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을 대대적으로 규제 중인 유럽연합(EU)이 이번에는 일론 머스크의 엑스(X, 구 트위터)를 겨냥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엑스가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위반했다는 예비조사 결과를 통보했다고 7월 12일(현지시각) 밝혔다.
디지털서비스법은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투명하고 안전한 디지털 환경을 조성할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이다. 불법·유해 콘텐츠 확산 대응체계, 이용자를 기만하는 다크패턴 금지, 상품 및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 공개 등이 대표적인 내용이다. EU 내에서 월 4500만 명 이상인 온라인 플랫폼과 검색 엔진이 규제 대상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금지하는 디지털시장법과 함께 EU의 빅테크 규제 양대 축으로 불린다.
EU 집행위가 이번에 엑스에서 문제 삼은 건 ‘파란색 체크마크’ 제도다. 파란색 체크마크는 당초 진위가 확인된 유명인 및 기관, 단체 계정에 붙은 인증 마크였지만, 머스크 인수 이후 유료 구독 서비스인 ‘엑스 프리미엄’ 구독자를 표시하는 마크로 바뀌었다.
EU 집행위는 이같은 엑스의 파란색 체크마크 제도가 업계 관행에 부합하지 않으며, 이용자를 기만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누구나 돈만 내면 인증 마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해당 계정이나 콘텐츠의 진위에 대한 자유롭고 정보에 기반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실제 악의적인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를 속이기 위해 인증 계정을 악용한다는 증거도 있다고 EU 집행위는 덧붙였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수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과거에 파란색 체크마크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출처를 의미했지만, 이제는 사용자를 속이고 DSA를 위반한다는 게 이번 예비조사 결과”라고 설명했다.
엑스는 파란색 체크마크를 받기 위한 자격 기준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기만적 계정이라는 징후가 없어야 한다’고 명시하고는 있지만, 별다른 사전 인증이나 확인 절차를 마련해 두고 있지는 않다. 마찬가지로 인증 마크를 유료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신분증 확인 등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메타의 ‘메타 베리파이드’ 제도와는 구분되는 지점이다.
EU 집행위는 엑스가 광고에 필요한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은 점, 연구 목적으로 공개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한 점도 DSA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예비조사 결과가 확정되면 엑스는 전 세계 연간 매출액의 6%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엑스 측은 EU의 조사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머스크는 “우리는 유럽 국민들이 진실을 알 수 있도록 법정에서 매우 공개적인 다툼을 기대한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머스크는 EU가 자신들에게 비밀 거래를 제안했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EU 집행위가 엑스 측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이용자 발언을 검열하면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다른 플랫폼들은 EU 측과의 거래에 응했다고도 주장했다.
티에리 브르통 집행위원은 엑스에 남긴 글에서 “어떤 비밀 거래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비밀 거래 제안 주장을 일축했다.
EU 집행위는 앞서 지난해 12월 엑스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가짜 뉴스 확산에 악용되고 있다며 엑스의 DSA 준수 여부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했었다. 이번 예비조사 결과에서 지적된 부문뿐만 아니라 가짜뉴스, 유해 콘텐츠 확산과 관련된 조사 또한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SA 위반 혐의를 받는 기업은 엑스뿐만이 아니다. EU 집행위는 메타, 틱톡 또한 미성년자의 소셜 미디어 중독을 일으키는 이른바 ‘토끼굴 효과’를 강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가짜뉴스와 유해 콘텐츠 확산에 적절히 대처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를 상대로도 유해한 상품을 막기 위한 조치가 적절한지, 추천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결론에 따라 앞으로 이들 기업과 EU 규제당국과의 분쟁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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