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9일(미국 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웨스틴 보나벤처 호텔에서 ‘테크데이(Tech Day)’를 개최한 AMD는 차세대 라이젠(Ryzen) 프로세서 및 자사 인공지능 PC 전략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데스크톱 PC용 중앙처리장치(CPU)인 라이젠 9000 시리즈, 노트북 PC용 가속처리장치(APU)인 라이젠 AI 300 시리즈가 공개됐다.
두 제품은 새로운 중앙처리장치 설계인 ‘5세대 젠(Zen 5)’이 적용됐다. 클럭당 명령어 처리 능력이 이전 세대 대비 16% 이상 상승하면서 성능 향상을 이뤄냈다. 인공지능 처리 기능도 강화됐다. 시장이 요구하는 인공지능 PC 시대를 준비하기 위함이다. 퀄컴의 노트북 PC 시장 진출로 경쟁이 치열해진 모바일 중앙처리장치는 그래픽 처리 능력과 신경망 처리장치 성능 향상으로 대응했다.
‘Zen 5 + AVX-512’로 데스크톱 AI PC 시대 준비한 라이젠 9000
데이비드 맥아피(David McAfee) AMD 그래픽스ㆍ클라이언트 채널 총괄 관리자 및 상무는 “라이젠 프로세서는 비용 대비 뛰어난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고 그 약속을 지켜왔다. 한계를 계속 넘고자 하는 애호가들에게 유연성을 제공하기 위한 오버클럭 기능과 플랫폼 수명도 오랜 기간 유지했다. AM4 플랫폼은 우리의 기대치를 초과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그간 AMD의 발자취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이어 “AM5 플랫폼은 현재 시장에 출시된 상태이고 PCI-E 5.0과 DDR5 지원 등 새로운 기능을 제공한다. 그래나이트 릿지(Granite Ridge)는 이전 대비 더 뛰어난 생산성과 게이밍 성능을 제공한다. 경쟁사 대비 강력한 성능을 구현했으며 곧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MD가 공개한 라이젠 9000 시리즈는 미국 기준 2024년 7월 31일에 출시된다. 최상위 제품이 될 라이젠 9 9950X를 시작으로 9900X, 라이젠 7 9700X, 라이젠 5 9600X 등 4개 제품이 모두 시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시간을 두고 제품을 출시하는 게 아닌 한 번에 모든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세대교체를 빨리 진행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라이젠 9000 시리즈는 AM5 플랫폼 기반의 두 번째 CPU다. 기존 라이젠 7000 시리즈 제품을 썼다면 프로세서 변경만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메인보드 제조사에 따라 바이오스 업데이트가 필요한 경우가 있으니 업그레이드 전 확인이 필요하다. AM4 플랫폼 기반 시스템은 구조상 호환이 불가능하다. 이때는 부품을 대부분 바꿔야 되는데 AMD는 새 CPU 출시에 맞춰 X800/B800 칩셋 메인보드를 선보인다.
AMD가 강조한 부분은 단연 인공지능(AI)이다. 인공지능 학습에는 저장장치 속도와 그래픽카드 데이터 대역이 중요한데 AM5 플랫폼은 PCI-E 5.0 레인을 더 많이 제공함으로써 유연하게 대응 가능하다. 데이비드 맥아피 상무는 “경쟁사는 그래픽카드 또는 저장장치 중 하나만 PCI-E 5.0을 쓸 수 있으나 AM5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CPU 자체의 인공지능 처리 능력도 뛰어나다는 점도 강조됐다. AMD 자료에 따르면 초당 토큰(Tokens per Second) 기준 라마(Llama)는 최대 17%, 미스트랄(Mistral)은 최대 20% 빠르게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 과정에서 고급 벡터 확장 명령어인 AVX(Advanced Vector Extensions)-512와 신경망 가속 명령어 VNNI(Vector Neural Network Instruction) 등을 적용한 결과다.
마크 페이퍼마스터(Mark Papermaster) AMD 부사장 및 최고 기술 책임자는 “처음 AVX-512 명령어는 256비트 명령어를 두 번 실행하는 구조였으나 이번에는 물리적 데이터 경로로 실행되는 형태로 설계했다. 부동소수점 피연산자 추가 명령어(Floating ADD) 처리 주기도 3주기에서 2주기로 줄였다. 우리는 인공지능 처리 과정 전반에 걸쳐 매우 최적화된 엔진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세대 젠(Zen) 중앙처리장치 설계도 성능 향상에 영향을 줬다. 고급 분기 예측이 포함된 듀얼 파이프 펫치(Dual Pipe Fetch with Advanced Branch Prediction)를 적용, 지연 시간을 줄이고 정확도와 데이터 처리량을 늘렸다. 명령어가 머무는 예비 공간(캐시)의 지연시간과 대역폭은 늘렸으며 해독(디코드) 파이프는 2개가 배치됐다. 신경망 처리장치를 구성하는 회로인 산술 논리 장치(ALU)는 6개, 기능에 따라 3배수씩 배치해 더 많은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데이터가 초기에 접근하게 되는 1차 예비 메모리(L1 캐시)의 용량 증가 및 최대 대역폭이 두 배 확장된 점 역시 눈길을 끈다.
‘RDNA 3.5 + XDNA 2’로 모바일 AI PC 시장 이끌 라이젠 AI 300
데스크톱 PC 시장은 라이젠 9000 시리즈로 인공지능 시대를 열었다면 노트북 PC 시장은 라이젠 AI 300 시리즈로 대응한다. 5세대 젠 중앙처리장치 설계를 적용해 기본기를 다지고 3.5세대 RDNA 설계 기반 내장 그래픽 처리장치(GPU), 2세대 XDNA 설계 기반 신경망 처리장치(NPU) 등을 더했다. 하나의 칩으로 생산성부터 게이밍, 온-디바이스(On-Device) 인공지능까지 가능하다.
라이젠 AI 300 시리즈는 윈도우 11 생태계에 대응하는 거의 모든 애플리케이션과 호환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코파일럿+ PC에도 대응한다. 특히 배터리 효율성을 확보함으로써 제조사 역량에 따라 일상 수준의 배터리 지속력을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밤시 보파나(Vamsi Bopanna) AMD 인공지능 그룹 수석 부사장은 “라이젠 AI 300 시리즈는 엔터테인먼트부터 개인, 기업 생산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경험이 가능하다. AMD는 여러 파트너와 협력해 향후 몇 개월 안으로 150여 이상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후 제품 설명을 위해 자리한 제이슨 반타(Jason Banta) AMD 비즈니스 개발부ㆍ클라이언트 상무는 “우리는 인공지능을 PC에 통합하고 있다. 기존 플랫폼부터 호환성을 희생할 필요가 없다. 라이젠 AI 300 시리즈는 PC로 사용 중인 모든 것을 잘 다루는 것은 물론이고 뛰어난 인공지능 성능과 경험까지 제공하는 인공지능(AI) PC 솔루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MD 측 자료에 따르면 라이젠 AI 300 시리즈 중 최고 사양 제품인 라이젠 AI 9 HX 370은 경쟁사 동급 제품 대비 성능 우위를 갖췄다. 핸드브레이크 비디오 변환 작업에서 최대 1.6배, 블렌더 BMW 렌더링은 최대 3.8배 빠르다. 최근 코파일럿+ PC에 대응하는 퀄컴 스냅드래곤 X 엘리트 프로세서에 대해서는 게임 호환성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특히 퀄컴 스냅드래곤 X 엘리트 프로세서 탑재 AI PC는 특정 게임이 실행조차 되지 않는다는 부분을 강조하면서 자사 3.5세대 RDNA 내장 그래픽 처리장치는 최신 게임을 1080p(1920 x 1080) 해상도 구동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신경망 처리장치는 50 TOPS(초당 1조회 정수 연산) 성능을 낸다. 32개 인공지능 엔진 타일이 유연하게 데이터를 처리하는 구조다. 밤시 보파나 수석 부사장은 “인공지능 유형에 존재하는 인공지능 컴퓨팅 처리량을 두 배, 메모리는 16배 늘렸다”고 말했다. 특히 정확도는 낮지만 빠른 처리가 가능한 8비트 정수(INT8), 속도는 낮지만 정확도는 높은 반정밀도 부동소수점(FP16)의 장점을 구현한 블록 반정밀도(Block FP16)를 도입한 점이 특징이다.
AMD는 라이젠 9000 시리즈와 라이젠 AI 300 시리즈 모두 올 하반기에 시장에 출시, 시장 선점에 의한 점유율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경쟁 제품이 없고 노트북 PC 시장에서는 코파일럿+ PC를 앞세워 스냅드래곤 X 엘리트가 시장에 진출한 상태지만, 완성도 측면에서 기존 x86 기반 PC에 상대가 안 된다는 평이 우세하다. 경쟁사는 올해 12월 중에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어서 치열한 시장 경쟁은 올해 말이 되어야 시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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