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Crohn‘s disease)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주로 서양에서 발병률이 높았던 크론병은 최근 식습관 변화로 국내 젊은층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크론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3만3238명으로 집계됐다. 2013년 1만6138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10년 새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연령대별 크론병 환자는 20대가 31.2%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25.1%), 40대(15.3%), 10대(15.1%) 순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20대 이하 환자가 절반에 달한다는 것이다.
김유이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크론병을 포함해 염증성 장질환이 발병한 국내 소아청소년 수는 최근 10년간 2.5배 증가했다”면서 “특히 크론병에 걸린 소아청소년은 영양 흡수가 잘 안돼 저체중이나 저신장 등 성장 장애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복통, 설사, 체중 감소…면역체계 변화 때문 추정
크론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복통, 설사, 체중 감소다. 2주 이상 증상이 지속되면 크론병을 의심할 수 있다. 혈변, 발열, 피로, 항문 주위 통증이나 진물, 잘 낫지 않는 치열, 구토, 구역, 구강 내 통증, 성장 지체, 빈혈 등도 나타날 수 있다.
비슷한 증상의 궤양성대장염과 비교하면 병변의 위치, 범위, 특징에서 차이가 있다. 궤양성대장염은 대장에만 발생하고 염증이 얕으며 연속적으로 분포하는 특징이 있다. 반면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나 발생할 수 있다. 주로 소장과 대장에서 많이 발병하고, 염증이 깊으며 띄엄띄엄 분포한다.
김유이 교수는 “크론병 환자의 10%는 진단 시에, 20~30%는 진단 1년 이내에 구강, 피부, 관절, 간, 눈 등에 장외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며 “크론병의 장벽 전층 염증은 장의 섬유화와 협착을 일으켜 창자 막힘을 유발하거나 농루를 일으키고 미세한 장천공 또는 누공을 초래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크론병의 발병 원인에 관해선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다만 유전 인자, 모유수유 여부, 서구화된 식생활, 항생제 남용, 흡연, 약물, 스트레스 등 여러 환경·사회적 요인이 면역체계의 변화를 일으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이에 따라 임상 양상도 바뀐다. 특히 유전자 이상이 발견되는 크론병은 아주 어린 나이에서 발병하고 보통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편이다.
장내 미생물 환경도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장내 미생물은 외부에서 들어온 해로운 물질을 방어하고 우리 몸에서 합성하지 못하는 필요물질을 음식물로부터 합성한다.
김 교수는 “장내 미생물의 변화로 인해 유익균은 줄고 상대적으로 해로운 균이 늘어 장내 미생물이 균형을 잃게 된다”면서 “이후 장벽이 망가지고 장 투과성이 증가해 독성 물질 또는 해로운 균이 장으로 침투하고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속적 치료·관리로 정상생활 가능”
크론병이 의심되면 여러 가지 혈청학적 검사와 장내 염증상태를 반영하는 대변 칼프로텍틴 검사, 세균 감염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대변 배양 검사를 포함한 대변검사를 진행한다. 이어 소장 침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MRI(자기공명영상촬영) 또는 캡슐 내시경을 시행하고, 대장내시경과 상부위장관내시경으로 점막을 관찰하고 조직 검사를 실시한다.
치료는 일반적으로 약물치료로 진행된다. 특히 소아청소년 크론병 치료는 증상을 완화하고 성장을 최대한 잘하게 하는 것과 치료 약제의 독성을 최소화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목표를 둔다.
약물치료는 시기에 따라 첫 진단 시 또는 악화가 된 활동기로 나뉜다. 활동기에는 증상이 감소한 상태라는 뜻의 ’관해(Remission)‘를 유도하는 치료를 하게 된다. 성인과 다르게 소아는 경증·중등증일 경우 영양소가 잘게 잘려진 음료를 필요 열량만큼 8주간 섭취하는 ’완전경장영양요법‘을 시행한다. 이후 관해를 유지하기 위해 질병 상태에 따라 항염증제 또는 면역조절제 등의 약물을 꾸준히 복용한다.
처음부터 증상이 심한 중증인 경우, 완전경장영양에 실패하거나 재발하는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해 관해를 유도한다. 이어 항염증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제제로 관해 유지치료를 한다.
크론병 첫 진단 시에도 반드시 관해 유도를 해야 한다. 이후 유지치료 중 질병이 악화되는 경우에도 다시 관해 유도치료를 시행한다. 일반적으로 크론병이 지속해서 활성 상태를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자주 재발하는 경우 협착 등의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 크론병은 아직 원인이나 발병 기전이 밝혀지지 않아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다만 완전 모유수유, 건강한 식생활, 항생제 남용 자제 등으로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유이 교수는 “원칙적으로 크론병은 현재까지 완치가 되는 질병은 아니다”면서도 “지속적이고 철저한 치료와 관리로 정상에 가까운 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또 “사춘기인 소아청소년기 아이들에게 크론병이 많이 발생하다 보니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부담 등으로 속상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가족, 학교 선생님, 주변 친구 등이 함께 질환에 대해 이해하고 배려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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