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큰 충격을 줬던 e스포츠 승부조작 사건들[조영준의 게임 인더스트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9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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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명의 ‘스타크래프트’ 팬들이 집결하여 매년 여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부산 광안리 해변을 기억하십니까. 아니면 지난해 서울 광화문을 가득 메웠던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컵’(롤드컵)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지난 2017년 부산 광안리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e스포츠 축제 / 사진 출처: 블리자드 제공
지난 2017년 부산 광안리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e스포츠 축제 / 사진 출처: 블리자드 제공
2023 롤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T1) / 사진 출처: T1 제공
2023 롤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T1) / 사진 출처: T1 제공
e스포츠는 이제 웬만한 스포츠 못지않은 인기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월드컵보다 롤드컵’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젊은 세대들에게는 엄청나게 핫 한 관전 문화이자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e스포츠가 현재의 높은 위상과 안정된 시스템을 갖추기 전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승부조작’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도 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국내에서 e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 2010년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종목에서였습니다.

당시에 ‘스타크래프트’ 종목은 KT와 SKT, 화승, STX 등 내로라하는 국내 기업들이 프로게임단을 만들어서 프로리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일부 선수들이 서로 결탁하여 경기에서 고의적으로 패배하거나 승리하는 승부조작 행위를 벌여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습니다.

방식은 이들이 승부조작을 통해 별도의 불법 베팅 사이트에서 거액의 베팅금을 받는 형태였습니다. 문제는 이 사건이 단순히 한두 명이 연루된 것이 아니라, 각 팀마다 승부 조작원들이 침투하여 매우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운영됐다는 점입니다.

이들 승부조작 일당들은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은 선수들에게도 권유 및 협박을 일삼았고, 베팅에 방해되는 선수들에겐 그들의 빌드를 유출시키는 등 e스포츠의 발전을 크게 저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로 인해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은 무고한 선수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고, 그동안 e스포츠를 쭉 시청해 온 시청자들 또한 큰 충격을 받았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사건이 공론화된 후 당시 국내 e스포츠협회에서는 엄정한 조사를 통해 총 11명의 프로게이머 선수들을 영구 제명시켰고,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됐습니다.

스타크래프트 2 / 사진 출처: 블리자드 공식 홈페이지
스타크래프트 2 / 사진 출처: 블리자드 공식 홈페이지
그런데 이 사건이 벌어진 후 불과 5년 뒤, ‘스타크래프트 2’에서 또 한 번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해 e스포츠 팬들에게 또 한 번 큰 실망감을 안겨줬습니다.

한 때 정상급이었던 최병현·최종혁·박외식 등의 정상급 프로게이머뿐만 아니라 현직 감독까지 직접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등 심각한 수준의 도덕적 해이가 확인되었는데요, 당시 검찰 창원지검 특수부는 신속한 수사를 통해 GSL과 프로리그 등 5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있었음과 함께 스타크래프트 2 승부 조작을 한 혐의로 프로게이머, 게임단 감독 등 12명을 기소하고 이 중 9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e스포츠 협회에서는 각 방송 플랫폼에게 이들의 개인 방송 송출 중단을 요구하면서 이들의 영리 목적의 개인 방송 또한 원천 차단하도록 해 승부조작에 대한 후속 조치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해외는 어떨까요? 해외에서도 이 같은 승부조작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24년 3월에 베트남 롤 프로 리그인 VCS(Vietnam Championship Series)에서 불거진 2024 스프링 시즌 도중의 승부 조작 스캔들입니다.

당시 VCS 리그에는 총 8개 팀이 출전했는데요, 충격적인 것은 이 8개 팀 모두에서 승부 조작에 가담한 관계자들이 적발되었다는 점입니다.

매우 유리한 상황인데도 상대의 넥서스를 파괴하지 않고 경기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등 리그에 수상한 정황이 나오면서 VCS 측이 면밀한 조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VCS 리그 선수 중 절반이 넘는 선수들이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VCS 측에서는 지난 3월 28일에 공식 SNS를 통해 연루가 의심되는 총 32명의 선수 및 관계자 명단을 발표하고 퇴출시키는 등 여러 차례 수습을 통해 플레이오프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발표했지만,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했습니다.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 ‘LCK’ 로고 / 사진 출처: LCK 공식 홈페이지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 ‘LCK’ 로고 / 사진 출처: LCK 공식 홈페이지
이것만이 아닙니다. 승부 조작은 아니지만, 선수들이 원활하게 연습할 수 없도록 환경을 악화시키는 형태로도 여러 방해 공작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일례로 한국의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인 LCK에선 디도스(DDoS, 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으로 인해 특정 팀이 연습에 방해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롤드컵 우승 팀인 T1은 지난 3월 21일에 공식 SNS를 통해 ‘롤 선수단의 인터넷 스트리밍 일시 중단’하기로 발표했는데요, 이는 지속된 디도스 공격으로 인해 선수들의 개인 연습이 방해를 받자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T1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디도스 공격을 받아왔다고 설명했으며, 당시 리그 경기 후 인터뷰에 참여한 김정균 T1 감독과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디도스 공격으로 인한 연습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e스포츠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광적으로 사랑받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지만, 이 같은 과거의 어두움을 딛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스포츠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생명은 ‘공정성’이기 때문에, e스포츠 업계에서도 이러한 승부 조작 등에 대해서 보다 강력한 제재와 방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죠.

공정성을 해치는 불법 사행성 행위들이 앞으로도 철저히 근절되어, 더욱 건전하고 열광적인 e스포츠 문화가 조성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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