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통신, 로보틱스, 첨단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 있어 기술적인 강점을 가진 나라입니다. 이런 분야들은 아르테미스, 문 투 마스(M2M) 등 우주 프로젝트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16일 서울 용산구 주한미국대사관 사무실에 만난 팸 멜로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 부국장은 우주 국제 협력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멜로이 부국장은 미국 공군 장교이자 NASA의 우주비행사로 우주왕복선 임무를 진두지휘했던 인물로 2021년 NASA 부국장으로 취임했다.
그가 언급한 아르테미스, 문 투 마스 프로젝트는 현재 NASA가 추진 중인 핵심 국제 협력 프로젝트다.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43개국이 협력하고 있으며, 달을 거점으로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문 투 마스 프로젝트에도 우리나라가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멜로이 부국장은 “한국은 이미 다누리를 통해 문 투 마스 프로젝트에 일정 부분 기여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2022년 발사된 다누리는 현재 달, 화성 등 심우주 통신을 위한 기술 검증 등을 수행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5월 개청한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우주연구위원회(코스파·COSPAR)’ 학술총회에 참석한 멜로이 부국장은 윤영빈 우주항공청장과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멜로이 부국장은 “큐브위성 분야에서의 협력, 미래에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중국과의 기술 패권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중국은 현재 아르테미스에 대응하는 ‘유인 달 기지 프로젝트(ILRS)’를 추진 중으로 러시아, 태국, 파키스탄 등 10개국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멜로이 부국장은 “미국 의회가 NASA에 부여한 제한 사항이 있다. 국가의 기술을 침해하지 않는, 정보가 중국으로 새어나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는 분야에 한해서만 중국과 협력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상황에서 중국과의 협력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그는 “화성을 도는 위성들이 충돌하지 않게끔 중국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달에서도 관련된 논의를 시작하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민간 주도의 우주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한국 우주항공청의 전략에 대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모두 얻어갈 것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민간에 과제를 맡긴다고 민간 기업이 자라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는 이미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를 달성한 NASA의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가 화물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수송하기 위해 민간 기업에 투자했다. NASA 입장에서는 임무에 필요한 일을 맡길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말고 다른 고객들을 인지하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고 했다.
멜로이 부국장은 앞서 15일 코스파 연석회의에서 “우주탐사 분야에서 상업 기술이 빠르게 확장하고 있지만 규약이 부족하다”며 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달 탐사와 같이 이제 시작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며 “나라마다 각국의 우주 관련 법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유엔 우주공간 평화 이용위원회(COPUOS)를 통해 협력을 이끌어내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우주항공청은 올해 10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국제 우주 항공 회의(IAC)’에 참여해 NASA를 중심으로 한 아르테미스 참여국들과 추가적인 국제 협력 논의를 나눌 예정이다. 멜로이 부국장은 “아르테미스 참여국들을 모두 초청했다”며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이 이 자리에 참석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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