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구글, 아마존 등 지금까지 세상을 바꾼 것은 대부분 20대였다”며, “젊은 열정과 창의력이 이 세상을 바꾼다. 다만, 너무 자기 안에 갇혀서 개발만 하고 있으면 봐야할 것도 못보는 경우가 생긴다. 기꺼이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최대한 많은 경험자와 전문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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